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시행 80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으면서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인정해주지않던 한국경마가 80년대 후반부터 국산마 생산을 시작하면서 국제적 경쟁의 틀을 갖춰 나가기 시작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지난 98년 국제혈통서위원회 가입과 2002년 외국산마 개별거래 허용, 올해 파트3국 진입 등을 통하여 한국경마의 국제적 위상을 드높여나가고 있다. 특히 내년에는 아시아경마연맹 총회를 한국에서 개최하게 됨으로써 한국경마의 국제적 경쟁력은 더욱더 강화될 전망이다.

세계적인 경마현실을 살펴볼때 일류 경마시행국이 되기 위해서는 피나는 노력이 불가피하다. 한국적 현실을 무시할 수 없지만 한국적 현실에만 매몰돼 있다가는 국제적 경쟁을 해나갈 수 없을 뿐만아니라 어쩌면 아예 경마를 시행하지 않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특히 정부의 인식부족, 사회의 부정적인 편견 등과 맞물린 경마에 대한 국민적인 정서를 감안할 때는 더욱 그렇다.

세계경마는 경마시행의 경쟁력에 따라 파트1, 2, 3, 4국가로 나뉘어진다.
파트1 국가는 영국과 미국을 비롯하여 프랑스 아르헨티나 호주 브라질 캐나다 칠레 독일 아일랜드 이탈리아 뉴질랜드 페루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이 속해 있다.

파트2 국가는 일본 스페인 우루과이 홍콩 인도 멕시코 파나마 푸에르토리코 말레이시아/싱가폴 아랍에미리트 베네주엘라 등이 포함돼 있다.

파트3 국가는 오스트리아 체코공화국 도미니카 에콰도르 헝가리 자메이카 네덜란드 폴란드 슬로바키아 스위스 트리니다드토바고 등이다.

파트4 국가는 위의 나라들을 제외한 세계 모든 경마시행국으로 보면 된다.
세계 1백20여 경마시행국중 파트국가에 진입한 나라는 그 절반인 60개 국이다. 아시아의 경우 20개 경마시행국중 우리나라가 11번째로 파트국에 진입했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아시아국가에서는 아직도 파트1 국가에  단 한나라도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세계 선진경마국 반열에 올라 있는 일본도 아직 파트1 국가에 진입하지 못한 채 파트2 국가에 머물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경마는 태생에서부터 전적으로 일본의 영향을 받고 있다. 아직도 경마시행제도며 여러 시스팀이 일본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한국경마가 세계와 당당하게 경쟁을 해나가기 위해서는 국제적 모순을 안고 있는 여러 경마시행제도를 과감하게 혁신해야 한다. 그래야만 경마의 생명인 공정성도 확보되고 경마산업이 사랑과 생명의 사회공익 산업으로 확고하게 뿌리를 내릴 수 있는 것이다.

최근 대통령은 외국 순방을 하면서 기업이 곧 국가라는 것을 표명했다. 세계와의 경쟁에서 기업의 역할은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한국마사회가 또는 우리의 경마산업이 국가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우뚝서기 위해서는 각종 제도와 시스팀을 선진화시키지 않으면 안된다. 경주마 생산과 육성에 사력을 다해 매진해야 하고 마주제를 전면적으로 오픈해야하며 경마상금과 연계하여 경주체계를 개선해야 한다. 경마산업과 관련한 조세체계의 개선을 통해 마주 조교사 기수의 세금부담을 덜어주고 기타소득세 폐지 및 레저세 인하를 통해 경마팬들에게 환급률을 높여주어야 한다. 경마팬에 대한 서비스를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통제와 규제만으로 부정경마를 막는 것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상금을 높이고 경쟁력을 강화하는 제도를 시행하면 경마부정은 스스로 꼬리를 감출 것이다.

한국마사회는 최근 ‘사랑과 생명의 공익기업’이라는 슬로건 아래 CI를 선포하고 사회공익을 내세워 대대적인 이미지 혁신활동에 전력투구 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지 혁신이라는 것은 구호로만 되는 것은 아니다. 경마의 선진화라는 본질적인 내용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공염불에 불과할 수도 있다. 엄밀히 말하면 본질에 충실하지 못한 이미지혁신 사업은 경마산업의 부대적인 활동에 불과한 것이다. 경주마의 생산-육성-경주투입-생산의 활성화라는 본질에 충실하면서 이미지혁신을 벌여나가야 한다. 내년도 경주마운영계획안을 보면 본질을 망각한채 퇴보된 안을 마련한 것같아 걱정이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