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채찍을 놓치면 손바닥으로 말을 때려요
채찍 사용은 기수마다 조금씩 다르다. 경주 때 채찍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기수가 있는가 하면 유난히 채찍을 많이 사용하는 기수도 있다. 기수뿐만 아니라 조교사들도 스타일에 따라 채찍 사용을 싫어하는 조교사가 있는데 이런 조교사는 자기 조의 말에 기승 하는 기수에게 되도록 채찍사용을 적게 하라는 지시를 한다.
그리고 기수라면 채찍 사용에 있어서 오른손이나 왼손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줄 알아야 하건만 오른손으로는 잘하면서 왼손은 부자연스러운 기수도 있다. 양손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줄 알아야 말이 왼쪽으로 기대거나 나가면 왼손 채찍을 사용하고 오른쪽으로 기대면 오른 채찍을 사용해 말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시킬 수가 있다.
처음 들어온 신마를 훈련하면서 말에 따라서 어느 말은 유난히 채찍을 잘 받을 것이라는 느낌이 오는 경우가 있는데 대체적으로 채찍을 잘 받겠다고 느껴지는 말은 그 만큼 승부 근성이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채찍을 잘 받는 말은 몰기만 했을 때는 스피드가 나지 않다가도 채찍으로 때리면 맞는 자극에 의해 걸음이 쭉쭉 늘어나며 잘 달리는 것을 알 수가 있는데 이런 말에 기승해 채찍질을 하면 힘도 들지 않을 뿐 아니라 어떨 때는 신나기까지 한다. 대체적으로 추입마들에게는 거의 채찍을 사용하는데 추입마는 채찍발을 잘 받는다고 생각하면 좋다.(간혹 말 중에는 채찍으로 엉덩이를 때리면 꼬리를 ？？ 돌리며 싫어하는 경우도 있다.)
4코너를 돌고는 채찍을 뽑아서 말에게 휘둘렀을 때 말이 앞으로 쭉쭉 나가며 앞서 가던 말들을 한마리씩 한마리씩 추월해 나갈 때 느끼는 감정은 통쾌하며 채찍을 할 때마다 기수가 리듬을 타며 채찍을 할 수가 있기에 더더욱 채찍하는데 신이 난다. 특히 불알쟁이(?)일수록 채찍발을 잘 받는데 채찍을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더 뛰어주기에 기수는 채찍에 대한 매력을 느끼게 된다.
말에게 채찍을 휘둘렀을 때 반응이 좋으며 잘 뛸 때는 계속해서 채찍을 사용하는 것이 말의 능력을 끌어내는데 유리한 것을 알면서도 채찍 과다사용에 따른 제재가 있기에 채찍사용을 멈추곤 할 때가 있는데 이때 채찍을 연타로 치고 나가다가 멈추었다가 다시 채찍을 사용하면 그 만큼 채찍이 말에게 잘 먹히지 않는 경우도 있다. 그러기에 기수 중에는 제재 받을 각오를 하면서까지 채찍을 과다로 사용할 때도 있다. 이것은 순간적인 기수 자신만이 판단할 문제다.
말에게 채찍을 사용할 수 있는 범위는 엉덩이와 어깨부위로 한정되며 또한 채찍을 세워 잡고는 4회 이상 연속으로 때리지 못하게 되어 있다. 하지만 간혹 기수 중에는 채찍을 말에 보이는척 하면서 말의 귀를 살짝 내리쳐주는 경우도 있다. 귀가 예민하다보니 귀를 때려 주는 것이다.
경주 때 기수가 채찍을 떨어뜨린다는 것은 창피하고 황당한 경우인데 실제로 기수는 경주 중 종종 채찍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채찍을 뽑다 옆의 말에 걸려서 떨어뜨리거나 고삐와 엉키며, 또는 순간적으로 손에서 놓치는 경우가 있다. 이때 기수들은 정말로 한숨만 팍팍 나올뿐이다.(간혹 팬들은 고의로 떨어뜨린 것 아니냐고 하지만)
간혹 추입마에 기승하고는 스타트에서부터 채찍을 떨어뜨렸을 경우에는 “어이구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지겠구나”하면서 결승선에 골인할 때까지 헤매면서 경주를 펼친다. 4코너를 돌면서 채찍을 뽑다 놓쳤을 때, 특히 채찍발이 좋은 말에 기승하고도 채찍을 놓쳐 한번도 사용하지 못했을 때, 이때의 심정을 어찌! 말로 표현 하리요! 군인이 전쟁 도중 실탄 없는 빈총만 갖고 있는 심정이다.
경주 중 채찍을 놓친 경우에 옆의 기수의 채찍을 뺏어서 사용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그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에 급한 나머지 말을 몰면서 자신의 손바닥으로 말의 목을 때리면서 결승선을 통과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손바닥으로 목을 때리면 채찍이상의 효과는 없어도 성의가 갸륵해서인지 손바닥 채찍에 반응을 보여주는 말도 있다.....


작 성 자 : 홍대유 eheek@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