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경마장 모 기수가 기승회수 부족 때문에 6월 30일부로 기수 면허를 박탈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면허가 취소된 기수 외에도 10여 명에 이르는 기수들이 기승회수 부족, 성적 부진 등을 이유로 마사회로부터 경고 및 주의 조치를 받아 기승계약제 및 기수들의 프로의식 부족 등을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마사회의 면허취소 기준은 연간 기수 1인당 평균 기승회수의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다.
지난 시즌 통계 자료에 의하면 기수 1인당 평균 기승회수는 총 137회로, 최소 14회는 경주에 출전해야 기수 면허를 유지할 수 있다.
산술적으로 보면 경마일 1일 당 한 마리씩만 기승해도 90회를 넘어선다는 점을 감안하면 해당 기수는 한 달에 한번 정도도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부상, 기승정지 등 의외의 변수가 많았다 하더라도 면허 갱신 기준을 넘지 못한 것은 해당 기수 본인의 책임이 가장 크다. 변명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기수는 프로다. 자신의 능력에 따라 급여 수준이 결정되며 또 스스로의 주가도 높일 수 있다.
프로에게 따르는 것은 철저한 자기 관리와 책임의식이다.
스스로에게 엄격하지 못하면 치열한 경쟁의 세계에서 낙오될 수밖에 없다.
외부의 유혹, 감량의 어려움, 개인적인 사생활 침해 등 특수한 직업을 가진 공인으로서 기수들이 겪는 고통은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매 경주 수십억 원의 돈을 걸면서 경마팬들이 기수에게 바라는 것은 프로 정신임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반면, 제도적인 측면에서의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마주와 경주마 위탁관리 계약을 맺는 조교사는 관계의 특성상 일정 부분 자신의 영역을 침해당하는 경우가 있는 반면, 기승계약을 맺는 조교사와 기수 사이에는 출전 여부를 놓고 소속 기수들이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도 있다.
못타니까 안태워주는 것이다...안 태워주니까 못타는 것이다…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구차스럽게 따지는 것 같지만 지금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보면 소속 기수에게 말을 맡기지 않는 조교사 입장도, 또 기승회수 부족으로 급기야 면허가 취소된 기수 입장도 아쉬움만 남겨준다.
그런 점에서 볼 때 현재의 기승계약제도는 많은 허점을 지닌다.
연간 경주 수나 경주 당 출전두수가 제한적인데 반해 기수의 숫자가 너무 많아 과도한 경쟁이 이뤄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기수들 간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가속화된다.
그러면서도 신규 기수가 등록하게 되면 조교사들은 억지로라도 기승계약을 체결해야 하는 상황이고 그러다 보니 명목상으로는 기승계약을 맺었지만 막상 경주에 출전할 때는 다른 조 기수들을 기용하는 이상한 형태의 제도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현실에 맞지 않는 지금의 기승계약제를 다시 한 번 검토해야 할 때다.
경주편성 규모를 감안해 기수의 숫자는 70명 선으로 줄이고 이들간 경쟁을 유도하면서 과감한 자유계약제를 도입하는 것도 바람직한 방안이 될 수 있다.
이미 미국, 호주, 프랑스 등 선진경마시행국에서는 자유계약제가 일반화돼 기수들간 건전한 경쟁체제를 도입, 긍정적인 효과를 거두고 있다.
지금 한국의 경마산업은 과도기를 겪으면서 전 분야가 치열한 경쟁체제로 빠져들고 있다.
한국마사회의 지원에만 의존했던 경주마 생산 분야는 자본력을 갖춘 대규모 목장이 등장해 선도적인 위치에서 우수마를 생산, 다른 소규모 목장들에 생산 의욕을 불어넣고 있으며 수십년 간 매너리즘에 매몰됐었던 경마전문지들도 시장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경쟁은 ‘제살 깎아 먹기 식’의 단순 소모전이 아니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경쟁체제도 합리적인 제도와 시행 환경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서바이벌식의 무조건적인 경쟁은 그 부작용도 만만치 않을뿐더러 자칫 공정경마 분위기까지 흐려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공급자와 수요자간 적정한 균형이 이뤄져야 발전적인 경쟁이 이뤄질 수 있음을 염두에 두면서 지금의 기승계약제를 다시 한 번 검토해야 한다.


작 성 자 : 이희경 pinklady@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