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 말은 엄마가 같아야만 형제라...

부모, 형제가 누구냐에 따라서 마음껏 어깨에 힘을 줄 수 있는 망아지들! 이제 막 어미 배에서 태어났건만 부모가 누구다, 그리고 형제가 지금 경주로에서 뛰고 있는 누구누구라는 사실에 자신의 몸값이 상한가를 치는 망아지들을 보면서 참으로 행복한 놈들이라고 생각된다.(?) 우리 사회에 연좌제가 폐지 된지 언젠데 말들은 부모가 일류마였으면 태어나면서부터 주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다른 동료들보다 칙사대접을 받으며 영웅이 되어 비싼 값에 팔리어 경마장에 입성을 할 수가 있기 때문에 부모 잘 만나 호강한다. 실제로 말들은 가문이 좋아야 대접을 받는다. 역시 혈통이 좋은 말이 잘 뛰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혈통 좋은 놈들은 경주에 출전시키기 위하여 훈련할 때 기승자도 부모가 누구이기에 잘 뛸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훈련을 할 수밖에 없다.
아무것도 모르며 길도 제대로 모르는 망아지들이 주로에 훈련하러 나오면 사람들은 그 망아지의 부친과 모친의 이름을 읊어 댄다. 경주로에서 일류마로 이름을 날리는 새끼들을 배출한 ‘싸이코배블’ ‘피어슬리’ ‘디디미’ ‘싸이런트워리어’ 등등을 불러대며 혈통에 대한 얘기를 하는 것이 요즘 우리 경마의 흐름이다. 경마에서 이제는 혈통을 모르면 대화가 어려울 정도다.
얼마 전에 ‘가속도’의 새끼인 ‘허니비’와 ‘가속세대’가 한 경주에서 동시에 1위, 2위 한 것을 보고 형제는 용감했다며 화젯거리가 되었다. 아참! ‘허니비’나 ‘가속세대’가 암말이니 자매는 용감했다가 맞는 것 같다. 말의 서러브렛 세계에서는 이렇게 어머니가 같으면 형제라고 부르나 부친이 같으면 인간과는 달리 형제라고 하지 않는다.
무슨 얘기냐 하면,,, ‘가속도’의 새끼인 ‘가속질주’ ‘허니비’‘가속세대’는 아버지는 달라도 어머니가 같으니까 사람의 경우 이복형제라고 하나 이것을 경마세계에서는 그냥 형제라고 한다. 그런데 더비 우승마인 ‘만석꾼’과 최고의 명마 ‘새강자’는 아버지는 같은데 어머니가 다르기 때문에 이런 경우는 형제라고 부르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무엇 때문이냐 하면... 서러브렛은 인기 있는 일류마가 되면 상대하는 씨암말이 1년에 적어도 50∼100두가 될 수가 있는데 이런 식으로 매년 이루어지다 보면 부친이 같은 말을 형제로 취급할 경우 세월이 지나서 그 수는 엄청나게 많게 된다. 그러기에 서러브렛 세계에서 부친이 같은 말을 모두 형제라고 부른다면 그야말로 언젠가는 경주마 종족 모두가 형제가 될 것이다. 그러기에 서러브렛은 기본적으로 모친을 기준으로 하는 모계사회라고 한다.
자식은 양친으로부터 반반씩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에 그 모친이 얼마나 우수한 말을 배출할지 그 가족(모계)에서 얼마나 우수한 말이 나왔는가 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요소가 된다. 예를 들어 ‘가속질주’와 ‘허니비’의 모친 ‘가속도’가 스타일과 능력도 다른 씨수말을 상대로 얼마나 좋은 경주마를 배출할 것인가 하는 것은 모친과 모계의 중요성을 말해 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부친과 부계만이 더 화제가 되고 있는 것일까?. 그것은 자마에 있어서 절대수의 차이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니진스키와 덴지그의 부친인 노던덴서의 경우 연간 50두 이상의 자마를 배출해냈고 볼 때, 그만큼 샘플이 많아지고 그로 인해 혈통적 특징과 질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판단하기 쉬워진다. 그렇지만 씨암말은 그럴 수가 없다 자마를 배출하는 것은 1년에 한두 정도이기에, 더구나 상대하는 씨수말이 거의 다르기 때문에 혈통적인 특징을 찾아내기가 어렵다. 그래서 이러한 이유로 승마를 예측하거나 생산자가 혈통계량을 진행해 나가는데 있어서 아무래도 부친에게 주목이 쏠리게 되는 것이다.

P.S: “서러브렛”이란? 서러브렛(thoroughbred)은 ‘철저히(through) 개량된 품종(bred)’이라는 어원에서 알 수 있듯이 인간이 과거 300년 전에 보다 빠르고 보다 스테미너를 갖는다는 것을 목표로 하여 개량을 거듭해온 경주용 말을 말한다.


작 성 자 : 홍대유 pinklady@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