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찍질에 대해

경마를 관전하다 보면 대부분의 기수가 스타트 시, 혹은 결승주로에서 채찍을 사용한다.
그리고 일부 경마팬 중에서는 경주중 채찍을 사용하지 않고 입상에 실패하면 고의적인 행위로 비난하기도 한다.
채찍을 소위 ‘승부의지’와 동급으로 간주하는 우리나라 경마에서는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 이번호에서는 채찍에 대해 알아보겠다.

채찍의 사용은 두가지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다.
첫 번째 경주마에게 타격을 가해 전력 질주를 위한 것이고, 두 번째는 4코너를 돌아 결승주로에 들어 왔으니 앞으로 결승선까지 모든 능력을 발휘해 우승을 해야 한다는 신호 또는 주의로 경주마에게 환기시키는 수단으로 사용되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두 번째가 채찍의 사용 용도다.
첫 번째도 타당성이 인정되지만 경주마의 습성과 상식을 고려하면 두 번째가 채찍의 사용 용도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유는 먼저 경주마의 지능은 어린 아이 정도의 지능을 가지고 있으며 야생 동물이 아닌 탄생과 육성 과정에서 사람과 가장 가깝고 친근한 사이였기 때문에 일부러 채찍으로 타격을 가하지 않아도 사람의 의도를 알고 행동하도록 되어 있다.
그리고 말은 태어날 때부터 잘 달리 수 있는 다리와 몸을 부여받았기 때문에 선천적으로 달릴 때는 자기 능력의 100%를 발휘하므로 ‘전력을 다하여 달리자’라는 신호만 보내면 달리도록 되어 있다
그리고 오히려 채찍질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호흡이 불일치되면 경주마 능력 발휘에 역효과를 초래하게 된다.
이상과 같은 사실을 기반으로 다른 분야에 응용해 보자.
기수들이 과태금 제재를 받는 이유 중의 하나가 채찍의 과다 사용이다. 일부 경마팬 중에서는 다른 것은 몰라도 최선의 승부로 평가되는 채찍 사용만큼은 과태금 제재를 주지 말아야 되지 않냐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경마에서의 채찍은 위에서 설명한 첫 번째가 아닌 두 번째 용도로 사용되고 있는 만큼 경주마 학대로 제재가 가해지고 있다.
훈련에서도 채찍과 비슷한 경우가 있다. 새벽 훈련시 경주마를 특정 부분에서 훈련을 시작하고 마무리를 계속한다면 경주마는 실전에서도 그와 같은 모습을 보인다. 신호라는 의미에서 가능한 일이다.
즉 매일 같은 부분에서 훈련을 마친다면 경주마는 그 부분에만 가면 질주를 멈추려고 하는 습성을 보인다. 만약 그 부분이 실전에서의 결승선이라고 한다면 웃지 못할 일이 발생할 것이다.
그래서 조교사들은 경주마의 훈련 시작 위치와 끝 위치를 계속해서 변경하며 실시하고 있다.
또 다른 것이 있다면 채찍의 사용으로 경주마에게 악벽이 생기는 것이다. 채찍질을 가할 때만 전력 질주하는 습성으로 어떻게 보면 자연의 섭리를 무시한 인위적인 결과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속담에 ‘주마가편’이란 말이 있다. 달리는 말에 채찍질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맞아야 더 잘한다라는 잘못된 인식이 경마에서 부정으로 오해될 수가 있는데 채찍의 의미는 경주마로 하여금 ‘전력질주하자라’는 신호임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그래서 명마는 경주중 채찍을 눈에서만 흔들어 줘도 전력 질주한다.


작 성 자 : 김대유 dykim@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