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종문조교사 구속사태 이후 사직당국은 조교사는 물론 기수, 마필관리사, 한국마사회 직원 등으로 경마부정 혐의에 대한 수사를 확대해나가고 있다. 지금까지 조사를 받은 사람만도 10여명에 달하며 앞으로도 더 많은 사람들이 소환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필자는 지난 92년 가을 추석을 앞두고 발생한 악몽을 잊지 못한다. 당시 대대적인 경마부정이 발생하여 2명의 조교사가 자살하는 불행한 사건이 있었다.
IMF의 위기를 겪으면서 우리의 경마산업은 참으로 큰 시련의 과정을 겪어나가고 있다. 경마상금의 축소로 인한 경마관련 단체의 어려움이 완전히 해결되지 못한 채 경마단체간의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다. 모두가 지혜를 모아 어려움을 이겨나가야할 시기에 이러저러한 문제들이 불거져나오는 현상은 참으로 안타깝기만 하다.
현금이 오고가는 과정에서 일확천금의 환상을 불러일으키는 경마의 속성상 누구나 경마에 이기고 싶은 욕망을 자제하기는 힘들 것이다. 경마를 즐기다보면 30%가 공제된다는 것을 누구나 알고 있으면서도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 돈을 잃는 것이 경마의 본질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자신은 성공할 수 있다는 환상에 빠질 수 있는 것이 경마다.
이러한 환상을 쫓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잘못된 길로 접어들 수가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경주마자원이 빈약한 현실 속에서 매경주 모든 경주마가 전력질주한다는 전제를 신뢰하기 어렵기 때문에 많은 경마팬들은 경마시행에 관여하는 관계자들 이를테면 기수 조교사 마필관리사 마주 등의 의견을 전폭적으로 신뢰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선진경마국의 경우 기수나 조교사 등이 서로 자기 경주마가 우승할 것이라는 것을 자랑하는 것이 하나도 이상한 행동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는 정반대이다. 조교사나 기수가 한번 뱉은 말은 엄청난 파괴력을 갖는다. 그것은 곧 `간다` `안간다`로 통하고 그 말대로 실천되지 못하면 곧바로 승부조작으로 의심하는 것이 일반화해 있다. 경마환경과 풍토가 선진국과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환경과 풍토 때문에 경마산업 종사자들은 선진경마국과 똑같은 일을 수행하면서도 곱절로 힘들게 생활해야하는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우리의 경마산업을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시켜 나가기 위해서는 이러한 어려움을 슬기롭게 헤쳐나가야 한다.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여 주어진 상황에서 공정한 경마를 시행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개인마주제로 전환이 되면서 공정경마 시행을 위한 노력이 이어져 왔다. 그러나 아직도 마주제가 제대로 정착되지 못해 어려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오히려 부작용이 증폭되는 현상마저 보이고 있다. 대리마주 차명마주의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마주 스스로의 반성을 요구하고 있는 대목이다. 이와 아울러 마주제의 전면적인 개선도 서둘러 마련해야할 시점이다.
도박성이 워낙 강한 특성을 지니고 있는 경마는 언제 어디서나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경마시행을 관장하는 한국마사회법 자체가 워낙 통제와 규제가 심하게 돼 있어 선진경마국에서는 문제가 되지않을 내용들이 우리나라에서는 문제가 되기도 한다.
공정경마의 시행은 단속만으로는 어쩌면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단속 이전에 예방조치가 무엇인지 찾아서 적극적으로 실천해야 한다.
공정경마시행의 전제조건으로 시행해야할 정책 중 가장 중요한 것은 현실에 맞게 한국마사회법 및 각종 규정 및 규칙들을 재정비하는 것이다. 외국에서는 하등 문제가 되지않고 있는 내용들이 한국에서는 문제가 되는 것은 무엇인가를 찾아내 버릴 것은 버리고 취할 것은 취해야 한다. 그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조교사 기수 마주 마필관리사들의 의식전환 및 실천이다. 경마는 매경주 전력질주를 전제로 해서 성립되는 스포츠다. 작전이니 경주마보호니 하는 이유를 내세워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것에 대한 합리화를 한다면 경마는 설자리를 잃고 말 것이다. 아무리 훌륭한 제도와 정책을 시행한다하더라도 종사하는 사람들이 그 제도와 정책을 악용한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최근 벌어지고 있는 검찰과 경찰 등 사직 당국의 경마부정 수사를 보면서 연예계 비리 수사처럼 파문이 확산되지않을까 상당히 염려된다. 경마산업에 종사하는 모든 사람들이 확실한 의지를 가지고 공정경마 시행을 위해 최선을 다해나가자.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