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사회는 경마처 및 경마협력팀을 중심으로 경마단체까지 포함하는 ‘내년도 경마상금안 마련을 위한 TF’를 구성, 운영 중에 있다.
효율적인 사업 운영을 위한 마사회 내부의 프로젝트팀이라고는 해도 경마산업 전체를 관장하는 시행체가 관련단체의 의견을 수렴해 전체적인 사업계획을 짠다고 하니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수차례 언급했듯이 경마상금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경마산업 전체를 하나의 싸이클로 봤을 때, 경마상금은 생산·투자·경주질 향상·제도개선·서비스 및 인프라 확충·경마산업 발전 등 모든 분야의 근간을 형성하는 기초 골격이 된다.
그동안 마주협회, 조교사협회, 기수협회, 경주마생산자협회 등 모든 경마단체들은 현행 경마상금체계의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높여왔다.
마주협회는 특히 매출액과 비례하는 정률제 시행을 주장해왔으며, 매년 관리사노조와 갈등을 겪고 있는 조교사협회 역시 상금의 현실화 방안 강구를 요구해왔다.
경마 매출액 신장, 입장인원 증가 등 경마산업 발전이 눈부시게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경마상금이 이를 좇아가지 못해 외형적으로는 세계 8위권의 선진경마시행국 대열에 올라섰으면서도 내부적으로는 관련단체 간 불협화음, 저질의 경주편성, 후진적 제도 운영 등 많은 문제점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또한 흥행에 성공할수록 그 종사자에게 수익의 일정 부분을 메리트로 인정해야하지만 경마산업만큼은 정부의 한정된 인상방침과 맞물려 대단히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상금규모가 결정되곤 했다. 심지어 국가 부도사태가 빚어졌던 지난 98년에는 매출이 신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상금을 대폭 삭감해 종사자의 근로의욕을 꺾기도 했다.
굳이 자본주의 시장 원리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사업성장률은 도외시한채 사회전반의 분위기를 맹목적으로 좇는 지금의 상금체계는 아이러니하다고 볼 수밖에 없다.
경마상금은 기본적으로 경주마 원가 및 가용 두수를 산출해 이를 반영하는 방식으로 결정된다. 여기에는 종사자의 임금 및 복지, 기타 부대 비용 등이 총망라되지만 최소한의 경비 개념인 원가산출방식을 택하다보니 중장기적인 추진 사업에 대한 일관된 계획성은 찾아보기 힘들다. 공격적인 경영전략을 수립하기는 더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경마상금안 수립과정에서 배제됐던 경마단체들이 불만의 소리를 내는 것도 당연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마사회는 내년도분 상금안 수립을 위해 프로젝트팀을 구성한 것이다.
여기에는 조교사협회와 노조 실무자 5명이 포함돼 있다. 앞으로 4개월 여 동안 협의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드러났던 많은 문제점들이 일정 부분 해소될 수 있으리라고 기대된다.
또한 직접적인 경마창출자로서 현장의 목소리를 그대로 경마상금안에 담아낼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도 해봄직하다. 머리를 맞대고 고심하는 과정에서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 뒤에는 아쉬움도 없지 않다.
기왕 경마단체의 고른 의견 수렴을 거치고자 했다면 조교사협회와 관리사노조 뿐 아니라 마주협회, 기수협회, 경주마생산자협회까지 두루 포함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며 모양새도 훨씬 나았을 것이다.
아직 개인마주제가 제대로 정착하지 못했지만 어쨌든 경마상금제도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맡는 것은 마주이며, 기수나 생산자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당장에 가시화된 게 없다고 해서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경마산업 발전을 위한 재투자 여건을 마련하는 한편, 경마의 본질인 경쟁원리가 구현되기 위한 안정적인 상금제도가 마련돼야 하고, 우수한 경주마 생산육성정책이 상금을 통해 반영됨으로써 경마산업 발전의 돌파구를 찾아야한다.
이미 정해진 틀을 놓고 관련 단체와 협의하는 방식은 지양돼야 한다.
경마산업 중장기 발전 계획을 세우고, 이를 위해 단계적으로 접근해 나가면서 상금제도 틀을 어떻게 짤 것인가 함께 고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과정에서 각 단체는 서로에 대한 신뢰를 가지고 서로의 입장을 우선 생각하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다.
어쨌든 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탄생한 TF가 향후 경마상금체계 및 제도개혁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하게될지 기대된다.


작 성 자 : 이희경 eheek@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