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25일(화)과 26일(수) 이틀에 걸쳐 제주경주마육성목장에서 열렸던 국산마경매가 저조한 낙찰률을 보이며 실패하고 말았다. 1백39두가 상장되어 23두만 팔리고 나머지 경주마들은 각자의 목장으로 되돌아갔다.

이번 경매는 이어링(18개월령)세일과 2-3세마 세일이 함께 이뤄졌다. 25일에 열린 2-3세마 세일에서는 56두가 상장되어 16두가 팔렸다. 한국마사회 소유의 경주마는 18두가 상장되어 14두가 매매되는 호성적을 거뒀으나 생산농가 경주마는 38두중 단 2두만이 팔리는 극히 저조한 모습을 보였다. 26일에 열린 이어링세일에서도 83두가 상장되어 7두만이 팔리는 극히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경매가 저조하자 생산농가들은 매우 허탈한 모습을 보이며 본질적인 문제해결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많은 생산농가들은 경매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경마상금을 생산원가에 맞게 인상하고 마주자격을 전면적으로 오픈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세계의 경마산업 현황을 살펴볼 때 각국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경마산업의 발전은 경마상금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경주편성과 연계한 경마상금의 운용정책을 보면 그 나라의 경마수준을 가늠해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선진 경마국일수록 이러한 원칙은 철저하게 지켜지고 있다. 특히 경주마 생산을 겸하고 있는 나라일수록 경마상금의 중요성은 더욱 크게 부각된다.

한국경마는 경주당 평균상금은 세계에서도 아주 높은 편에 속한다. 그리고 특정 경주 내에서의 상금편차는 경쟁력이 너무 심할 정도로 1위와 2위의 상금 차이가 많이 난다. 그러나 전체 경주마를 놓고 볼 때 군간의 상금차이가 크지 않음으로써 질이 좋은 경주마와 질이 낮은 경주마를 효과적으로 가리지 못하고 있다. 선진 경마국의 경우 특정 경마대회 하나가 우리의 1년 동안 경마대회를 모두 합친 상금에 버금가는 대회가 있기도 하다. 가령 두바이월드컵이라든지 미국의 브리더즈컵 클래식 경주의 경우 80억원이 넘는 상금을 지급한다.

필자가 여러차례 현행 군체계를 폐지하자고 주장한 것은 바로 이런 점 때문이다. 경주편성은 경주마의 나이 성별 우승횟수 수득상금 이 4가지 요인만을 고려하여 편성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다. 선진 경마국에서는 3살 정도의 어린 경주마라 할지라도 능력만 뛰어나면 최고마들이 겨루는 경마대회에 출전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아무리 능력이 뛰어난 경주마라 할지라도 최하위군에서부터 차례대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모순을 안고 있다. 그러다보니 능력이 뛰어난 경주마가 자신의 능력과 차이가 나는 레이스에 출전하여 제기량을 제대로 발휘해보지도 못한 채 도태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경마상금과 연계한 경주편성의 문제도 문제지만 정작 더 큰 문제는 전체적인 총상금 규모가 너무 적다는 데 있다. 마권매출액 기준으로만 보더라도 한국경마의 외형은 세계 10위권에 들고 있다. 경주마 생산농가가 늘어나 이제는 말을 생산하고 육성하는 축산업이 상당한 규모에 까지 와 있다. 물론 얼마나 질좋은 경주마를 생산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었는가도 중요한 문제로 거론이 될 수 있겠다.

경마상금은 경마시행 정책의 최우선 순위에 놓아야 한다. 일부 나라에서는 경마장 내에 카지노를 설치하여 여기서 벌어들이는 수익을 경마상금에 투입하는 정책까지 쓰고 있다. 그런데도 한국경마는 경마상금을 인건비성으로 취급하고 있다. 정부의 승인을 받는 과정도 인건비로 취급을 한다. 경마상금은 결코 인건비로 취급하는 협소한 의미를 지니지 않는다. 경마산업 발전의 가장 중요한 원동력이기 때문이다. 경마상금을 통해서 마주의 재투자를 이끌어낼 수 있고 마주의 재투자가 이뤄짐으로써 농민들이 생산한 경주마가 원활하게 유통돼 전체 경마산업을 살찌워나갈 수 있는 것이다.

이번 경매의 실패는 그 원인을 여러 가지로 분석할 수 있을 것이다. 일부 경마정책의 문제점도 있을 수 있고 생산농가 자체의 문제점도 지적할 수 있다. 정부는 우리 농촌의 진흥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구사하고 있다. 그러나 경마산업에 대해서는 농촌경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저 세금만 많이 징수하기 위한 정책만 펼치고 있다. 이제는 정부가 직접 경주마생산 농가를 위한 정책을 구사해야할 상황이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