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천1백만원 받는 운전기사와 언론>
―감사원의 공기업 구조조정 실사…“부실 경영 공기업이 핵심이다”
―문제의 본질을 원색적인 관심거리로 둔갑시키는 언론 “유감”
최근 언론과 방송을 통해 보도된 감사원의 공기업 구조조정 특감 결과, 마사회 한 운전기사가 6천1백만원의 연봉을 받는다고 해 세상이 시끄럽다.
운전기사는 소위 말하는 전문직종도 아니요, 노동강도가 극히 높은 직종도 아니요, 더욱이 까다로운 입사조건이 필요한 사무직도 아니기에 이같은 임금 수준은 일반 국민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20년째 택시운전을 해왔다는 김모씨, “나도 밤낮, 휴일 가리지 않고 열심히 일해왔지만 그런 돈은 만져보지 못했다”며 씁쓸함과 부러움을 함께 드러내기도 했고, 새삼 마사회 인터넷 홈페이지에는 채용정보에 관한 문의가 부쩍 늘고 있다는 후문이다.
모르긴 몰라도 마사회장은 수억원대의 연봉과 판공비를 챙기는 것 쯤으로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서생현 마사회장의 연봉은 7천5백만원이다. 물론 판공비 성격의 업무추진비도 연간 3천여만원으로 책정돼 있다. 하지만 서회장은 취임 직후부터 전등 끄기, 수돗물 아끼기등을 강조하며 자신의 활동비 역시 70%를 반납, 지나치게 대외 활동에 인색한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받아왔다.
한편, 마사회 직원의 임금 수준은 여타 공기업에 비해 10%가량 높고, 같은 서비스 직종인 백화점이나 금융권에 비해서는 약간 떨어지는 편이다.
다른 공기업에 비해 많이 받는 이유는 휴일근무와 경영실적 때문이라고 전해진다. 실제로 마사회는 연간 4백억원의 흑자를 기록하는 우량 공기업이다.
그렇다면 이번 감사원의 공기업 특감에서 왜 마사회 운전기사 연봉이 불거져 나왔을까? 감사원은 마사회 수송부의 인력을 아웃소싱(out saucing, 인력위탁)하면 연간 10억원 이상 절감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권고했다. 그러나 마사회 수송부의 인력은 총 13명인데 반해 운영 차량은 총 80대로 이들은 1인당 6대의 차량을 맡고 있다. 마사회 자료에 의하면 연간 수송부 예산은 2억9천만원에 불과, 따라서 감사원의 지적과는 동떨어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또한 감사원에서 지적한 37억원 체불임금 지급 역시 불법적인 행위로 간주하기 어렵다. 지난 5월 마사회 노동조합은 체불임금 미지급으로 서생현 회장을 경기지방노동청에 고발, 현재 서회장은 기소 유예 중이며 노동부의 명령으로 마사회는 체불임금을 직원들에게 지급했다.
감사원은 이번 특감이 분명 공기업의 구조조정 성과 및 실태 파악을 위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마사회는 지난 98년 정부 지침대로 구조조정을 이행, 전체 8백90명의 임직원 중 32%에 달하는 2백57명을 정리해고 했고 그 당시의 성과로 24억원을 적립, 98년 당시 20% 삭감됐던 임금을 올해는 10% 가량 인상할 수 있었다.
이번 감사원 발표 내용을 보면 매년 높은 적자폭에 시달리는 (주)주택보증이 56억원의 사내기금을 출연했한 것을 비롯해 구조조정 성과가 미흡한 공기업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런데도 18일자 조간을 접한 대다수 국민들은 마사회 운전기사의 연봉이 지나치게 높은 것을 들어 공기업의 방만경영이 심각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왜 유독 마사회만 질타의 대상으로 지목되는 것일까?
이는 문제의 본질을 정확히 짚어내기 보다 관심을 끌만한 제목으로 독자를 유도하려는 언론의 상업적인 측면이 더 부각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국인의 보편적인 정서 중 운전기사에 대한 편견이 이 같은 충격의 폭을 넓힌 것이며 또 한편으로는 경마팬에 대한 서비스 부재가 경마팬의 피해의식을 부추겼고 더불어 마사회 직원에 대한 임금 수준까지 질타할 수 밖에 없게끔 만든 것이 아닐까?
언론의 책임은 막중하다. 여론을 형성하고 이끌어 가는 게 언론의 역할이다보니 그 책임은 더욱 강조될 수 밖에 없다.
운전기사가 6천1백만원 받는다는 제목의 일간지와 이를 보며 분노하는 여론...핵심이 비켜나간 느낌이다.



작 성 자 : 이희경 pinklady@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