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의 도전 끝에 일궈낸 월드컵 16강 진출의 흥분이 채 가라앉기도 전에 우리의 태극전사들은 우승후보로 꼽히던 이탈리아마저 제압하고 8강이라는 믿기지 않는 결과를 전 국민에게 안겼다.
이날 경기는 반칙 50개, 경고 10개가 말해주듯 그야말로 혈투였고 부상 선수가 속출한 것은 물론 이탈리아 선수는 경고 누적으로 퇴장까지 당했다.
특히 상대팀인 이탈리아 선수들은 심판이 보지 못하는 곳에서 교묘하게 반칙을 해 경기를 지켜보던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그런 이유로 패배 후 심판의 편파 판정을 호소하는 이탈리아에 대해 전 세계 여론은 냉담하기만 하다.
세계인의 잔치 월드컵에서 이기고 지는 결과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이기고, 어떻게 패배하느냐 하는 과정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기고도 야유를 받는 선수(팀)가 있는가 하면, 졌지만 최선을 다 하는 모습으로 박수를 받는 당당한 패자도 있다.
그만큼 스포츠의 세계에서 페어플레이 정신은 중요하다.
경마도 예외일 순 없다.
최선을 다 해 경주마를 훈련시키고, 치밀한 작전을 세워 경주에서 최고의 성적을 거두기 위해 노력하는 기수, 조교사 등 경마종사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팬들은 베팅을 하며 적중 여부를 떠나 아낌없이 박수를 보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또다시 부정 경마 혐의로 모 조교사가 검찰에 소환되는 일이 발생해 건전 경마 정착 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한번씩 부정 경마 사건이 터질 때마다 경마팬들이 느끼는 허탈감과 배신감은 그 무엇으로도 달랠 수 없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변수가 많은 경마에서 의외의 결과가 발생할 때마다 많은 팬들은 불신의 색안경을 끼면서 결과에 수긍하지 못하게 된다.
베팅만 있고 문화는 없는 지금의 척박한 현실도 따지고 보면 페어플레이 정신의 결여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땅에 경마가 도입된 지 80년이 지나는 동안 실제로 많은 기수, 조교사, 관리사 등 종사자들이 부정경마로 인해 옷을 벗어야 했으며 그러는 사이 팬과 종사자 간 불신의 골은 깊어만 갔다.
물론 부정경마 사건이 사회적인 문제로 비화되면서 경마를 바라보는 시각이 더욱 나빠졌음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마주는 마주로서, 조교사는 조교사로서, 기수는 기수로서, 그리고 관리사는 관리사로서 자신의 직분에 충실하고 최선의 승부를 팬들에게 선사할 때라야 비로소 불신은 완전히 사라질 것이며 이땅에도 선진 경마의 싹이 피어날 수 있는 것이다.
많은 조교사와 기수들은 스스로 자정 노력을 기울이면서 경마 부정이 완전히 근절되길 기대한다. 언론을 통해 경주마의 상태를 비교적 자세히 알리고 매 경주 우승을 위해 정진하겠다고 밝히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불쑥불쑥 끊이지 않고 등장하는 경마부정 사건과 잇단 구속 사태는 시행체, 조교사, 기수 등 많은 관계자의 노력을 허사로 돌려 버리곤 한다.
경마팬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고 경마 시행의 환경도 이제는 상당 부분 개선됐다.
부정한 행위를 저지르려는 자들이 다시는 발 붙이지 못하도록 노력해야 할 때다. 매 경주 최선 승부가 펼쳐진다면 그때야 비로소 우리 경마가 한 단계 성숙할 수 있다.  
경마종사자 스스로의 자정 노력과 시행체의 근절 노력은 앞으로도 이어져야 할 것이며 결국 건전 경마정착을 위한 첫 걸음은 경마종사자들의 페어플레이 정신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작 성 자 : 이희경 pinklady@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