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 결승선을 통과할 때!

요즘은 선거다, 월드컵이다, 온통 나라가 들떠있다. 이번 선거는 단체장, 시의원, 도의원 등 5명을 뽑는 선거다 보니 자기 지역에 어느 후보가 나왔는지 다 모르는 경우도 있다. 필자와 알고 지내는 지인들 중에서도 다방면으로 여러 곳에서 출마를 해, 와서 응원 좀 해달라고 하는데 정치인도 아닌 필자로서는 흥미롭지 않은 부탁이다. 그래도 어찌하랴 나중에 섭섭하다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응원은 한번씩 가줘야지...
응원차 선거판에 갔지만 알고 지내는 후보들이 선거에 이기기를 바랄뿐 필자에게 선거는 별로 흥미가 없다. 그러나 월드컵은 무지무지하게 재미있다. 폴란드와 경기를 하던 날도 필자는 우리 아이들과 함께 경마장 관람대에서 목이 터지라고 응원을 했다. 맥주도 한잔 곁들이며 옆에 있던 사람들과 한국이 골을 넣을 때마다 서로 부둥켜 앉고 “대∼한민국” “짝짝 짝짝짝!”, “오∼ 필승 코리아”를 마음껏 외쳤다. 온 국민이 응원을 했지만 필자의 열렬한 응원도 폴란드를 이기는 데 한 몫 했다.(?) 그리고 미국과의 경기 때도 경마장에서 힘찬 응원을 했다. 경주로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관람대에서...
대한민국이 온통 축구 열풍이라 축구 이야기를 쓰면 좋겠는데 필자가 해야 할 것이 축구가 아니라 경마장 이야기이기에 그래도 경마장 이야기를 조금은 써야겠다. 관람대에서 내려다보이는 곳이 주로이고, 라스트가 훤히 보이기에 결승선을 바로 앞에 두고 벌어지는 이야기를 쓰겠다.
결승선을 통과할 때 서로 이겼다 졌다 코싸움을 하는데 이때! 누가 이기고 지는지 기수들은 알고 있냐고 묻는 팬들이 있는데 그것은 그 때의 상황에 따라서, 기수에 따라서 알 수도 있고 모를 수도 있다. 결승선을 얼마 남기지 않은 라스트에서는 치열한 경쟁을 하기에 옆의 말을 보고 타기보다는 순간적인 감각으로 판단하고는 결승선을 향하여 오직 사력을 다하여 몰고 때리고 할 뿐이다.
그러다 보니 정신 없이 결승선을 통과하고는 대부분의 기수들은 같이 경쟁을 하던 기수에게 말 위에서 “졌냐” “이겼냐” 물어보곤 하는데 상대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라스트에서 코싸움의 치열한 경쟁은 베팅한 팬에게도 가슴이 짜릿짜릿하며 몸을 들썩들썩하게 만들지만 경쟁하는 기수에게도 숨막히는 순간이다.
치열한 경쟁일수록 유능한 기수가 이기는 경우가 많다. 라스트에서 경쟁이 붙었을 때 자신의 말이 상대의 말보다 능력이 조금 모자라도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승패의 자신감이 달라질 수가 있다. 상대가 상승세를 타는 기수가 아니거나 신인일 경우에는 치열하게 경쟁을 하면서도 마음의 여유를 갖고 상대의 심리를 무너뜨리며 이기는 상황을 연출한다.
무슨 이야기냐 하면 상대의 말이 자신의 말보다 조금 센 말이라도 라스트에서 바짝 붙어 경쟁을 하는 경우에 유능한 기수는 상대를 심리전으로 훼방을 놓아 상대 기수가 자세가 흩어지며 자갈을 제대로 물리지 못하게 한다. 경쟁이 붙었을 때 자신은 말을 몰면서도 최후의 한발을 쓰기 위해 약간의 힘을 남기면서, 옆에 붙은 기수에게는 입으로 ？,？, 소리를 내는 등 격렬하게 몰아치는 순간적인 액션을 취해 상대를 긴장하고 당황하게 해 자갈을 놓치며 말과 기수가 따로 놀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은 결승선을 통과하는 순간에 마지막 남은 한발을 쓰며 결승선을 먼저 통과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유능한 기수는 지는 경주에서도 결승선을 통과할 때는 코차로 이길 수가 있다.

P,S: 기승술 중 라스트에서 주거니 받거니 코싸움을 하다가 결승선을 통과하기 직전에 몰고 있던 고삐를 축 놓아주는 경우도 있는데, 자갈을 잘 물리고 말을 몰다가 갑자기 고삐를 축 놓아주면 순간적으로 말은 앞으로 푹 꼬꾸라지듯 한다. 말이 앞으로 꼬꾸라진다는 것은 코를 앞으로 쭉 뻗는 것이기에 결승선을 통과하면서 코만큼 이기게 하는 것이다.


작 성 자 : 홍대유 knhn@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