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경 칼럼 - 그래서 외산마 정책은 성공했는가

올해 수입된 외산마의 수준이 질과 양에서 모두 기대치에 못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올 1월부터 현재까지 등록된 외산신마는 60여 두인데 이중 절반이 지난 연말 도입분이어서 실질적인 신마는 30두에 불과한데다 전반적인 능력평가도 지난해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고있으니 도대체 어찌된 일일까.

이는 외산마와 관련된 마사회 정책의 큰 틀이 최근 3년 새 바뀌었기 때문인데,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발전적 모색이었나 퇴보를 전제한 타협이었나에 달려있을 것이다.

변화라는 것은 지난 2002년부터 시작된 개별수입제가 첫번째고, 올 4월 등록마부터 적용된 현지전적 없는 신마라는 수입 기준이 두번째다.

개별수입제 시행은 누가 뭐래도 잘 한 정책이었다. 우승열패라는 경마이념에서 가장 중요한 게 경주마인데 이를 구매자가 직접 보지도 않고 시행체에서 일괄 구매해 추첨분양했다는 것은 지금의 개인마주제나 경마시행 틀을 놓고 봤을 때 뒤떨어지는 정책이고 후진적 방식이었다. 경주마도 일종의 사유재산인데 구매자 스스로 어떤 게 좋은지, 서울경마장의 상금 규모나 경주수를 놓고 볼 때 어떤 걸 골라야 이익이 극대화될 지 계산해야 하지 않겠는가.

책정된 상금 규모에 맞게 비슷한 가격, 비슷한 수준의 말들을 추첨받던 방식에서 이렇게 바뀌자 자연스럽게 마주와 조교사들 간 경쟁이 붙었고 상금과는 무관하게 구입가격도 가파르게 올라가기 시작했다. 도입되는 외산마들의 수준도 크게 향상된 것은 물론이다.

당장 단점도 나타났다. 외산마 경주 수와 상금 총액은 정해져 있는데 이를 뛰어넘는 고가의 마필들이 하나둘 들어오면서 마주의 손실도 커졌고 이들이 거의 상금을 독점하다시피하면서 상대적으로 저가에 들여온 마필들은 경주 출전 기회도 잡기가 어려워졌다는 게 그것이다. 강한 상대를 피해 경주에 출전하려는 말들이 늘면서 경주편성에도 어려움이 생겼다. 좋은 말을 받은 쪽과 그렇지 못한 쪽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도 조교사들의 불만을 고조시켰다.

그래서 마사회가 내놓은 두번째 정책이 수입제한조치였다. 마사회는 올 4월부터 등록하는 외산마에한해 현지전적이 없는 신마로 수입 기준을 제한했다. 이런 기준에 의해 도입된 외산마의 수준을 당장 평가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드러난 외산 신마들의 면면을 봤을 때 실망을 감출 수 없다. 외산 신마 중 뭐라도 보여준, 소위 좀 뛴다는 능력마가 얼마나 되나. 능력마는 고사하고 4군 경주에서 기존마를 상대로 입상한 케이스는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더그레이트모굴이나 섭서디 등이 눈에 띄지만 이들은 이미 지난해 하반기에 도입됐거나 현지 전적이 있는 마필들이었다. 현지전적이 없는 금토사도 지난해 도입분이니 사실상 마사회가 정책을 바꾸면서까지 강조했던 현지전적 없는 미출전 신마는 거의 전멸하다시피한 거고 적어도 현시점에선 올해 외산마 농사는 실패작이다.

현지전적이 있었든 없었든 시야를 좀더 넓게 가져가보면 전반적인 외산신마들의 능력이 지난해 이 무렵에 도입된 마필들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게 더 큰 문제로 와 닿는다.

외산 1군 대회인 YTN배만 비교해 봐도 알 수 있다. 지난해 이 대회에는 출전마 8두 중 3두가 그 해 데뷔한 신마였다. 게다가 퍼펙트챔피언과 언어카운티들리는 공동우승을 차지했고 아일랜드피버도 4위를 기록하며 기존마들을 뛰어넘지 않았던가.

단정짓기는 이르지만 올해는 상황이 그렇지 못할 전망이다. 템피스트웨스트나 아일랜드피버, 자비스 등을 꺾을 신마가 있을지, 아니 출전할 마필이 몇이나 될지도 의문이다.

이래 갖고 어떻게 외산마 경주를 편성하고 큰 대회를 치를 수 있겠는가.

마사회가 수입제한을 두지 않았을 때는 오히려 퍼펙트챔피언, 스페셜러 같은 능력있는 미출전 신마들이 제법 공급되기도 했다. 능력이 검증됐거나 가용 기간이 한정된 값비싼 말을 살 것인가, 가능성이 무한한 신마를 살 것인가 구매자들의 선택 폭이 그나마 넓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예 미출전 신마로 제한되면서 이럴 바에야 국산마 쪽으로 눈을 돌리겠다는 마주들이 늘어나고 있다. 국산마는 외산마에 비해 경주수도 3배 이상 많고 상금도 더 높은데 굳이 값비싼 외산마를 구매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우수한 자국산마 생산은 중요한 과제다. 하지만 그렇다고 외산마를 둘러싼 공급 정책, 경주시행 규모 등이 상대적으로 등한시 돼선 안된다. 생산은 생산대로 발전적 대안을 모색하고 외산마 관련 정책은 그 나름대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어야 한다.

외산마는 운영두수도 적은 만큼 경주수도 적을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적은 규모를 알차고 내실 있게 운영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지속적으로 검토하고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능력이 출중한 일부 개별수입마 때문에 경주편성에 어려움을 겪고 경주박진감이 떨어졌으니 미출전 신마로 수입기준을 제한하겠다는 마사회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앞다퉈 우수한 외산마를 도입하려던 열기가 왜 1년 새 싹 사그러 들었는지, 마주들이 왜 외산마에 대한 구매력을 상실했는지 마사회는 다시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작 성 자 : 이희경 eheek@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