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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집행을 존중하고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는 마사회의 재결처분을 바란다>

소문으로 듣는 얘기라서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필자가 알고 있는 것은 다음과 같다.

H는 한국마사회법 위반 혐의(구체적으로는 외부인으로부터 향응을 제공받고 경마에 관련된 정보를 제공했다는 것)로 구속되어 약 6개월 정도의 기간 동안 감옥 생활을 했고 1심 법원에서 집행유예를 받았으나 자신의 억울함을 결코 포기하지 않고 항소, 항소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았으며 뒤이어 검사가 상고한 대법원에서도 검사의 상고를 기각해 H의 무죄가 확정되었다.
그런데 한국마사회는 위 H의 판결이 선고되기도 전에 심지어는 기소되기도 전에 기수면허박탈이라는 재결 처분을 했다.
물론 한국마사회의 징계절차는 일종의 내부질서 벌로서 반드시 형사벌과 원리를 같이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국마사회가 내린 처분의 원인이 H가 구속된 사유, 즉 부정경마를 이유로 한 것이었으니 이는 아직 유죄판결이 선고되기도 전에 오히려 법원보다 앞서서 유죄를 예단하고 징계를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헌법에 규정된 무죄추정의 원칙마저 무시한 것이라고 판단된다.
헌법 제27조 제4항은 ‘형사 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고 선언하고 있다.
따라서 구속된 피고인이든 불구속기소된 피고인이든, 유죄판결이 확정되기까지는 그 기소 사유가 독립적으로 징계사유를 구성하지 않는 한, 한국마사회든 어느 기관이든 간에 미리 예단을 가지고 징계를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헌법적 요청이다.
지금까지 한국마사회는 기수든 조교사든 간에 형사적인 혐의가 있으면 유죄의 판결이 확정되기도 전에 즉, 어떤 경우에는 1심 재판 중에, 어떤 때는 기소도 되기 전에, 어떤 때는 1심에서 유죄 선고된 때에 등등 그 제재의 시적기준조차 일정하지 않은 것처럼 재결처분을 내려왔다.
최근에 H는 혹 마사회가 재심청구를 게을리했다는 이유로 복직을 시켜줄 수 없다는 답변을 할까봐 대법원의 무죄 확정 후 서둘러 재심청구를 했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마사회의 경마시행규정 시행세칙 제28조의 재심청구는 별다른 내용도 없는 것이다. 즉, H가 재심청구기간을 도과하더라도 그것은 마사회에 대해 재심청구를 못할 뿐이다.
또한 지금껏 제재를 받은 당사자가 재심청구를 한 경우가 있거나 설혹 있더라도 재심청구가 인용된 사례는 있는지 도리어 그것이 궁금하다.
우리나라에는 모든 법률적 송사에 대한 최종적, 최권위적 유권해석을 내리는 기관으로는 법원이 우뚝 서 있을 뿐이다.
사실 마사회야 국가공기업으로써 공평무사한 일처리를 하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일부 직원들 중에서는 과도한 의욕으로 H를 강압적으로 몰면서 ‘재심청구를 기각해버리고 법대로 싸워보자. 그러면 몇 년 간다’는 얘기도 한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마사회는 큰 집단인만큼 나보다 법률적 식견이 탁월한 변호사님들을 여럿 자문역으로 모시고 있을 것이다. 그러한 분들의 자문 또한 마사회의 실무진들은 받아보았음직 하다.
그렇다면 그런 분들이 듣기 좋은 소리만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내가 입장을 바꿔 그분들의 입장에서 마사회에 조언을 했더라면 이렇게 했을 것이다.
“사실 재심청구란 기수나 조교사나 거의 기대하지 않고 실제로 청구도 하지 않는 제도다. 그러함에도 당사자가 재심청구를 했을 경우에는 마사회로서는 신중해야 하며, 법원까지 가지 않고 스스로 시정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생각해 보아야 한다. 내가 기수협회측 변호사라면 부당한 징계절차 등에 대해 감사원에 직무감사를 민원제기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차후로는 기수나 조교사들의 징계 시에도 형사사건을 그 사유로 하는 경우에는 유죄판결이 확정되기까지는 기승정지만을 하는 것이 추후의 구제절차에도 도움이 되고 괜한 손해배상등의 문제에도 휘말리지 않을 것 아니냐.. 또 재심을 기각한다해도 당사자는 가처분으로 매월 생활비를 마사회 쪽에서 지급 받아갈 것이니 인정할 것은 깨끗이 인정하고 적정한 선에서 원만히 합의하는 것이 오히려 좋을 것 같다”고 말이다.
나는 한국마사회장이 무죄판결까지 받은 무고한 기수를 향해 ‘끝까지 마사회가 잘했다고 우기고 일체의 보상도 해주지 마라’는 취지의 지시를 실무진들에게 내리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또한 한국마사회 고위직에는 평소 인권문제에도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계신 법류가 출신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히 일부 실무자들이 H에 대해 백기항복을 요구하며 강박해 옴은 국가공기업인 마사회의 권위와 신용에 오히려 먹칠을 하는 것이라 생각해 지면을 빌어 간곡히 청원한다.
거대 조직 마사회가 과거의 관행같았던 징계절차를 일신하고 이번 H의 일를 계기로 합리적인 결과를 이끌어냄으로써 기업이미지를 새롭게 했으면 좋겠다.
페어플레이란 경마에만 요구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기수들도 이제는 국민적 스타가 되어가고 있으며 수많은 경마팬들이 기수들의 동정과 일거수 일투족마저 지대한 관심을 갖고 지켜본다는 것을 마사회도 인지했으면 한다.

-김영호 사단법인 서울경마장 기수협회 고문변호사


작 성 자 : 이희경 pinklady@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