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권 구매환경 개선이 경영혁신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경마에 빠져드는 동기에는 ‘본전심리’가 작동하기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있다. 이 본전을 찾고자하는 심리 때문에 과도하게 즐긴다거나 분수에 넘치게 마권을 구매하고 때로는 일확천금을 노리고 무모한 고액 구매를 하기도 한다. 물론 이런 마권 구매행위에는 우승마에 대한 자기확신과 속칭 부적절한 ‘경마정보’가 가미되는 것 또한 엄연한 현실이다. 그리고 본전심리 때문에 한번에 승부를 보기 위해 고액 구매를 시도한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돈이 있어도 마음대로 마권을 구매할 수 없을 뿐더러 큰돈으로 경마 하는 고액 구매자를 마사회직원들은 ‘오대’라 일컬으며 이상한 눈으로 보고 가령 경마팬이 20만원을 구매코자 하면 연속발행이 불가하다며 발행을 거부하는 현실에서 경마팬은 어디로 가야할 것인가? 이런 현실에서 경마팬은 몇 가지의 길을 놓고 고민에 빠질 것이다. 이상한 취급을 받으며 경마에 계속 참여할 것인지, 아니면 이참에 카지노나 경륜 등 다른 대체업종으로 발길을 돌릴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무한대로 구매가 가능한 사설경마 업체를 선택하든지 구매창구 여직원과의 실랑이와 공갈협박을 통해 연속구매를 유도하든지 어떤 형태의 행동을 할 것이다. 이것이 어느 나라 현실인가? 바로 경영혁신을 외치고 있는 한국마사회와 한국경마의 현실이다. 일반 기업체는 무한경쟁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경영혁신을 비롯하여 고객서비스 혁신에 사운을 걸고 매진하고 있다.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하루에도 수십 개의 기업이 도산이나 경영난에 시달리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한국마사회도 경영혁신을 위해 전 간부들을 대상으로 경영혁신 교육을 실시하고는 있다. 교육의 효과가 진정한 경영혁신 운동으로 전개되고 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혁신운동의 시작은 경마팬의 입장에서 경마를 바라보는 것에서부터 출발되어야 한다. 그동안 한국경마는 철저한 공급자 입장에서 이뤄진 면이 많았다. 그러다 보니 몇몇 제도는 현장감이 떨어지고 탁상공론의 결과가 제도화되어 그것이 마치 선(善)인양 포장되어 또 다른 제도의 논거와 이론의 토대를 제공하고 있다. 이것의 대표적인 사례가 마권구매상한제도이다. 이 제도는 당초 경마팬이 원하는 것도 아니었고 국가에서 법률로 강제하지도 않았던 것을 한국마사회에서 경마관련 사건이 터지자 사행성을 완화해야겠다는 명분으로 84년도에 도입되었다. 그 이전까지 마권구매를 무한대로 할 수 있었던 것을 ’84년도 50만원, 85년도 30만원, 86년도 20만원, ‘94년도 10만원으로 점차 하향 조정되더니 이제는 5만원으로 규제하자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한다. 그동안 국가 경제규모나 개인의 소득 수준도 10여 년 전보다 비약적으로 증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더군다나 화폐가치가 많이 저하되었음에도 여전히 10만원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할 문제이다. 이 제도의 폐단은 당장 사설경마의 증가로 나타나고 있다. 사설경마 증가의 원인은 환급률이 낮은 것을 가장 큰 이유로 꼽을 수 있겠으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고액 마권구매가 어렵고 구매환경이 좋지 못한 이유도 중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연간 사설경마의 규모가 3조원이면 레저세만 하더라도 300억원이 탈루 되고 있고 농특세나 교육세 등 각종 세금과 사회 환원재원을 고려할 때 적어도 400～500억원이 음성적으로 탈루 되고 있으므로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닌데 마사회와 정부는 단속만 신경을 쓸뿐 이러한 환경을 원천적으로 개선하여 사설경마를 발본색원할 대책은 세우고 있지 않은 것 같아 안타깝다.

1만원으로 경마에 참여하는 고객이나 100만원으로 경마에 참여하는 고객들 모두가 마사회에 최상의 서비스를 요구할 권리가 있다. 그러나 요즘 시대는 차별화 전략이 기업전략으로서 각광을 받고 있는 시대이다. 고객 응대 전략도 차별화를 통해 100만원으로 참여한 고객에게는 뭔가 더 특별한 서비스가 추가적으로 주어지도록 하는 것을 마사회에서는 한번 고민해야할 때가 되었다. 언제까지 고액구매자에게 불편을 주고 이들을 내몰려고 하는가, 여유있는 사람들이 경마에 많이 참여토록 하는 것이 경마가 살길이며, 경마인식개선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일일 것이다. 서민은 소액으로, 부자는 좀더 많은 규모로 경마에 참여하여 즐길 수 있는 제도와 환경으로 재정비된다면 우리사회의 현안 과제인 양극화 해결에도 일정부문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