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마들은 경마장의 공간이 좁다보니 많은 시간을 마방 안에서 보낸다. 넓은 들판에서 뛰어다녀야 하는 말들이 3평도 안되는 좁은 마방에 갇혀 생활한다는 것은 말에게는 스트레스가 많이 쌓일텐데 경주마로 있는 한 어쩔 수 없다. 말들이 마방 밖으로 나와서 걸어 다닐 수 있는 시간은 새벽훈련(조교)을 할 시간이나 오후에 마구간 주위에서 말들을 끌어내어 놀이운동을 시켜 줄 때뿐이다. 이때 말들을 밖으로 끌어내 타고 다니거나 관리사가 끌고 다니면 기분이 좋아서 뒷발질도 하고 앞발을 들기도 하며 마구 날뛴다. 그렇다고 말들이 매일 밖으로 나오는 것은 아니다. 경마장의 공휴일인 화요일에는 말들도 쉬어야 하기에 마방 밖으로 전혀 나오지를 않는다.
말들이 밖으로 나오는 시간이 대체로 비슷한데 간혹 밖에 나와야할 시간이 아닌데도 관리사가 말을 끌고 다닐 때가 있다. 쉬는 화요일이나 오후 늦게 밖에서 끌고 다니는 것을 보면 마필 관계자들은 “어이구 산통 걸렸구나”한다. 산통에 걸리면 말을 밖에서 계속 끌고 다닌다. 그러다 보면 몇 시간이나 끌고 다닐 때도 있다. 말이 산통에 걸리면 소속조의 사람들은 말이 완쾌 될 때까지 말의 옆에서 지켜보느라고 고생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수의사를 불러 치료를 하지만 심하게 아픈 경우에는 마필 보건소에 입원을 시키고 입원한 병실에서 병간호를 하며 옆에서 지키고 있어야 한다.
도대체 산통이 무엇이길래 말들이 겁을 먹고살까(?). 말과 생활하다보니 산통이라는 말만 들어도 걱정이 되는 것이 사실이다. 어떻게 보면 마구간에서 가장 무서워하는 병이 산통일수도 있다. 산통을 조기에 발견하면 피해를 최소화하며 치료하면 되는데 심한 경우에는 죽을 수도 있다. 실제로 능력이 있는 말들이 죽는 것을 보지 않았나. 그리고 산통으로 인해 경주에 출전하려던 것을 포기할 때도 있다.
이런 무시무시한 산통이 무언가 알아보니 수의학적인 용어이고 쉽게 말해서 배앓이를 말하는 것이다. 배앓이!!! 배가 아프다고 그 큰 덩치의 말들이 맥을 못춘다 말이야! 그러나 어쩔 수 없다. 아무리 커도 말은 배앓이에 당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놓여 있다. 말은 큰 체구에 비해 위의 용적이 10리터 정도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위가 적으며 말은 소와 달리 되새김을 할 수가 없어서 토해낼 수가 없는 특징을 갖고 있다. 시골에서 소가 여물을 먹을 때 삼켰다가 다시 넘어와 입안에서 되씹고는 하는 것을 되새김한다고 하는데 말은 되새김을 하지 못하는 동물이다. 이러한 특이한 생리구조를 가졌기에 산통이 자주 발생하는데 산통은 특정한 질병은 아니고 질병복합체라고 한다. 특히 복통으로서 여러 가지 다양한 장애들이 원인이 된다.
산통에 있어서 복통의 주요한 원인은 위나 장의 확장이다. 위의 확장은 소화관의 폐색이나 소화관을 통하여 이동시키는 운동의 잘못으로 인한 가스, 액체, 혹은 음식물 축적의 원인이 되어 일어날 수 있다. 산통의 원인 중에서 내가 봐온 몇 가지 나열하여 보면 첫째, 변비가 원인일 때도 있는데 변비의 원인으로는 전반적으로 건강상태가 나쁘다거나, 질이 나쁜 사료를 주거나, 치아결손 및 아주 긴 간격을 두고 사료를 주는 것 등이 원인이 되어 일어난다. 둘째, 경련산이 원인 일 때로 경련산은 흥분하기 쉬운 기질을 갖고 있는 말에서 자주 발생한다. 말을 흥분시킬 수 있는 어떠한 것도 원인이 되며 몹시 흥분하는 말을 오랜만에 주로에서 훈련하고 들어와 마방에 넣었는데 산통이 걸리는 경우가 있다. 셋째, 풍기산도 있는데 흔히 가스산이라고 한다. 그 이유는 장이 많은 가스로 팽만하기 때문이다. 발효성이 있는 녹색사료를 다량 먹이게 되면 많은 가스가 생성된다. 그 외에 여러 가지 원인이 있다.
산통은 계절이 바뀌는 시기에 많이 발생한다. 그러나 다른 때보다도 요즘 산통이 더 많이 발생하고 있다. 원인이 무엇일까? 원인을 파악하여 말들이 산통에 걸려 고생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 28조의 말도 산통에 고생하고 있는데 빨리 완쾌되기를 빈다.


작 성 자 : 홍대유 pinklady@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