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유의 경마장 이야기(29)-신인들의 우승은 즐거워...

미승리마 경주에 서범석 조교사의 ‘자심’을 타게 됐다. 서조교사 왈, “선행을 잘 받아서 마음껏 몰아 보라”고 한다. 아예 스타트하면서 채찍질로 앞에 가자고 한다. 나는 OK하고는 스타트 잘해 선행 가겠다는 마음으로 경주로에 나갔다. 게이트가 열리며 스타트는 잘됐다. 선행 갈 수가 있을 것 같아 왼손 채찍을 두 대 때리고 앞에 나가려고 하는데 말이 채찍에 응하지 않고 그대로 달리는 것이다.
보통의 말들은 스타트하고서 채찍을 가하면 조금 더 빨리 앞으로 나가는 것이 보통인데 채찍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 더 가려는 반응이 없다. 그래서 나는 “아! 이것 봐라” 하면서 채찍을 오른손으로 갈아 쥐고는 세게 몇 대 더 때렸다. 그랬더니 말이 조금 꿈틀하며 안쪽의 말들보다 반마신(약1미터) 정도 앞에 나섰다. 몰고 선행을 갈 수가 있을 것 같아 힘차게 모는데 나의 말 안쪽에서 고성이 쏟아지고 있다. 아악,,, 우아악,,, 우와악,,,, 난리가 아니다.
소리를 지른다는 것은 뒤에 말이 있으니 조심하라는 의미로 방해를 받는 순간에 지르는 것이기에 나는 진로 방해를 하였는가 싶어서 더 이상 앞으로 나가려는 것을 포기하고 경주를 펼쳤다.
말에서 내리면서 내가 진로 방해를 했나 갸우뚱 하며 뒤에서 소리가 그 정도 났으니 안쪽 말을 방해하여 제재를 받겠다는 씁쓸한 마음으로 모니터를 보았다. 헌데 내가 방해를 전혀 하지 않고 똑바로 잘 가고 있으며 안쪽의 말들도 방해를 전혀 받지 않고 있는 것이다. 순간 황당하였다. 너무나 어이가 없었다. 위급한 상황도 아닌데 몇 백미터를 계속해서 소리 지르니... 계속된 고성에 나는 레이스를 펼치는 동안 진로방해를 하였는지 알고 얼마나 찜찜하였는가?
고성을 지른 기수는 신인 문세영이었다. 뒤에서 너무나 고성을 지르기에 큰 사고나 나는 줄 알았다고 하니 옆에 있던 박태종 왈, “신인들이 경주 중에 고성을 지르며 말을 타기에 그렇지 않아도 교육을 시켰다”고 한다. 어이없어 기수들과 경주중 고성에 대하여 이런저런 얘기를 하고 있는데 세영이가 들어 왔다. 세영이를 앞에 세우고 “야!, 너 왜 그리 소리소리 지르면서 말을 타냐!”고 혼을 내려고 하는데 세영이 동기인 20기 후배가 음료수를 갖고 와서 마시라고 한다. 이번 경주에서 문세영이가 첫 우승을 하여서 음료수를 돌리고 있는 것이다. 순간 나는 세영이를 야단 치려는 말을 접어 두고 축하한다는 말로 대신 하였다. 어찌하랴! 생애 첫 우승을 하여 기쁠텐데,,. 혼은 나중에 내고 일단은 축하한다는 말로 넘어갈 수밖에. (경주 중 위기상황이 아닌 이상 고성을 지르는 것은 반칙이다. 재결에서 제재를 줄 수도 있다. 후배들이여 고성을 지르는 것은 되도록 삼가 하여 주길 바란다. 선배들 간 떨어지겠다.)
일요일 기수대기실에서 부회장인 천창기와 협회 현안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는데 6경주가 스타트하고 있다. 창기가 갑자기 선행을 가고 있는 자기 조의 신인 윤대근을 응원하고 있다. 라스트에 접어들며 대근이가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나도 창기와 같이 대근이를 응원하였다. 대근이의 첫 우승을 바라며 응원 하는데 결승선에 다 오면서 밖에서 누가 채찍을 하면서 치고 나온다. 치고 나오는 기수의 채찍질을 마구 하는 모습이나, 기수복이 선배 기수 같기도 한데 대근이를 이기고 우승하는 것이다. 대근이의 첫 승은 날아갔다고 아쉬워하려는 순간 화면이 바뀌며 결승선을 골인하는 기수가 나오는데 선배가 아닌 이금주가 아닌가,,, 신인 금주가 우승을 한 것이다. 대근이가 우승을 하지 못한 아쉬움은 싹 없어지고 금주가 우승하였다고 기뻐하였다.. 금주야 축하한다!
기수대기실에서는 신인 기수가 첫 우승을 하면 우승한 기수가 모든 기수에게 음료수를 돌린다. 오늘은 유재필이와 금주가 첫승해 음료수를 얻어 마셨다. 조금 있으니 박태종이가 JRA경마대회에서 우승하였기에 음료수를 돌리고 있다. 태종이는 얼마나 기쁜지 한병이 아니라 두병씩 마시라고 한다. 체중 빼는 기수들 “어이구 오늘은 음료수 얻어 마시다 보니 배가 부르네 체중 오버는 누가 책임져줄꺼야,,,” 이정표 왈. “이번주만이 날이 아니여! 오늘만 너무 우승하지 말고 다음주 다다음주도 음료수를 공짜로 마시게 해줘!!!”란다.

작 성 자 : 홍대유 pinklady@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