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교배시즌이 시작됐다.
한국마사회는 13일(수)부터 제주와 내륙에서 자체 보유 씨수말 25두를 대상으로 민간목장 보유 씨암말과의 종부를 시작했다.
오는 7월 7일까지 총 117일간 열리게 될 올해 종부는 ‘웍스라이크어덕’,‘나이트드리머’등 씨수말 2두가 새롭게 선보여 양과 질적인 면에서 더욱 풍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80년간 경마를 시행하면서 국산마가 처음 생산됐던 것은 지난 86년 ‘원당1호’였다.
이후 개인마주제 도입을 계기로 국산마 생산이 장려되면서 가속이 붙었고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무려 1200두를 상회하는 생산계획이 마련됐다.
그만큼 민간에서 보유하고 있는 씨암말 숫자도 늘었고 국산마에 대한 마주들의 관심이 큰데다 한국마사회의 지속적인 생산지원정책 때문에 이같은 계획이 실현될 수 있는 것이다.
이제는 오히려 생산 두수를 서울경마장이 다 소화해 내지 못할 정도에까지 이르렀으니 국산마 생산이 어느 정도 활성화됐는지 짐작케하는 대목이다.
경매제도가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고 국산마 상금 메리트가 상당 부분 축소되는 추세에도 불구하고 국산마에 대한 관심과 열기는 뜨겁다. 미처 경매에 나오기도 전에 당세마나 1세마를 입도선매식으로 구매하려는 마주들이 줄을 잇고 조교사들은 매주 제주와 내륙의 민간목장을 돌며 우수마 확보에 열을 올린다.
그러다보니 교배에 있어서도 각 민간목장들은 더 나은 혈통, 더 나은 자마들을 배출한 씨수말을 배정 받기 위해 안간힘 쓰고 있다.
올해 상위권으로 분류된 ‘디디미’, ‘피어슬리’, ‘싸이코배블’, ‘라시그니’ 등은 높은 인기를 구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이번 교배를 통해서는 어떤 말들이 생산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한국마사회는 최근 몇 년동안 우수 씨수말 도입을 추진하면서 민간에 대한 지원폭을 늘려 국산마 생산 수준 향상을 도모해왔다.
하지만 치열한 경쟁을 통해 승자만이 인정받고 살아남는 경마산업의 속성상 유독 생산 분야만 무상지원, 추첨 교배 방식을 이어오고 있다는 것은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인기 씨수말에 몰릴 수 밖에 없는 씨암말들을 상대로 혈통적 배합, 과학적 분석 등의 면밀한 검토 없이 단순히 추첨을 통해 교배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은 지극히 불합리한 제도다.
비록 국내 민간목장 대부분이 소규모 소자본의 열악한 환경이지만 교배료를 유상으로하면서 그 수익금을 민간목장 지원금으로 활용한다든지, 민간목장 공동 소유의 씨수말 도입을 추진하든지 등의 다양한 방법을 강구한다면 경쟁체제를 도입하면서 민간목장의 부담도 최소화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미 수년전부터 일부 민간목장에서는 독자적으로 씨수말을 들여와 자체 교배를 실시하는 것은 물론 다른 민간목장 씨암말에게 1백만원에서 3백만원 가량 교배료를 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싫든 좋든지 간에 생산분야에서도 자연발생적으로 경쟁체제가 도입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마산업과 관련한 전 분야는 무한경쟁시대에 돌입해 살아남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경주마 생산도 예외가 될 수 없으며 누가 더 질 높은 국산마를 생산하고 소유하고 경주에서 성적을 거두느냐에 따라 국내 경마시행의 수준은 좌우될 것이다.
‘새강자’라는 걸출한 명마의 등장으로 국산마 제1세대를 열었다면 이제 체계적인 지원시스템 마련과 더불어 경쟁체제 도입을 통해 국산 명마 생산의 기반을 확고히 다져야할 단계다.



작 성 자 : 이희경 pinklady@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