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마사회가 발표하는 경주마 주파기록 및 구간별 통과기록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경마전문가와 팬들이 부쩍 늘고 있다.
특히 지난 2월 21일(목)에 있은 경주마 능력검사에서는 모든 출전마의 기록이 2초 이상 앞당겨지는 오류가 발생해 시행체의 기록 측정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린 바 있고, 지난주 토요일 11경주와 12경주에서는 각각 4코너와 3코너 통과 기록이 무려 10초나 빠르게 제공돼 뒤늦게 이를 수정 공표하는 헤프닝을 빚기도 했다.
경마가 비록 기록 경기가 아닌 순위 다툼이라고는 하지만 시행체가 발표하는 공식기록이 사실과 다르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또한 경주마들의 능력 분석에 있어 코너별 통과순위나 최종 주파기록이 상당 부분 중요한 판단 근거로 작용하는 점을 고려해 볼 때 최근 발생한 몇 번의 기록측정 오류는 그동안 제공된 자료마저 사실성 여부를 의심케한다.
사실, 선진 경마를 시행하는 다른 나라의 경우에도 거리별 구간 속도를 제공하는 예는 극히 드물다. 누가 우승을 했느냐가 중요하지 주파기록이나 구간별 속도에는 큰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독 우리나라 경마에서는 경주마의 속도가 중요한 분석 자료로 활용된다. 경주마의 초반, 후반, 구간별 속도 등은 그 말의 질주습성과 능력발휘 정도를 가늠하는 기준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다음 경주에서의 승부의지까지 연결된다고 보는 전문가도 상당수다.
기록에 대한 이런 관심 때문에 한국마사회는 구간별 통과순위 및 기록을 비공식적인 방법으로 측정해 공표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전 구간을 200m 단위로 세분화해 보다 상세한 정보를 제공하는 등 높아지는 요구를 수용하기 위해 적극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정보라 하더라도 정확성과 사실성이 결여돼 있다면 이는 제공되지 않는 것만 못하다. 1/1000 초 차이로 우승의 향방이 바뀔 수 있는 것이 경마다.
그런데 비공식적으로 측정한 특정 구간의 기록이라고는 해도 어떻게 실제와 10초나 차이를 보일 수 있는 지 참으로 답답하다.
최근에는 경마전문가 뿐 아니라 일반 경마팬들의 경주 및 경주마 분석 능력이 상당히 날카로운 수준에까지 이르렀다.
최근 있은 두 번의 기록 측정 오류는 모두 경마팬들의 제보를 통해 알려진 것들이다.
그만큼 일반 팬들의 수준이 이제 전문가 못지 않게 높아졌음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연이어 두 번의 기록 측정 오류가 발생한데다 이같은 사실조차 발견하지 못하고 경마팬의 지적이 있은 다음에야 사후 수습에 나선 것에 대해 많은 경마관계자와 팬들은 실망을 금치 못하고 있으며 기록 측정이 과연 제대로 되고 있는 것인지 하는 의문까지 제기하고 나섰다.
한국마사회는 구간별 기록에서 다소간의 오류가 있다하더라도 최종 주파기록은 정확하다며 주변의 이의제기를 일축하고 있다.
하지만 각 구간의 기록을 합산해 최종 주파기록이 작성된다고 볼 때, 시행체의 이런 설명은 설득력을 갖기 힘들다.
한국마사회는 정부를 대신해 독점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경마시행을 감리감독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그만큼 공신력을 갖춰야하는 대표 기관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해가 갈수록 경마팬들의 정보섭렵에의 욕구는 다양하고 또 방대해 지고 있다. 이를 수용하기 위해 한국마사회는 정보 개방의 폭을 넓히는데 주력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정확성과 신뢰성이 수반되어야 함을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작 성 자 : 이희경 pinklady@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