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홍준 교수의「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온다.
‘아는 만큼 볼 수 있고, 보는 만큼 느낄 수 있다.’ 다들 한국경마가 문제이고,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지만 문제점을 정확히 인식하고 자신의 경마철학을 담아 변화의 방향을 옳게 잡아가려면 그만큼 경마에 대해 잘 알아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한국경마 이제는 바꿔야한다라는 제목으로 9차에 걸쳐 글을 써왔지만 한국경마에서 그런 개혁이 이루어지려면 경마전문인력이 더 많아야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필자가 알기엔 한국마사회의 기본적인 인사정책은 순환보직으로 알고 있다. 경영을 이끌어 가는 제너럴 리스트를 양성한다는 점에서 순환보직도 좋은 인사정책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한국마사회의 가장 핵심이 되는 경마는 전문화된 인력, 즉 스페셜리스트들이 담당해야하는 것이 아닐까싶다.
단, 핸디캡위원, 재결위원, 경마개최위원, 생산지원팀과 같은 경마관련 보직끼리는 순환 보직이 되는 게 좋을 것이다. 말 능력을 가장 잘 알아야 하는 사람이 핸디캡 위원인데, 핸디캡 위원이 말을 잘 알기 위해서는 레이스 전개, 기수의 작전, 혈통까지도 두루 꿰고 있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핸디캡 위원이 재결을 담당하거나, 목장의 담당자로 가보는 것도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현재 모습처럼 경마와 전혀 무관한 부서에 있던 사람이 핸디캡위원이나 재결위원을 담당한다면 전문성도 떨어지거니와 경마를 시행할 때 일관성 또한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언제 경마와 관련 없는 보직으로 갈지 모르는 상황에서 시간이 많이 걸릴 정책을 입안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6년전 한국경마는 대대적인 변화가 있었다. 명마들에게 치명타로 작용했던 과중한 핸디캡도 사라지고, 상위권에서 단거리 경주가 시행되어 경주마의 분업화 현상도 일어났었다. 이런 것이 가능했던 것은 경마를 제대로 아는 전문가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 살펴보면 그때의 정책에서 변화한 것은 핸디캡이 0.5kg 단위로 세분화된 것과, 등급체계가 군체계로 변경된 것 외에는 특별히 변한게 없을 정도로 좋은 틀을 가지고 있었다. 오히려 지금이 그때보다 전체적으로 후퇴한 모습을 보여주는게 아닌가 싶다.
이제 한국경마도 덩치에 맞는 선진경마가 되어야 한다. 그렇게 되려면 경마에 대한 신념과 철학을 가진 경마전문인력이 대거 있어야 한다. 그렇게 될 때 팬들의 만족도 증가, 매출액 증가, 경마수준향상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고 한국경마는 한단계 더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작 성 자 : 박종준 ringo@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