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마에게도 적정거리가 있다. 마필의 능력을 최고조로 발휘할 수 있는 적정거리에 출전했을 때 좋은 성적을 낸다.
물론 단거리에서부터 장거리까지 계속 좋은 성적을 내는 말도 있으며 거리에 관계없이 기복없는 꾸준한 성적을 내는 말도 있다.
하지만 유독 특정거리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말과 특정거리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는 말도 있다.
육상경기에서도 거리별로 대표선수가 따로 선발되고 거리별 우승자가 다 다르듯이 경주마에게도 해당마필에 말맞는 적정거리가 있는 것이다.
이와같이 특정 경주마에 알맞는 적정거리를 판별해 실전에서 검증되기 전에 미리 거리적합성을 파악해낼 수 있다면 효과적인 실전공략 방법을 구사할 수 있다.
경주마의 거리적합성은 경주마의 혈통과도 깊은 관계에 있고 체형과도 밀접한 관계에 있다. 장거리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 혈통이나 단거리에서만 두각을 보이는 혈통을 미리 파악하고 실전에 응용하면 유익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며 체형에 따른 적정거리와 거리한계를 파악해내는 것 또한 응용가치가 크다할 수 있겠다.
하지만 이는 상당한 전문적 지식이 요구되고 이에 대한 필자의 식견도 충분치 못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연구과업을 미루기도 하고 경주거리에 따른 거리적합성 여부에 한정해 다루어 보고자 한다.
먼저 1000m나 1200m 경주의 경우에는 경주마로서 자질이 현저하게 부족한 한계마필 이외에는 대부분의 경주마에게 부담없는 거리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자세한 설명이 필요치 않다고 본다.
1400m 경주의 경우 1200m까지 순발력을 주무기로 뛰어난 성적을 내던 마필이 무기력하게 무너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반면 단거리에서 순발력 부족과 늦추입으로 고전했던 마필이 거리가 늘어나면서 뒷심을 발휘해 좋은 성적을 내게 되는 경우도 간간히 찾아볼 수 있다. 중거리의 첫 관문이라 할 수 있는 1400m에 대한 거리적합성을 판별해내기 위해서는 1000m와 1200m 경주에서 기록된 3F타임이나 결승선을 목전에 두고 보여줬던 끝걸음이 중요한 근거자료가 될 수 있다.
또한 1400m에서 추입을 주무기로 좋은 성적을 내던 말이 거리가 늘어나면서 추입이 되지 않는 경우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런 마필은 1400m 전용마라고 할 수 있으며 1700m이상의 경주거리에선 추입을 기대하기 어렵다.
1700m 경주의 경우 별 특색이 없는 말이 좋은 성적을 내게 되는 경우도 많다. 순발력이 별로 뛰어나지도 않고 뒷심도 별로인 어중간한 말이 입상에 성공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이것은 17000m란 경주거리가 속도의 가감없이 비교적 일정한 속도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1700m까지 선두력을 주무기로 연승행진을 거듭하던 마필도 1800m 이상의 경주거리에선 거리 적응에 대한 한계를 드러나고 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경주거리가 늘어나면서 둔화되고 있는 선두력과 지구력을 면밀히 분석할 필요가 있을 뿐더러 지난 경주 선행경합 상대마필들에 대한 냉정한 평가도 요구된다.
선행을 다툰 마필들이 대단치 않았던 경우일수록 선두력을 주무기로 연승행진을 거듭하던 마필에 대한 평가는 절하되어야만 한다.

작 성 자 : 김현웅 violet@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