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550호 새벽훈련 중간에 경주로를 고르는 작업이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경주로는 쉴 틈이 없다. 하루 5백여두의 경주마들이 매일같이 새벽훈련을 해야하고 경마가 열리는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훈련과 실제경주를 병행해야 한다.

한시도 쉴 틈이 없는 것이 서울경마공원의 경주로다. 경주로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다보니 훈련시간이 끝날 무렵의 경주로는 만신창이가 되고 만다. 여러 경주마들이 한꺼번에 나와 훈련을 하는 과정에서 경주로는 말발자국 때문에 움푹움푹 패이고 발을 헛디디기라도 하는 경주마들은 골절 등의 치명상을 입게 된다. 훈련을 하다가 부상으로 인해 퇴역하는 경주마가 어디 한 두 마리였던가.

이제 우리나라의 경주마들도 질이 차츰 높아지면서 마주들에게는 재산가치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수 천만 원을 호가하는 경주마들이 대거 입사하면서 조교사들의 부담은 그만큼 커지게 된 것이다. 서울마주협회가 제대로 기능을 하던 시절에는 소위 재해위로금이라는 제도가 있어서 그나마 마주들의 재산상 손실이 덜 했지만 지금은 이 제도마저도 없어져 경주마가 부상이라도 당하면 그 피해는 마주에게 고스란히 떠넘겨지게 되고 마는 것이다.

선진경마국의 경우 그래서 경주로를 신주단지 모시듯이 한다. 경주가 열릴 때 적당한 수분을 유지시키고 주로를 잘 고르는 일은 가장 기본적이 의무사항에 속한다. 경주마들을 훈련시킬  때도 중간에 훈련을 멈추고 경주로를 제대로 잘 다듬어놓은 뒤 다시 훈련을 재개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주로는 어떠한가. 건조주로의 경우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달리는 경주마들을 보면 참으로 안타깝다. 흔히 경주마는 폐로 달린다고 한다. 그만큼 경주마에게 호흡이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폐활량이 큰 경주마가 명마로 성장하는 것을 세계경마가 입증하고 있다.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달리는 우리나라의 경주마들은 그만큼 빨리 도태될 수밖에 없다.

대부분 공연예술작품이 그러하듯 무대가 좋지않으면 아무리 훌륭한 작품이라도 빛을 발하기 어렵다. 경마의 무대인 경주로가 제대로 관리되지 못한다면 박진감 넘치는 레이스를 담보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게다가 우리나라의 훈련제도는 한쪽 방향으로만 훈련을 시키도록 해 경주마들의 체질이나 체형에 맞는 훈련을 시키기가 어렵다. 경주마들은 개체별로 각기 습성이 다른 특징을 지니고 있다. 달리면서 왼쪽으로 기대는 습성이 있는 경주마가 있는가하면 오른쪽으로 기대는 습성이 있는 경주마가 있게 마련이다. 또 발 바꾸기를 할 때 훈련자의 명령을 잘 듣는 경주마가 있는가하면 그렇지 않은 경주마가 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의 훈련제도는 모든 경주마들이 왼쪽에서 오른 쪽으로만 훈련을 시키도록 해 한쪽 다리에만 무리하게 힘을 쓰도록 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에게 주어진 조건하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내측주로와 외측주로를 별도로 관리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즉 외측주로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훈련시키도록 한다면 내측주로는 오른쪽에서 왼쪽방향으로 훈련시키도록 하는 것이다. 만약 여기에 따른 문제가 파생된다면 일정기간을 두어 맞교환 형태로 훈련주로를 운영하면 될 것이다.

경마산업에서 경주마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주로하나에서부터 경주마를 위해 정성을 들이는 실천이 필요한 것이다.

우리 경마산업의 현실을 들여다보면 어디 주로관리만이 문제이겠는가. 국제적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각종 제도와 규정, 규칙, 지침, 기준 등이 난무하다보니 외형에 비해 내용은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 얼마전 세계의 경쟁력 평가에서 한국은 이웃 중국은 말할 나위도 없거니와 말레이지아는 물론 심지어 인도에까지 국가경쟁력이 뒤떨어졌다. 경마산업의 경쟁력은 거론조차 하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말등록, 말수출입 과정, 경주편성, 상금규모 및 경주편성체계, 마주제운영, 공정경마.....등 대부분 분야에서 일반 국민들은 물론이고 국제적 비웃음거리가 되고 있다. 각 분야에서 개혁과 개방으로 세계와의 경쟁에 당당하게 나서야할 때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