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순위변경을 당하면 이리저리 손해야!!

요즘같이 기수가 많을 때는 1등 한번 하기가 어렵다. 그런데 이렇게 귀중한 1등을 심지어 박탈 당 할 때의 그 허망함이란... 1등을 하고도 진로방해를 하면 심판에서는 ‘심의중!’ 불이 켜진다. 그리고 약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팬이나 기수는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심의가 끝나며 심판에서는 순위변경을 확정 발표하게 된다.
되도록 이면 순위변경이 없어야 함에도 지난주에는 이틀동안 순위변경이 무려 4번이나 일어났다. 순위변경은! 팬이나 당사자인 기수에게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모든 스포츠에 있어 페어플레이가 최고다. 페어플레이로 얻지 않은 우승은 진정한 우승의 가치가 없는 것이기에 실격, 순위변경제도는 꼭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순위변경, 실격제도가 한국 경마에 도입된 것은 1993년 8월 14일 개인마주제 전환 후부터다. 그 이전까지는 진로방해를 해도 말의 성적은 그대로 성립시키고 기수만이 제재를 받을 뿐이었다.
우승 한 말을 순위변경 시킬 경우 그 말에 베팅 한 마권이 휴지 조각으로 변하여 팬에게는 재산상의 큰 손실을 가져올 수가 있기에 순위변경제도를 처음 시행할 때 혹시 팬들의 소동이 있지나 않을까(?) 많이 걱정했던 게 사실이다. 순위변경제도가 시행되고 이로 인하여 언젠가는 소동이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는 많았어도 지금껏 수많은 순위변경 속에 단 한번의 소동도 없이 팬들은 수긍을 하며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팬들은 반칙보다는 페어플레이를 진정으로 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순위변경을 당하는 것은 상당히 기분 나쁜 것이다. 그렇지만 제도가 있으면 해당자가 나오기 마련인데 순위변경제도가 시행되어 처음으로 1등한 말이 순위변경을 당한 것은 94년 4월 9일 제3경주에서 ‘숙련공(기수:윤영귀)’이다. ‘숙련공’이 1등으로 왔으나 2등한 ‘갓바위’의 진로를 방해해 ‘갓바위’가 1등이 되고 ‘숙련공’이 2등이 됐다. 이렇게 1등 온 말이 순위가 바뀌는 순간에 기수들도 앗! 소리만 지르고 순위변경의 위력을 실감했다.
그리고 경마대회 사상 초유의 순위변경 사건은 1995년 8월 20일 제3회 마주협회장배에서 벌어졌다. 필자는 그 경기에서 복병마인 ‘남부군’을 타고 출전했다. 필자가 라스트에서 결승선을 150m 앞에 두고 선두를 고수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가장 우승이 유력시되었던 ‘핵탄두(기수:김효섭)’가 필자의 옆으로 붙더니 안쪽으로 밀면서 지나가는 것이다. ‘핵탄두’가 밀면서 필자의 진로를 방해하기에 필자는 소리를 지르며 ‘핵탄두’에 걸려 넘어지지 않으려고 말을 댕길 수밖에 없었다.
‘핵탄두’가 경마대회에서 우승을 하고서 심의가 걸리는 상황이 됐다. 심판에서는 심의가 걸리는 경주에는 피해자, 가해자를 모두 불러 피해정도를 따져보고 능력에 지장을 주었는지를 따져 본 다음에 결정을 하는데 경마대회다 보니 주위에서 설마 순위변경을 시키겠냐는 말들이 많았다. 그런데 결과는 순위변경이었다!!! 도착 순위는 ‘핵탄두’ 1등, ‘한빛’ 2등, ‘남부군’ 3등이었으나 ‘핵탄두’가 ‘남부군’을 방해했기에 ‘핵탄두’는 ‘남부군’ 다음 순으로 가게 되어 최종 성적은 ‘한빛’ 우승, ‘남부군’ 2등, 그리고 ‘핵탄두’가 3등을 하게 됐다.
이날의 경주를 볼 때 능력 면에서는 ‘한빛’이 ‘핵탄두’를 이길 수가 없었지만 ‘핵탄두’의 순위변경으로 ‘한빛’이 우승컵을 거머쥐게 되었기에 이날 조용배 기수는 행운의 사나이가 되었다. 그 당시 날아갈 듯이 봉 잡은(?) 조용배 기수에게 필자는 술을 거나하게 얻어먹었다. 단 한순간의 심의 결과로 우승컵의 주인공이 바뀌는 순간이었다.
이러한 순위변경제도에 필자도 예외는 없다. 필자도 딱 한번 순위변경을 당한 적이 있다. 노트를 보니 ‘탑스’를 타고 2등으로 왔으나 1코너 지점에서 진로방해를 하여 4등으로 순위변경 당했는데 이날의 순위변경으로 인해 조교사에게 호되게 꾸지람을 들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P.S: 경주 중 진로방해는 기수들의 안전을 위해서도 절대 해서는 안되는 줄을 알지만 순간의 실수나 오차로 순위변경이 자주 발생한다. 기수들이여! 진로방해를 하지 않게끔 더 신경을 쓰고 말을 타자...


작 성 자 : 홍대유 pinklady@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