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 튀는 라스트에서의 치열한 경쟁… 시원스럽게 채찍을 휘두르는 기수가 있는가 하면 머리를 푹 숙이고 열심히 몰고만 있는 기수가 있다. 말에게 모든 능력을 발휘하게 하려면 손으로 몰고 만 가는 것이 좋을까? 아니면 열심히 말에게 채찍을 휘두른 것이 좋을까? 그리고 기수가 손으로 몰고만 가는 것과 몰다가 채찍질을 하는 것 중 어느 것이 기수에게 더 힘들까?
대체로 기수들은 채찍질하는 것보다는 손으로 몰고만(핸드라이딩) 가는 것이 더 힘들다고 한다.
후보생 시절 교육을 받을 때나 기수 데뷔 후 선배 조교사님, 선배기수에게 교육을 받을 때 항상 듣는 말이 ‘때려서 잘 뛰게 할 수만 있다면 뭐 하러 약한 채찍으로 때리냐!!! 이왕이면 마방에 말이 나오지 못하게 빚장을 채워 놓은 쇠파이프나 굵은 몽둥이로 때리면 더 잘 뛸 것 아니냐’는 것이다. 기수들이 말 위에서 채찍질을 하게 되면 아무래도 기수의 상체가 들리거나 뒤로 쳐짐으로써 말과 기수의 중심이 흐트러져 앞으로 나가는 것을 오히려 방해 할 수가 있기에 되도록 채찍질을 하지 않았으면 하는 의미로 하는 것이다.
또 다른 예로, 기수들에게 어린아이를 업고서 한번 뛰어 보라고 한다. 어린이가 등에서 가만히 있으면 쉽게 잘 뛸 수가 있고, 등에 업힌 어린이가 마구 흔든다면 그만큼 앞으로 나가기가 어려운데 말 위의 기수가 채찍을 마구 휘두른다면 후자와 같은 상황이 되지 않겠는가!
경마세계에서 채찍질을 하는 것보다는 모는게(핸드라이딩) 좋다고 하는데 기수들은 실제로 경주에 나가면 결승선 직선주로에서는 이겨야 된다는 마음이 앞서 습관적으로 채찍을 뽑고는 휘두르는 경향이 있다. ‘말아! 빨리 가자’며...
지금은 라스트에서 채찍질을 하는데 있어 과하다 싶으면 심판에서 제재를 주기 때문에 채찍질을 하면서도 규정을 오버하지 않으려다 보니 채찍질이 많이 줄었다. 그러나 채찍질에 대한 규정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기수들은 종종 라스트에서 누가 가장 채찍질을 많이 하는가 경쟁을 하듯 무수히 많은 채찍질을 하곤 하였다.
과거 뚝섬시절의 어느 기수는 뚝섬 경마장이 과천 경마장보다도 라스트의 길이가 짧음에도 불구하고 4코너를 돌아 결승선을 골인 할 때가지 40여대의 채찍을 휘두르는 것을 보았다. 40여대를 휘두르면서 결승선을 골인하는 기수를 보면서 팔이 아프지 않냐고 농담했던 기억이 난다(?).
과다 채찍에 대한 제재 이전에 기수들은 라스트에서 말을 몰다가도 경마팬을 의식하거나, 심판을 의식해 쓸데없이 휘두르는 경우도 있었다. 라스트에서 말이 힘이 딸려 스피드가 줄어들었을 때는 아무리 채찍질을 해도 더 뛰게 하는 효과가 없음을 알기에 말을 위해서 오히려 채찍을 하지 말아야 한다. 하지만 이런 것을 알면서도 팬이나 심판을 의식해 쇼맨쉽의 거짓 채찍질을 할 때도 있었다.
경주 중 말에게 채찍을 강하게 때리면 살이 엷은 말의 경우는 살갗이 벗겨지는 경우도 있고 채찍에 맞은 말을 보면 채찍이 닿은 엉덩이 부분은 퉁퉁 부어 올랐음을 알 수 있다. 채찍질을 하면 맞은 부위에 표시가 나는데, 특이한 말의 경우는 채찍을 몇 대 맞아도 결승선을 골인 후 안장을 풀고 마방에 오는 사이 전혀 맞았다는 표시가 없을 때도 있는데, 그러다 보니 때때로 기수는 조교사로부터 거짓 채찍질을 했다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말이 아깝게 코차이로 지고 3위를 하게 되면 조교사는 기수가 고의로 거짓 채찍질를 했다고 오해 하며 기수에게 혼을 내는 경우도 과거에는 종종 있었다(?).

P.S: 말에 따라서 채찍을 잘 받는 말이 있고 채찍을 대면 오히려 잘 달리다가도 스피드가 줄어드는 말도 있기에 채찍은 유유적절하게 활용해야 한다.


작 성 자 : 이희경 eheek@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