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주마들의 주파기록이 눈부시게 빨라지고 있다. 특히 국산 2세마들의 기록단축이 두드러져 한국경마산업의 미래를 밝게 하고 있다. 과거에는 1000m 1위마의 주파기록이 1:03-1:05 정도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1:01에 주파하는 경주마들이 부지기수로 생기면서 경마전문가들은 물론 경마팬들에게 놀라움을 던져주고 있다. 지난주만해도 총 3개였던 국산2세마 경주에에서 ‘청해성’이 1:01:6, ‘삼덕’이 1:01:0, ‘서초야’가 1:01:8의 기록으로 1000m를 주파했다. 이런현상은 이전에 전혀 찾아볼 수 없었던 현상이다. 이러한 결과를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다.

경주마들의 능력향상으로 인한 결과라는 주장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경주로의 영향으로 보는 견해도 만만치않다. 또 대기마사 제도를 폐지함으로써 경주마들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여 경주에 출전하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계절적 요인으로 가을에는 경주마들의 컨디션이 최고조에 달하기 때문에 좋은 기록이 쏟아지고 있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는다.

여러 주장 중에서도 필자는 경마산업 종사자 모두의 피와 땀의 결실이라는 쪽에 무게중심을 두고 싶다.

한국경마산업이 ‘혼이 있는 경마, 국적 있는 경마’의 기치를 내걸고 국산마생산을 시작한지 어언 15년의 세월이 흐르고 있다. 그동안 한국마사회 직원들을 비롯해 생산농가 들의 질좋은 국산마 생산과 육성을 위한 끝없는 노력이 계속돼 왔다. 그러한 노력이 이제 결실을 맺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의 국산마 생산은 정말 보잘 것 없이 출발했다. 씨수말 1-2두로 시작되 국산마 생산의 역사는 이제 연간 1000여 두 경주마를 생산할 정도로 성장했다. 원당종마목장에서 시작된 국산마 생산의 역사는 제주에 65만평 규모의 육성목장이 생기면서 본격화되었다. 그동안 생산농가들은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도 오직 질좋은 경주마를 생산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가까운 일본은 물론이고 10시간이 넘게 하늘을 날아 호주며 미국이며 심지어 인도까지 좋은 말을 찾기 위해 정성을 들였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던가 이러한 노력과 정성이 모아져 질좋은 국산마들이 생산되기 시작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주마 생산여건은 그야말로 불모지였다. 어떻게 말을 키워야하는지 방법도 몰랐다. 그러나 ‘하면된다’라는 굳은 신념으로 불모지를 개척하기 시작했다. 이웃 일본은 자국산마로 모든 경마를 시행하는데 100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15년만에 국산마 자급 비율을 80%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참으로 눈부신 성과가 아닐 수 없다. 단지 경주마의 숫자만 늘어난 것만이 아니다. 해를 더할수록 경주마의 능력이 눈부시게 향상되었다. 2002년부터 외국산마의 개별도입이 허용되면서 국산마건 외국산마건 가릴 것없이 경주마의 능력이 하루가 다르게 향상되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정책이나 제도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피부로 느끼게 하는 것이었다. 80여년 한국경마 역사상 난공불락으로 여겨지던 1000m 1분의 벽도 허물어지기 시작했다. 새로운 경마역사가 쓰여지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이런 역사적 성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갈 길은 멀고 험하기만 하다. 아직도 선진경마국과 당당하게 경쟁을 해나가기 위해서는 경주마의 질을 더욱더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1000m 1분대 벽을 허무는 동안에 세계의 선진경마국 최고기록은 50초대 전반을 기록하고 있다. 서울경마장의 경주로가 2-3초 뒤지는 기록이 나온다고 하더라도 앞으로 세계 선진경마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 위해서는 2-3초를 더 앞당겨야하는 과제가 남아 있다. 우리나라의 경주마를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지금가지 해온 노력을 꾸준하게 지속해나가야 한다. 외산마 도입에 대한 정책을 최대한 개방하여 국산마의 질이 높아질 수 있도록 해야한다. 특히 암말에 대한 우대정책을 가속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마사회는 내년도 외국산마 수입정책을 현지가 2만달러 이하로 규제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혹시 경주마의 질이 퇴보하지 않을까 걱정이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