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베팅한 말이 결승선을 얼마 남기지 않은 라스트에서 다른 말과 엎치락뒤치락 하며 코싸움을 벌이고 있다. 어느 말이 이길지 숨막히는 순간이기에 가슴이 쿵쿵거리고 입이 바짝 마르며(표현이 너무 과장됐나?) 지켜보고 있건만 베팅한 말의 기수는 채찍은 전혀 사용하지 않고 몰기만 하고 있고 옆의 상대 기수는 채찍을 힘차게 휘두르고 있다. 채찍질하는 모습이 보는 사람으로 신명나게 한다.
자신이 베팅한 말의 기수는 자세를 낮추고 열심히 몰고 있는데 상대 기수는 신나게 채찍을 하고 있으니 보는 팬의 입장에서 얼마나 화가 나는지!!! 베팅한 팬의 입장에서 채찍질을 하라고 소리소리 지르건만 기수는 마냥 몰기만 하며 결승선을 통과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채찍을 사용하지 않고 베팅한 말이 이겼어도 팬은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도 기수에게 왜 채찍질을 하지 않아 이렇게 간을 콩알만하게 하냐고 혼자서 하소연 할 것이고 만약에 채찍을 사용하지 않고서 졌다면 기수가 이기지 않으려고 고의로 채찍을 하지 않았다고 몹시 흥분하여 기수에게 쌍소리(?)를 할 것이다.
채찍!!! 기수에게 채찍은, 군인이 전쟁터에 나갈 때 총을 갖고 나가듯, 중요한 것이다. 그러기에 새벽훈련 때나 경주에 기승 할 때는 항상 채찍을 들고 기승하고 있다. 경주 때 기수는 채찍을 들고 타는데 우리의 주로 방향이 뚝섬에서는 시계방향으로 돌기에 왼손에 잡고 기승 하는 것이 몸에 베어 있다보니 뚝섬에서부터 기승하였던 기수는 이것이 습관이 되어서인지 과천에 와서도 말이 시계반대 방향으로 도는데도 불구하고 왼손에 들고 탄다.
기승시에 채찍은 말의 주행습성에 따라서 오른손에 들고 기승 할 때도 있고 왼손에 들고 기승 할 때도 있다. 말이 주행 중 안쪽으로 기대는 악벽이 있는 말의 경우에는 왼손(안쪽)에 들고, 바깥으로 기대는 악벽이 있는 말의 경우에는 오른손(바깥)에 들고 기승한다. 그렇지만 악벽이 없는 일반적인 경우에는 기수들이 왼손으로 잡고 기승하는 것이 편해서인지 왼손으로 잡고 기승한다.
경주 때 채찍을 들고 기승하는데 그럼 어느 때 채찍을 사용할까(?). 그것은 기수의 상황 판단에 따라서 다르다. 스타트시에 선행은 가고 싶은데 다른 말이 조금 더 빠른 말이 있다면 앞에 가기 위하여 채찍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는데 스타트시에 채찍을 하면 확실히 말이 발동이 빨리 걸린다. 그렇지만 스타트에서 채찍을 사용한다는 것은 그만큼 초반에 말에게 무리가 갈 수 있기에 함부로 사용하지는 않고 채찍을 하여 앞에 가서 그만큼 유리하다고 판단 될 경우에 사용한다.
스타트에서는 채찍을 뽑아서 사용하기보다는 스타트하면서 말이 앞으로 잘 나가지 못하는 경우에 발주기에서 나오는 엎드린 자세에서 팬에게는 보이지 않지만 말의 어깨에 어깨채찍을 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스타트하면서 말을 앞으로 몰면서도 어깨채찍을 하는 경우도 있으며, 그리고 4코너를 돌기 전까지 뒤로 쳐지거나 잘 따라가지 않으려고 할 때는 강하게 채찍을 휘두를 때도 있다.
경주 때 말들이 기차처럼 일렬로 뚝뚝 떨어져 오다가도 말들은 코너에 진입하면서 몰리며 4코너를 돌기 전에 모두가 몰리는데 4코너를 돌기 직전에 대부분의 기수는 말에게 “자! 가자”하며 전력질주를 위한 긴장감을 불어 넣어준다. 이때, 자갈을 꽉 물려주며 말에게 앞으로 간다는 의사표시로 입으로 구두음을 내주는 기수도 있고, 어깨채찍을 하여주는 기수도 있고, 미리부터 강하게 채찍을 휘두르는 기수도 있다. 농땡이를 피는 말은 4코너를 돌기 전부터 강하게 채찍을 휘두른다. (지면관계상 라스트에서의 채찍은 다음에......)


작 성 자 : 홍대유 knhn@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