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甲은 乙에게 1988년 12월31일 금 5백만원을 이자 월 2푼, 변제기는 1989년 6월30일로 하여 차용하여 주었다. 그러던 중 변제기가 경과하여도 乙은 이리 저리 핑계를 대며 이자조차 안주더니 급기야 갑작스럽게 이사를 가서 행방이 묘연해지기에 이르렀다. 이에 甲은 빌려준 돈을 받기를 포기하던 중 우연히 1999년 2월 15일 乙을 만나게 되어 변제를 독촉하여 가까스로 乙로부터 1999년 12월31일까지 전액변제하겠다는 지불각서를 받았다. 그러나 위 변제일이 되자 乙은 이미 위 5백만원에 대한 것은 소멸시효가 경과되어 자신은 돈을 갚을 필요가 없으며 위 지불각서도 무효라고 주장한다. 甲은 乙로부터 위 금 5백만원을 받을 수 있겠는가?

답
위 사안에서의 문제는 이른바 소멸시효에 관한 것이다. 소멸시효란 일정한 사실상태가 일정한 기간동안 계속된 경우에, 그 사실상태가 진실한 권리관계에 합치하느냐 여부를 묻지 않고서, 법률상 일정한 효과, 즉 권리를 소멸시키는 법률요건이다.
위 사안의 경우는 소멸시효기간이 경과한 경우의 문제이다. 일반적으로 채권의 소멸시효기간은 10년이므로 변제기 경과후 별다른 사정이 없이 10년이 경과하면 그 채권은 소멸하여 채권자는 채무자에 대하여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 사안에서는 甲이 乙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대여금 채권의 변제기가 1989년 6월30일이므로 그로부터 10년이 경과한 1999년 7월1일이 되면 위 채권은 소멸시효가 경과되어 乙은 甲의 청구에 대하여 권리소멸을 이유로 변제를 거부할 수 있다.
그러나 사안에서는 乙이 甲에게 소멸시효가 경과된 채권에 대하여 변제를 하겠다는 지불각서를 써주었다. 이러한 경우에 어떻게 되는가를 살펴보아야 한다.
민법 제162조 제1항에 의하면 甲의 대여금반환채권은 1989년 6월30일부터 10년이 지나면 시효로 소멸하는 것이지만, 10년이 지나기 이전에 乙로부터 지불각서를 받았다면 민법 제168조 제3호의 채무승인으로 보아 소멸시효가 중단될 수 있다.
그런데 사안의 경우는 소멸시효기간이 경과된 다음에 지불각서를 받은 경우이다. 이러한 경우 문제가 될 수 있겠으나 위에서 乙이 시효기간 경과후 지불각서를 써서 甲에게 교부한 행위는 일종의 소멸시효기간 완성후의 시효이익의 포기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경우에는 乙이 작성한 지불각서는 그 지불각서로서의 효력을 그대로 발휘할 것이고, 이에 따라 甲은 위 지불각서를 근거로 乙에게 대여금채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리고 甲의 대여금채권은 위 지불각서 기재의 지불기일인 1999년 12월31일로부터 10년이내에는 소멸시효로 인하여 소멸되지는 않는다 할 것이다.
【본지 법률고문】

작 성 자 : 양건식 violet@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