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참으로 오랜만에 경마산업을 다룬 방송 중 제대로된 프로그램을 시청할 수 있었다. 26일 자정에 방영된 공영방송 KBS의 ‘수요기획’은 미래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세계의 종마산업을 다뤘다. 경마의 발상지인 영국을 시작으로 아일랜드 호주 일본 등을 현지 취재하고 한국의 경주마생산 상황을 보도한 이 프로그램은 근래 보기드물게 경마산업을 올바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  

한국경마 83년의 역사가 흐르는 동안 우리나라 경마가 부정적 사회의 편견을 떨쳐버리지 못한 이면에는 언론의 경마에 대한 부정적 보도가 큰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다. 언론이 경마에 대해 부정적 보도를 일삼는 것은 부정적 원인을 제공한 경마에 1차적인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의도적으로 경마를 매도한 흔적이 강하게 보인다.

최근 조선일보가 경마에 대한 부정적인 면을 들추면서 공격을 하자 덩달아 다른 언론매체들도 경마를 공격하는데 열을 올렸다. 일부 스포츠신문이며 공중파 방송까지 경마를 두들겨 패는데 한목소리를 냈다.

그런데 이들 언론은 한결같이 경마산업의 표피적인 부문과 부정적인 부문만을 들춰내 국민들에게 알리느라 분주했다. 경마산업이 가지는 본질적인 문제 즉 다른 사행산업과는 무엇이 다른지 왜 세계 100여 국가에서 경마를 시행하고 있는지 다른 나라는 경마산업이 국가발전에 어떤 이익을 주고 있는지는 아예 접근조차 할 생각이 없다.

경마는 기본적으로 말(馬)이라는 가축이 없으면 존립할 수 없는 산업이다. 좋은 말을 생산하여 경주에 투입시키고 검증을 통해 우수마를 발굴하고 우수마를 다시 생산에 투입시키는 순환과정을 통해 다양한 부가가치를 생성시킨다. 이 과정에는 모든 산업분야가 거미줄처럼 연결돼 돈이 오가면서 경제를 튼실하게 하는 것이다. 경주마 생산농민을 비롯해 경마시행체인 한국마사회 직원 마주 조교사 기수 관리사 그리고 소비주체인 경마팬 등  적어도 수십만명이 경마산업과 관련이 있다.  

언론들은 이런 문제에 접근하여 어떻게 하면 우리경제를 살릴 것인가는 아랑곳 않고 그저 경마산업 죽이기에만 골몰하고 있는 모습이다. 보도의 흐름을 살펴보면 부산경남경마공원이 오픈한 이후 금요일경마 부활만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고 있다. 복권은 1주일 내내 팔고 경륜과 경정도 평일에 실시하고 카지노도 1주일 내내 하는데 왜 유독 금요일 경마가 부활된 것만을 트집 잡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우리 언론의 무지가 그대로 드러나는 모습이었다. 특히 보수언론의 대표주자로 ‘안티조선일보’까지 생겨나 사회의 지탄을 받고 있는 조선일보가 경마를 표적으로 쓴 기사와 사설은 많은 독자를 현혹시켰다. 경마산업은 여타의 다른 사행산업과 확연히 다른 특징이 있다. 다른 사행산업은 서비스적인 3차산업에만 집중되지만 경마산업은 경주마의 생산과 연계한 농촌경제와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것은 누누이 강조한 바다.

지난 봄 한국에서 열린 제30회 아시아경마회의에서도 드러났듯이 세계 경마산업의 최종 목표는 어느 나라가 최고의 씨수말을 보유하느냐로 집약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공영방송 KBS의 수요기획 방영은 아주 신선한 것이었다. 간혹 경마산업의 특성을 정확히 잡지 못한 측면도 있지만 씨수말과 씨암말에 초점을 맞춰 세계의 선진 경마국들이 우수 혈통을 보존하고 질좋은 경주마를 탄생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은 우리의 경마산업이 나갈 방향을 다시한번 점검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을 것으로 판단한다.

경마종주국인 영국을 비롯해 아일랜드와 호주 그리고 일본의 종마산업을 두루 소개한 프로그램은 아직은 초보단계에 머물고 있는 우리 경마산업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한가지 아쉬웠던 점은 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유럽의 경주마들이 세계를 제패했으나 그 이후에는 북미 또는 남미 출신의 경주마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데 이들 나라를 취재하지 않은 것이다. 또한 호주나 아일랜드의 경우 정부가 왜 경마산업을 국가의 기간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는지를 알려주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아무튼 KBS의 이번 프로그램은 조선일보를 비롯한 대부분 언론들의 보도와는 확연히 다른 경마산업의 본질에 접근했다는 점에서 아주 신선했다. 제대로된 프로그램을 방영한 KBS에 박수를 보낸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