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지난 29일(월) 김대중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경주마권세를 레저세로 명칭 변경키로 결정했다.
그동안 경마관련 조세체계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경마계 안팎에서는 커져 왔는데 이런 기대를 저버리고 관계 당국은 ‘이름표’만 바꿔 다는 것으로 손을 놓은 것이다.
경마산업에 적용되는 조세체계는 일일이 다 열거하기 어려울 만큼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우선 본세라 할 수 있는 마권세의 비율이 전체 매출액의 10%로 지나치게 높은 편이며, 여기에 목적세인 농특세와 교육세 역시 각각 2%와 6%로 책정돼 본세와 목적세 만으로 벌써 18%가 공제되는 형편이다. 거기에 1백배 이상 고액 배당 적중자에게 부과되는 기타소득세, 경마공원 입장시 일괄 징수되는 특별소비세, 그리고 마사회 수입금 등을 따지면 경마팬들에게 돌려지는 환급금은 70%에도 이르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나치게 높은 과세 수준과 복잡한 세목으로 인해 조세학자들 조차 경마산업의 조세체계를 수정, 보완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여러차례 지적해 왔지만 관계 당국은 전혀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 듯 보인다.
지난해 교육세 인상을 두고 나라 안팎이 시끄러울 때도 경마산업은 조세저항의 무풍지대였다. 2000년 12월 31일부로 폐지됐어야 하는 한시세율이 오히려 1% 인상되고 기한도 2005년까지로 연장됐지만 정부는 이에 대한 어떠한 이유와 설명도 없었고 경마팬은 묵묵히 이를 부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제 정부는 마권세의 명칭을 레저세로 개정했다. 지난해 교육세율을 인상하면서 지방교육세로 전환한데 이어 또다른 변화를 시도한 것이다.
이같이 명칭을 개정한 이유에 대해 행자부 관계자는 스포츠·레저산업으로의 육성 발전을 위해서라고 밝히고 있지만 카지노, 축구복표, 경정, 투우, 그레이하운드 등 본격화되고 있는 베팅산업에 대해 과세 대상을 넓히기 위한 작업으로 볼 수 있다. 물론 특정 산업을 지칭하는 경주마권세보다 레저세라고 두루뭉실하게 표현함으로써 조세저항이 약해지리라는 예측도 가능하다. 한푼이라도 더 많은 세금을 징수하려는 정부 입장에서 이해한다면 이런 계산이 그리 얄팍해 보이는 것만도 아니다.
하지만 지난해 지방교육세로 이관한데 이어 또다시 교육세의 과세 근거라 할 수 있는 마권세 명칭을 개정한다고 하니 경마관련 조세학자들은 성급한 우려를 하고 있다.
당초 재경부에서는 교육세의 시한과 세율을 연장·인상하면서 부칙을 정해 일정 기간이 지나면 종전대로 2%로 환원할 것임을 약속했었다. 하지만 이제 행자부가 나서 지방교육세로 편입하면서 교육세의 과세 근거인 마권세마저 레저세로 명칭 변경해 과세대상을 넓힌다면 과연 약속대로 경주마권세분 교육세만 별도로 환원할 수 있을 것인가….
중앙정부가 약속한 내용을 지방정부가 굳이 이행해야 할 필요가 없다며 오히려 관련 세법을 개정해 교육세를 영구화할 지도 모른다는 게 경마관계자들의 우려다. 지금까지 경마관련 조세정책을 입안하고 집행해 온 정부의 태도를 지켜볼 때 충분히 개연성이 있어 보인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세금을 별다른 저항없이 징수할 수 있을까 하는 중앙과 지방정부의 조세편의주의적 발상이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사회의 편견에 뒤덮여 막대한 세금을 출혈하고 있는 경마소비자들은 마권세든 레저세든 명칭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이제는 단 1%라도 경감되길 바란다. 과도한 세부담으로 인해 매년 사설경마 규모는 확대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정부의 세수손실도 엄청난 액수에 달하는 상황이다. 형평에 어긋나지 않는 합리적 조세정책이 서둘러 마련되길 바란다.


작 성 자 : 이희경 pinklady@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