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마의 질주습성은 절대적인 개념은 아니다. 하지만 유능한 조교사는 경주마 특성에 맞는 질주습성을 마체에 익혀주기 위해 노력한다.
순발력이 다소 떨어져 초반부터 뒤지는 말은 어쩔 수 없이 추입형 마필로 길들이고 초반 스피드가 뛰어난 말이라 할지라도 장래를 위해 서서히 추입형으로 길들이는 경우도 있다.
데뷔 초기 추입형 질주습성을 보이면서 순위권을 맴도는 말은 고질적인 늦발 악벽만 없다면 장래가 매우 밝다. 더군다나 기승기수가 출발직후 마필 추진을 강하게 하지 않고 있다면 이는 순발력이 뒤져서가 아니라 장차 추입형 마필로 성장시키려는 조교사의 의도가 개입됐다고 간주해도 무방하다.
추입형 질주습성을 보이는 말은 거리가 늘어날수록 유리하다.
추입은 지구력을 바탕으로 가속과 탄력을 필요로 한다. 선행형 마필들이 늘어난 거리에서 자연스럽게 지구력 부족으로 발걸음이 무뎌질 때 추입형 마필들은 비로소 가속과 탄력을 구사할 수 있기 때문에 늘어난 거리만큼 순위가 수직 상승할 수 있다.
예컨데 1000m에서 순발력 부족으로 고전하던 마필은 1200m에선 추입거리가 200m 늘어난 만큼 유리해지고 1400m에선 추입거리가 400m 늘어난 만큼 유리해진다.
물론 기본적인 스피드와 탄력없이 꾸역꾸역 뛰면서 어부지리 추입으로 착순권을 맴돌던 말은 거리가 늘어났다 할지라도 부진마들로 편성된 경주에서나 추입마로서 구실 할 수 있다.
추입을 효과적으로 구사하기 위해선, 즉 자력 추입을 성공시키기 위해선 스피드와 탄력이 불가결의 요소다.
추입은 지구력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스피드와 탄력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늘어난 거리에서 위세를 보여줄 수 있는 추입마를 선별해 내기 위해서는 전 경주시 결승선 직선주로에서 구사했던 발걸음과 끝걸음의 여유를 면밀히 살펴봐야만 한다.
경주마의 능력을 판가름하기 위해서는 초반 순발력 보다는 종반 추진력과 탄력을 살펴보는 것이 효과적이다.
선행마는 단거리에서 두각을 보이다가 한계에 부딪치고 나면 재기가 극히 불투명해진다. 영영 부진마로 전락해 외면을 받기 일쑤다. 하지만 늦추입으로 안타까움을 느끼게 해주는 추입형 마필들은 항상 가능성을 남겨두기 때문에 주시해 살펴봐야 하고 쉽게 외면해서도 안된다.
경주거리가 늘어나면서 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는 추입형 마필을 발굴해 보자. 한번이 아닌 지속적인 적중의 기쁨을 안겨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추입형 마필을 가장한 한계마필을 가려내는 혜안도 더불어 갖고 있어야함을 강조한다.
추입형이지만 그 이상을 기대할 수 없는 마필, 거리가 늘어나면 추입이 무뎌질 수 밖에 없는 추입 한계마필을 제외하고 추입마를 관리한다면 경마의 즐거움이 배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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