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일부 경마팬들 사이에서 1백 원 마권 구입 운동이 일어 화제가 되고 있다.
이는 창구가 혼잡한 발매 마감 시간대에 최소 마권 구매 단위인 1백 원짜리 마권을 구입함으로써 현행 제도에 대한 불만을 제기하고, 향후 제도 개선을 촉구하는 하나의 상징적인 행위로 해석할 수 있다.
바야흐로 경마산업에도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권리 행사가 이뤄질 것임을 암시하는 것이다.
그동안 경마소비자들이 주권 행사에 매우 소극적이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최근 벌어지고 있는 1백 원 마권 구입 운동은 대단히 주목할만한 현상이라 할 수 있다.
우리 경마팬들은 열악한 관람 환경과 서비스, 저질의 경주마와 경주편성, 그리고 살인적인 과세 등 이중 삼중고에 시달리면서 경마장을 찾아야 했다.
그러면서도 경마에 대한 세간의 부담스런 시선으로 인해 당연히 누리고 행사해야 할 권리를 누리지 못했을 뿐더러 20%에 육박하는 경마산업의 과세 체계에 대해서는 그 부당성을 호소할 곳조차 없었다.
오죽하면 대다수 조세학자 및 조세 정책 수립자들 사이에서 ‘조세저항의 무풍지대’라는 소리까지 오갔을까마는….
하지만 지난 80년 간 경마산업이 눈부신 성장을 거두는 동안 경마소비자들의 의식수준도 매우 빠른 속도로 향상돼 갔다.
스스로 경주를 분석하고 나름대로의 판단에 의해 경마를 즐기는 팬이 상당수며, 일부 경마팬은 오히려 예상가나 심판위원 등 전문가의 수준을 훨씬 능가하기도 한다.
경마소비자의 관심이 그동안은 소비의 직접적 대상인 경주에만 모아졌다면 최근에는 보다 다양한 쪽으로 시각이 넓혀지고 있다는 점에 특히 주목해야 한다.
경주마 생산의 1차 산업을 시작으로 경마 시행, 마권 발매를 비롯한 각종 서비스 분야, 그리고 심지어는 경마전문지의 역할까지 날카롭게 모니터링하고 지적하는 단계에까지 이른 것이다.
경마산업의 메커니즘을 이해하면서 이를 둘러싼 부당·불합리한 제도에도 관심을 가지게 됐다는 뜻이다.
그 중에서도 경마소비자들이 가장 시급하게 개선돼야 할 과제로 꼽는 것은 바로 환급률이다. 적중 여부를 떠나 모든 마권은 18%가 각종 세목 및 비용으로 일괄 공제되고 만일 적중한 마권이 1백 배를 넘겼을 시에는 추가로 기타소득세까지 납부해야 되기 때문에 경마팬에게 돌려지는 환급률은 실제로 69%를 조금 넘기는 수준이다.
세계 10위 권의 경마시행국이라는 자랑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외형지표의 성장에 맞춰 제도와 환경도 개선돼야 하지만 국내 현실은 경마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키기에 형편없이 뒤처진 것이다.
현행 환급률 수준에 대한 경마팬들의 불만은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제는 그 수위가 포화상태에 달했음을 정부 당국과 경마정책담당자는 깨달아야 한다.
여타 산업과의 형평성에 맞게 10% 선에서 세율을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이로써 최소 80% 이상의 환급률이 보장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
돈을 딸 수 있는 확률이 극히 낮을 수 밖에 없는 현행 환급률 체계에서는 경마로 피해를 입는 소비자만 양산할 따름이다.
결국 경마로 인한 피해자만 확대 재생산하는 꼴이다.
관람대 증개축을 통한 관람 환경 개선, 경주마 생산 기반 확충 및 우수마 도입을 통한 경주질 향상, 경마종사자의 서비스 정신 함양 등 경마소비자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와 노력은 높이 평가할 만하지만 환급률 인상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현안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하는 바다.
그런 의미에서 그 실효성 여부를 떠나 경마소비자의 뜻을 한데 모으는 계기가 될 1백 원 마권 구매 운동은 의의를 찾을 수 있으며, 앞으로 권리 찾기를 위한 경마소비자의 보다 적극적인 노력이 계속 이어져야 할 것이다.


작 성 자 : 이희경 pinklady@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