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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마 70여년 역사이래 처음으로 시도해보는 경마팬과 기수들의 선진경마 여행이 마침내 시작됐다. 다소 어색한 만남으로 시작됐으나 경마라는 공통분모가 바탕이 돼 어느새 친근감을 느끼게 됐다.
인천 국제공항을 출발해 세 시간 정도 비행하여 홍콩 첵랍콕 국제 공항에 도착했다. 홍콩은 일본과 함께 아시아에서 경마 문화가 가장 번성한 곳이다. 총인구가 거의 7백만 명이고, 국토는 서울 면적의 1.8배에 달하는 조그마한 섬나라다. 기후는 안개가 많고, 습도 80∼90%의 매우 습한 날씨다. 홍콩에는 해피밸리(Happy Vally)와 샤틴(Sha Tin) 두 곳의 경마장과 126개소의 장외발매소가 있다. 전경이 뛰어난 샤틴경마장은 1978년에 개장했고, 해피밸리경마장은 15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홍콩 최고(最古)의 경마장이다. 홍콩경마는 현지인들 뿐 아니라, 전세계에서 방문한 관광객들도 즐기는 오락으로서 다소 도박성이 짙지만 전체적으로는 가족과 친지단위로 건전하게 관전하는 스포츠의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경마시즌은 매년 9월부터 다음해 6월까지 연간 약 75일 정도 경마가 열리고 거의 매주 수요일 밤과 주말에만 개최된다. 연간 매출액은 약 16조원으로 우리나라의 약 5배에 달한다. 홍콩경마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경주마 생산이 전혀 없고 경주마 전체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점이다. 경매를 통해 수입되는 경주마는 16만 달러(약 1억9천만원)로 우리나라 수입 마필 경매가 약 천만원의 20배에 달하는 매우 높은 수준이다. 좁은 면적과 좋지 않은 기후, 적은 인구에도 불구하고 마권발매와 관련된 기술과 방법에 있어서 세계최고 수준을 자랑하며 연간 총 매출액도 미국과 맞먹을 정도로 경마 선진국 수준이며 전체인구의 1/3 정도가 경마를 즐기며 생활하고 있다.
홍콩 관광에서 경마 투어는 빼놓을 수 없는 메인 이벤트다. ‘홍콩 자키클럽 전용구역’은 클럽 멤버와 외국인 관광객 외에는 현지인도 일절 입장할 수 없는 곳으로 경마를 관전하기에 최상의 위치에 있으며, 클럽 전용 뷔페식당에서 식사를 자유롭게 즐기면서 멤버 전용 마권 판매장에서 마권을 살 수 있다. 상한선은 1 홍콩달러부터 한화 5천만원까지 베팅을 즐길 수 있다. 모두가 가족이나 친지 단위고 접대로 귀빈을 초대해 즐기는 사교장이나 다름없었다.
현역 기수 입장에서 본 홍콩경마 문화는 평소 꿈에서 그려오던 이상(환상) 그 자체였다. 무엇보다도 경마가 완전히 레포츠로 뿌리내리고 있었으며 경마팬들도 가족과 친지 위주로 주말마다 식사를 하며 소신껏 마권도 사고 기수와 마필을 열렬히 응원하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것 같았다. 경주마, 기수, 경마팬, 자키클럽 관계자 등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경마 문화를 창출하고 있었는데 이점이 나에겐 너무나 부러웠다. 솔직히 욕설과 질타가 나무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이 안타깝기만 했다. 경마가 영국 귀족층에서 유래된 스포츠라서 그런지 기수들도 욕설과 질책의 대상이 아닌 우승이라는 작품을 일궈내는 아주 귀한 존재로 느껴졌고, 실제로 그런 귀한 대접을 받고 있었다. 한마디로 아무나 될 수 없는 희소성을 가진 완전한 스타였다. 열심히 기승하고 노력한다면 부와 명예, 둘 다 소유할 수 있는 부러움의 대상으로 다가왔다.
홍콩 국민들에겐 도심 한 가운데의 경마장이 어느덧 자기 생활의 한 일부분이 돼있었다. 우리나라 경마장도 국민들에게 가까이 다가서려면 경마 수익금 및 제반세금을 눈에 보이는 곳, 꼭 필요한 곳으로 명백히 환원돼야 한다. 홍콩자키클럽의 경우 경마수익금 및 세금을 의학센터나 의료시설 쪽으로 투자하고, 국민들의 휴식공간을 위해 거친 불모지를 개발해 세계적이 관광공원인 해양공원(Ocean Park)을 만드는 등 국민들에게 직접 피부에 닿을 수 있도록 재투자하고 사회로 환원하고 있다. 국민들이 자기가 산 마권으로 싼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고 명소가 된 해양공원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으니 경마를 사랑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홍콩 선진경마 문화를 참관하면서 한 층 성숙된 선진경마 문화를 피부로 느낄 수 있었고, 우리나라 경마 문화를 더욱 발전시킬 수 있도록 일조 하겠다고 다짐했다. 일정 변경으로 홍콩 기수와의 면담이 취소돼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은 약간의 아쉬움으로 남았다. 걸어온 길보다 걸어가야 할 길이 더 많이 남은 우리경마도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가일층 성숙해져야 한다고 본다.
바쁜 일정에도 몸소 뛰어다니며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좋은 경험을 쌓게 해 준 김문영 경마문화신문 사장님과 홍대유 기수협회 회장님, 홍콩 자키클럽 관계자들에게 지면으로나마 감사를 드린다. 끝으로 우리나라 경마가 하루빨리 국민들 속에 자리잡고 여가선용의 레포츠로서 뿌리내리는데 보탬이 될 수 있도록 경마 최일선에서 전념할 것을 다짐해본다.
작 성 자 : 조용배 knhn@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