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필자가 거둔 첫 우승은! ‘은반계’

기자들과 인터뷰를 할 때면 의례적으로 묻는 것이 기수로서 첫 데뷔는 언제 하였으며, 첫 우승은 언제 하였고, 또한 일반 경주가 아닌 경마대회를 처음 우승하였을 때는 언제냐는 것이다. 누구에게나 마찬가지지만 무엇을 하든 ‘처음’, ‘창조’, ‘먼저’, 이러한 단어들이 들어가면 모두에게 호감이 간다.
경주에서 기수에게 2등은 필요 없다. 오직 우승만이 최고의 영광을 누릴 수 있다. 우승횟수는 그만큼 기수에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 최고의 업적이다. 우승 횟수의 기록이 기수의 모든 것을 평가하기에 기수로서 생애 첫 우승은 소중하며 뜻깊다. 그러기에 신인들이 첫 우승을 하였을 때 주위에서 축하도 해주고 팬들 앞에서 시상도 하는 것이다. 앞으로 훌륭한 기수가 되기를 바라는 의미도 부여하면서...
신인들에게 첫 우승은 기수로서 자신감과 희망을 주기에 데뷔하면 첫 우승을 빨리 하였으면 좋겠건만 어디 이게 뜻대로 되나! 과거 필자가 데뷔할 때만 해도 한 주에 금, 토, 일, 3일 경마를 하고 기수도 55명 밖에 되지 않아 우승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았는데 지금은 경마가 한 주에 이틀 하다보니 경주수도 적으면서 기수는 너무나 많아 여러 가지로 신인들이 우승을 하기가 어려운 여건이다.
필자가 데뷔하던 뚝섬시절! 경주 시행계획이 지금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경주체계를 보면 지금과 같이 국산마는 5군으로, 외산마는 4군으로 나누는 체계가 아니고 그 당시에는 국산마가 거의 없다보니 국산마에 대한 의미는 없고 말들을 10등급부터 1등급까지의 등급체계에 의한 경주체계로 경주가 이루어졌다. 신마는 10등급부터 출발하는데 우승을 한번 하거나 2등을 두 번 오면 무조건 한 등급 올라가 9등급이 되며, 9등급에서 우승을 하면 8등급이 되는 그러한 체계였다. 그리고 경주 거리도 지금과는 달리 1850m, 1650m, 1300m가 있었으며 최단거리로는 900m 경주 거리도 있었다.
필자에게 첫 우승을 안겨준 말은 ‘은반계’였다. ‘은반계’는 작으며 검정말로 성질이 칼칼한 말이었다. 망아지로 우리조의 마방에 들어와서 처음에는 너무나 까불고 하여 탈 수가 없기에 말의 등에 안장을 얹고는 안장 위에 무거운 모래주머니만 얹고서 훈련을 시켰다. 어느 정도 순치가 되어서 말 위에 기승 하였는데 이렇게 몹시도 까부는 말이다 보니 주로에서도 훈련을 하다가 툭하면 낙마를 하곤 했다.
다루기가 어려운 말이기에 같은 조에 있던 선배가 ‘은반계’의 데뷔전에 기승하였다. 다른 말 같으면 경주를 뛰고서 휴식을 주어야 하건만 조금 놀려 놓으면 또 까불어 다루기가 힘드니 쉬지 않고 계속 훈련하고는 다음주에 다시 출전시켰다.(그 당시에는 매주 경주에 출전을 할 수가 있었다)
10등급이기에 최단거리 900m 경주에 출전 시키면서 조교사님은 ‘은반계’를 필자에게 기승 하도록 하는 배려를 해주었다. 그래서 필자는 2번째 출전하는 ‘은반계’에 기승 하는 행운을 안았는데 이 경주에서 선행을 하여 수월하게 우승 할 수 있었다. 필자의 첫 우승은 선배와 조교사의 배려 속에서 얻은 것이다.
첫 우승을 안겨준 말이기에 필자는 ‘은반계’를 좋아했건만 너무나 까부는 말이다 보니 말간에서는 사랑을 받지 못하는 말이었다. 지금도 ‘은반계’의 모습이 눈에 선한 것을 보니 첫 우승의 추억은 아름답고 오래 간직되는가 보다.

P.S: 아직도 20기 신인 기수 중에서 첫 우승을 하지 못한 후배들이 있는데 후배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서라도 소속 조교사님께서 좋은 말을 태워 주어 첫 우승을 하도록 도와주었으면 좋겠다.


작 성 자 : 홍대유 pinklady@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