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마가 경주 중 안쪽·바깥쪽으로 기대며 사행 할 때, 그리고 스타트부터 늦발주 할 때, 우리의 팬들은 얼마나 열이 받으랴! 내가 산 마권의 말이 발주대 안에서 요동 치다가 늦발주를 하여 싸워보지도 못하고 진다면 이것처럼 허망한 것도 없으리라 생각한다. 경주에 나가는 말은 악벽이 없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현실에서는 안타깝게도 악벽을 부리는 말들이 많다. 말을 경주에 출전시킬 때는 악벽 없이 완벽한 상태에서 출전시켜야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지만 우리네 경마 현실은 여건이 나쁘다 보니 마필관계자가 많이 노력함에도 악벽마가 생길 수밖에 없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
말은 기계가 아니고 살아 있는 동물이다. 살아있는 동물이다 보니 아무리 훈련을 잘 시켜 놓아도 언제 어느 때 어떠한 변화가 생길지 모르는 것이 말이다. 그리고 말은 어느 동물보다도 주변환경에 민감하고 잘 놀라는 편이다. 이렇듯 예민한 성격이기에 말을 경주마로 길들이는데는 많은 시간과 애정이 필요하고 말을 훈련시킬 수 있는 주변시설이나 공간이 제대로 갖추어져야 된다. 그런데 우리 경마장은 말을 훈련할 수 있는 시설이나 말에게 많은 시간을 가지고 여유 있게 훈련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외국 경마장처럼 말들이 경마장에 들어올 때 어느 정도 순치와 훈련이 되어서 들어오는 것이 아니고 우리는 목장에서 야생마로 자유롭게 뛰어 놀던 망아지들을 경마장으로 그냥 들여와 훈련을 시키다 보니 많은 어려움이 따르는 것이다. 이런 야생(?) 망아지를 경마장에 들여오니 어떤 말은 전혀 순치가 되지 않은 것도 있어 마방에서는 망아지들에게 가장 기초인 굴레를 씌우는 것부터 안장을 얹어 보고 그리고 말 위에 기승자가 살짝 앉아 보는 훈련을 시키는 데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망아지를 순치 시키기 위해서는 마방 주위에 공간적인 여유가 있어야 하고 말이 안전하게 운동 할 수 있는 여건이어야 하는데도 서울경마장의 마방 주위에는 망아지들을 안전하게 탈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다. 그리고 훈련 시간에 너무 많은 말이 한꺼번에 나와서 훈련을 하다 보니 주로도 좁고 망아지를 마음껏 타기가 어려워 망아지 훈련시키는데는 특히나 어려움이 따른다. 이러한 어려움도 어려움이지만 또 한가지의 어려움은 망아지를 너무 빨리 경주에 투입시키려 하다는 점이다.
망아지를 길들여 경주에 투입하려면 여유를 갖고 많은 시간을 들여 단계적으로 차근차근 훈련 시켜야 하는 것이 좋다는 것을 알면서도 우리의 현실에서는 말을 최대한 빨리 경주에 나가게 하려고 서두르게 된다.(물론 각 마방에 따라 차이는 있다!) 이렇게 서두를 수밖에 없는 데에는 여러 가지 사정이 있다. 예를 들면, 말이 마방에 들어오는 시간부터는 하숙비를 내어야 하는데 망아지가 마방에 들어와 경주에 나가기 전까지 하숙비만 축내고 있다 보니 이것이 부담이 되기 때문이다.
상금을 잘 버는 마주의 말일 경우에는 그래도 부담이 덜한데, 상금을 전혀 벌지를 못하고 적자를 내고 있는 마주의 경우에는 매달 부담해야 하는 하숙비가 마주 본인은 물론 조교사에게도 부담으로 작용 하게 된다. 따라서 조교사 입장에서는 마주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 주고자 하루라도 빨리 경주에 투입시키려 노력하는 것이다.
이런저런 여건이다 보니 우리는 말이 어느 정도 훈련이 되었다 싶으면 발주검사, 능력검사와 같은 실전을 위한 검사를 신청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실제로 발주검사와 능력검사를 받는 말 중에는 훈련이 제대로 이루어진 말도 있지만 그렇지 못하고 훈련은 물론 경주 능력도 부족한 것을 알면서도 검사를 받게 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다.
악벽마가 자주 발생할 수밖에 없는 우리 경마 현실 속에서 기수들은 곤욕을 치르고 있다. 악벽마를 타는 기수는 말타기가 무서울 때가 있다. 특히 발주기에서 앞발을 든다든지 요동을 치는 말에 기승 할 때는 다칠까봐 무섭다. 기수나 경마팬 모두를 위해 모든 경주마에게서 악벽이 없어졌으면 좋겠다.


작 성 자 : 홍대유 pinklady@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