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故) 김태성 기수를 기리며… ―
자유로운 흰 갈매기 되신 당신께….

미명의 새벽마다 환희 웃으시던
그 해맑은 미소.
유난히도 빨간 옷을 즐겨 입으시고
신명나게 노래도 잘 부르시던 당신
그 청정한 목소리 어디에서 들을까요!
위로는 선배님을 존경하고
아래로는 후배들을 사랑하신
그 훈훈한 인정 어떻게 잊을까요!
초록빛 복색을 어여삐 휘날리며
누구보다도 유연하고 깔끔한 자세로
경주에 임하시던 의엿한 당신
그 당당한 자태!
지금도 우리곁엔 당신의 자리가 남아 있어요.
어서 빨리 일어나시어 우리를 위해 웃어주고
철없이 울어대는 솔이의 눈물을 달래주시오.
아직도 우리곁엔 당신의 빈자리가 남아 있어요.
손을 벌리면 벌릴수록
당신께 가까이하면 할수록
멀어져만 가는 것은 대체 왜일까요?
그래요 당신은 이제 자유인이오.
그 어떤 속박도 그 어떤 위험도
그 어떤 굴레마저도 더 이상 당신을
묶어둘 순 없어요.
이제는 자유로운 흰 갈매기 되시어
당신이 가고픈 곳으로 훨훨 날아가시오.
단지 원통하고 아쉬운 건
스물 아홉도 채 못넘긴
당신의 슬프고 기구한 운명이라오.
부디 바라옵건데
어두운 구천을 떠돌지 마시고
이승에서 못다이룬 한(恨)을 펼치시어
극락 세계에서나 천세 만세를 누리옵소서.
(1991.11.29 안양 중앙병원에서 나흘밤을 하얗게 지새우며….)

〈시작노트〉
지난 5월 12일. 새벽 훈련시간에 마필의 악벽으로 인해 경주로에서 타마와 살짝 충돌이 생겨 떨어지게 되었다. 그 당시 잠깐동안이나마 기절을 하고 말았다. 한참후 정신이 돌아와서 깨어보니 목과 머리가 흙투성이가 되어 쓰러져 있는 것이 아닌가!
정신을 차리는 순간에 두가지의 희비가 나의 뇌리를 스쳤다. 한가지는 ‘손과 발이 다행히 많이 다치지 않아서 말을 계속 탈 수 있겠구나!’하는 안도의 한숨이었고, 또다른 한가지는 ‘십오년 이상 말을 타면서 안 다치는 곳이 없이 골고루 다치는구나!’하는 직업에 대한 자괴감이 가슴깊이 파고 들면서 회환의 눈물이 소리없이 흘러 내렸다. 다행히 지금은 치유가 되어서 또다시 말을 타고 있다.
이렇듯 말을 탄다는 것, 특히 경주를 뛴다는 것은 참으로 위험천만한 직업이다. 5월의 경마문화 축제기간이니, 경마대회 이벤트니 해서 들뜨고 흥분될 수 있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러는 와중에도 최근에 크고작은 낙마사고가 잦아지고 있다. 이는 우리 모두(경마관계자, 마사회관계자, 경마팬)가 자성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사회 관계자들께서는 경주 때의 주로상태와 특히 훈련시간 때에 다른 공사를 못하게 하는 등 안전사고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경마관계자들 및 경마팬들께서도 매경주 목숨을 걸고 최선을 다하는 기수들에게는 격려를 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만약 기수가 조금 다쳤다고 하면 빨리 쾌유될 수 있도록 격려를 해줘야지 ‘그까짓 팔, 다리 하나 부서지는 것 쯤이야!’라는 식의 퇴색된 사고 방식은 고쳤으면 한다. 여태까지 경주중이나 훈련중에 세 명의 기수가 사망했고, 한 명의 기수가 1급 장애(하반신 마비)를 입어 경마장을 떠나는 정말로 잊지 못할 불행한 과거가 있었다.
그리고 이 지면을 통해 후배들에게(특히 신인기수)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다.
‘경마는 마라톤 경주다’ 지금 당장 1등 한번 하는 것이 영원한 승리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꾸준히 노력은 하되 동료들의 안전을 위해 무리하고 위험하게 레이스를 운영하지 말고, 페어플레이하는 정신을 길렀으면 한다.





작 성 자 : 권순옥 marg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