(64)신인 때는 채찍을 사용하지 말아요!

어제부터 계속해서 내리던 비가 오늘 새벽까지 내리고 있다. 다른 날 같으면 비가 오더라도 무조건 마방에 가서 훈련을 해야 하지만 오늘은 경마장의 휴일인 화요일이기에 마방에 출근하지 않다보니 잠을 깬 필자도 베란다를 통해 밖을 내다보고 있다. 소낙비가 지칠 줄 모르며 쏟아지고 있다. 쉬는 날이 아니었으면 이 많은 비를 맞으며 말과 함께 훈련해야 하는데 다행히 쉬는 날이라 마음의 여유를 갖고 비가 내리는 광경을 보아서인지 시원하게만 느껴진다.

새벽 일찍 일어났기에 필자는 컴퓨터 앞에 앉았다. 그리고 자주 들르는 경마사이트에 들어가 매주 여기에 싣는 원고를 쓰기 시작했다. 요즘 몇 회에 걸쳐 채찍에 대해 쓰고 있는데 같은 주제로 너무 오래 쓰는 것 아니냐는 독자들의 반응도 있을 지 모르겠다. 이번 호도 채찍 사용에 관한 얘기다.
글로 쓰지 않고 말로 하면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는 것임에도 지면에서는 글로 표현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채찍 하나를 갖고 여러 번 울거 먹나보다.

기수로 데뷔하는 신인에게는 어느 일정한 시기까지는 경주 출전이나 경주 중에 여러 가지의 규제가 따른다. 데뷔시에는 신마경주, 특별경주, 경마대회, 1700m 이상 경주, 그리고 야간 경주 시 9경주 이후 등에는 출전할 수 없다.
이렇게 신인에게 규제를 두는 것은 경마팬을 위해 원활한 경주 진행이 최우선이며 또한 신인들의 안전과 다른 기수들의 안전을 위해서라고 보면 된다.
신인들은 경주 경험이 없기 때문에 이런 규제를 받으며 하나하나 차근차근 경험을 쌓아 나가야 실력도 늘고 경주를 펼치는 시야도 넓어지는 것이다.

신인들은 처음 경주에 데뷔해서는 결승선을 골인하고도 선배들이 어떻게 기승했냐고 물으면..그저 뭐가 뭔지 아무 것도 모르겟다..고 한다. 실제로 신인 때는 스타트부터 골인까지 어떻게 경주를 펼쳤는지 얼얼하다.
말에 기승해 앞으로 똑바로 가야 하지만 그게 쉬운 게 아니다보니 자신은 앞으로 똑바로 가는데 나중에 경주 녹화 화면을 보면 왔다갔다 사행하고 있는 모습을 보게 된다.

이렇게 말에 자갈을 물려 똑바로 잘 가지도 못하면서 채찍을 사용한다면 어떻게 될까?
기성 기수도 채찍을 사용하다 사행을 하곤하므로 신인이 말을 타러 나가면 심판도 그렇고 조교사나 선배 기수들이 한 마디씩 한다. ‘절대로 채찍 사용하지 말고 똑바로 몰기만해!’라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혹 신인 중에는 건방지게(?) 라스트에서 채찍을 휘두르는 것을 볼 수가 있는데 당연히 그렇지 않은 신인보다 성적 면에서는 나은 게 사실이지만 선배들은 채찍을 휘두른 신인에 대해 좋게 생각하지 않는다. ‘에고 아무 것도 모르고 말도 제대로 몰지 못하는 놈(?)이 못된 것만 먼저 한다’고 안타까워하며 후배에게 채찍 사용하지 말라며 혼 내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말을 똑바로 몰고만 가다보면 결승선이 왜 이리 긴지..몰 때마다 숨이 콱콱 막히는 것 같다. 말타는 것이 이렇게 힘드니까 개인적인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라고 하지 않아도 스스로 운동을 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은 채찍을 사용하던 신인보다는 몰기만 하던 신인들이 처음에는 성적이 뒤질지는 몰라도 나중에는 말을 모는 파워가 생겨 더 훌륭하게 성장하곤 한다.



작 성 자 : 홍대유 eheek@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