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마산업이 선진화로 가는 길목에서 개선해야할 과제는 수없이 많이 있다. 그 가운데서도 현행 군체계를 전면적인 폐지하고 경주마의 성별 나이 우승횟수 벌어들인 상금을 기본으로 하는 경주편성 체계의 확립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현행 군체계의 문제점은 한국마사회가 모든 경주마를 소유하고 있던 시행체 마주제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는 경주마 자원이 워낙 빈약해 모든 가용 자원을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는 당위성 때문에 등급제 경마를 시행했다. 경주마자원을 1등급부터 7등급까지 분류하여 경주를 편성했다. 등급 간에는 승급과 강급을 병행하여 성적이 좋은 말은 승급시키고 성적이 저조한 경주마는 강급시켜 경주마를 활용했다. 개인마주제 전환 이후에는 등급제를 폐지하고 현재의 군체계를 도입하여 경주편성을 하다가 국산마의 비율이 높아지면서 외산마와 국산마를 분리하여 군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경주편성체계는 세계에서도 그 예를 찾아보기 힘든 한국경마 만의 독특한 제도이다. 물론 홍콩 등과 같이 경주마 생산을 하지 못하는 나라에서는 우리와 유사한 제도를 시행하고 있기는 하나 우리의 운영방식과는 사뭇 다르다.

이제 국산마의 자급 비율이 80%를 넘어서고 있다. 이제는 과잉생산이 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군체계를 고집하다보면 한국경마는 후진성을 탈피할 수 없다. 군체계 경마를 시행하다보니 질좋은 경주마의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작용할 뿐만 아니라 1군의 경주마가 적체되는 현상이 빚어지고 있고 효과적인 상금벌이를 위해 승군을 기피하는 현상까지 벌어지는 것이 현실이다.

군체계 경마를 시행하면서 나타나는 폐단은 이뿐만이 아니다. 능력이 우수한 경주마라도 하위군부터 차례로 단계를 거치면서 경주에 출전하게 됨으로써 이 과정에서 경주마의 생명을 다하지 못한 채 경마장을 떠나야하는 폐단이 자주 발생하고 있다. 그동안 군체계 폐지의 문제가 대두될 때마다 ‘경주마 자원의 부족’이 약방의 감초처럼 변명의 이유로 등장했다. 그러나 이제는 이러한 변명이 통하지 않게 되었다. 비약적인 국산마 생산증대가 이뤄졌다. 오히려 입사를 기다리는 경주마가 줄서서 기다리는 상황까지 도달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자원이 부족하다면 전체 경주마를 대상으로 경주를 편성하는 것이 효과적이지 군으로 쪼개 경주마 자원을 더욱 적게하여 경주를 편성한다면 더 어려움이 많지 않겠는가.

한국경마가 세계의 경마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군체계 폐지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로 떠올랐다. 경주마의 성별 나이 우승횟수 그리고 벌어들인 상금을 기본으로 하는 경주를 편성해야 한다. 그럴 때만이 진정한 자율경쟁에 의한 경주마 질의 향상이 이뤄질 수 있는 것이다. 상금을 적게 번 경주마는 적게 번 경주마끼리 상금을 많이 벌어들인 경주마는 그들끼리 경주가 편성될 수 있게 함으로써 경주마의 자원을 좀더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부산경남경마공원 오픈과 관련 모든 시스템을 선진화시킬 것이라는 큰 기대를 걸었다. 물론 일부 제도의 경우 서울과는 확연히 다른 선진화된 정책을 쓰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경마시행 선진화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상금과 연계한 경주편성제도에 있어서는 서울경마의 골격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아쉬움이 남는다. 서울경마를 일시에 개선하기 힘든 제도라면 부산경마만이라도 시작단계에서 상금과 연계한 경주편성제도를 개선하면 어떨까.

2002년 가을부터 급격히 위축되고 있는 경마산업 전체의 상황을 감안할 때 후진적인 제도만을 고집하고 있다보면 더욱더 위험해질 수 있다. 무언가 돌파구를 마련해내야 되지 않을까? 정부와 국회를 설득하여 세제를 개편하고 나가 경마산업 본질에 입각한 경주마 중심의 정책을 수립하고 제도를 정비해나가야 한다. 모든 정책과 제도는 경쟁력을 고취하는 방향으로 개선해야만 부정경마도 사라지고 여러 종류의 편법과 불법도 없어지게 되는 것이다.

상금과 연계한 경주편성 체계의 개선은 부정경마를 척결하고 공정경마를 구현하는 지름길이며 경주마 질을 높이는 첩경이고 국내 경마산업을 발전시키는 가장 중요한 기본틀이라는 점을 깊이 인식하여 우선 부산경마만이라도 현행 군체계를 폐지하고 새로운 형태의 경주편성 체계가 확립되기를 바란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