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제10경주에 열릴 한국마사회장배는 국산 1군 정상급 마필들 간, 혹은 세대교체를 노리는 신구 세력 간 대격돌로 큰 관심이 모아진다. 마사회장배는 그랑프리, 더비, 장관배에 이어 높은 상금(총상금 2억1천만 원)이 걸린 명실공히 국산마 최대 규모의 대회 중 하나로 꼽힌다. 그래서 대회를 준비하는 마필 관계자들의 마음가짐이나 태도도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하고 승부욕 역시 커진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정작 대회 우승관계자에게 트로피를 전달할 주인이 없어 이번 야간경마의 축제 분위기에 찬 물을 끼얹고 있다는 지적이다.
물론 중요한 것은 승부의 결과이지 누가 우승 트로피를 건네느냐는 ‘있으면 좋고, 없어도 그만’인 부수적인 문제일 수 있다. 하지만 명색이 ‘한국마사회장배’인데 그 주인격이라 할 수 있는 마사회장이 현장에 없다는 것, 그리고 벌써 한 달 넘게 그 중요한 자리가 비어있다는 점은 경마팬들에게도, 관계자들에게도 아쉬움을 넘어 우려의 정도까지 이르고 있다.
공모제를 약속했다가, ‘도덕성 문제’를 운운하며 다시 태도를 바꾼 청와대나 정부 관계자들의 ‘굼뜬’ 행보는 각종 과제가 산적한 경마산업이 수장(首將)도 없이 계속 우왕좌왕하면서 혼란만 가중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그러는 가운데 경마계와 정치권 안팎에서는 ‘특정 인물의 청와대 내정설’ 혹은 ‘특정 단체의 마사회장 밀어주기’식의 온갖 루머가 떠돌고 있다. 그러면서 앞으로 마사회 조직은 어떻게 정비될 것인지, 경마산업의 방향은 어떻게 설정될 것인지 관심과 우려가 교차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다. 이런 루머들 중에는 물론 진실도 포함돼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중요한 것은 도덕성과 전문성, 그리고 열정을 갖춘 인물이 하루 빨리 마사회장으로 취임해 산적한 과제들을 풀어가고 경마산업의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는 점이다.
실물경제 위축과 도박산업의 과잉 공급으로 경마에 대한 사회 전반의 시각이 악화돼 가고 있는 시점이다. 지금까지 힘들게 노력하면서 부각시키고자했던 경마의 긍정적 역할이 또 다시 위축되면서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고 각종 사회 문제만 야기한다는 부정적 측면만 강조되어가고 있는 게 요즘 분위기다. 여기에 든든하게 경마산업을 받혀왔던 경마 입장객마저 나날이 줄고 있어 경마종사자들의 미래에 대한 불안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1조 4천억 원이 넘게 투입된 국책사업이 중단 위기에 놓인데다 장관마저 사퇴해버린 농림부의 복잡한 상황을 이해 못하는 바 아니다. 그러나 정부 관장부처로서 경마산업에 대한 애정과 관심, 그리고 현재의 위기상황에 대한 이해가 조금이라도 있었더라면 진작에 마사회장 자리는 채워졌을 것이다.
청와대와 농림부의 지금까지의 고민과 결정 과정이 경마산업을 책임질 인물에 대한 선택의 문제와 책임감에서 비롯됐기를 바란다. 정치적 수단으로써, 혹은 정계 진출을 위한 발판으로써 마사회장 자리가 이용되는 일이 앞으로는 없길 바라며 지금까지 선임을 미룬 것이라 해두자.
그렇더라도 마사회장 없는 오늘의 마사회장배는 어딘지 허전할 것이다. ‘장관배 때도 장관이 안왔는데…’라며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는 경마팬들의 이런 무심한 반응이 무얼 의미하는지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야간경마가 시작됐다. 지난해 이 기간에는 처음으로 일일 입장객이 20만을 넘어서면서 명실공히 국내 최대 규모의 레저산업으로써 경마의 입지를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계기가 됐고 이후 경마산업은 한동안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렸었다.
최근 경마산업의 침체 정도를 감안하면 지금이야말로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중요한 때이기도 하다.
매출액을 얼마나 더 늘리느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경마저변인구가 확대되지 않는 상황에서 1인당 베팅액만 과도하게 늘어난다면 오히려 각종 범죄와 사회 문제만 빈발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 평균 입장객이 5만여 명 가까이 감소했다는 점은 간과할 수 없는 문제다. 경마저변인구 확대는 궁극적으로 경마산업을 든든하게 받힐 밑바탕이 돼야한다.
속히 신임 마사회장이 취임해 산적한 과제들을 슬기롭게 하나하나 풀어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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