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경마산업 구조를 살펴보면 마주들은 경주상금 이외에 별다른 부가수입이 없는 실정이다. 마주 수자도 극히 제한돼 부가수입이 창출되기 위한 조건이 형성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상금을 번다하는 마주들도 각종 세금을 내다보면 남는 게 없다고 아우성이다. 상금벌이가 신통치않은 마주들은 마권구입에 더 관심을 기울여 경마의 공정성은 물론 신뢰에도 심각한 타격을 입히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부분 마주들은 우선 상금을 많이 벌기 위해 수말이나 거세마를 선호하게 된다. 암말보다는 상금을 버는데 있어서 수말이나 거세마가 유리하기 때문이다.
2002년부터 한국마사회에 의해 외국산마의 개별수입이 허용된 이후 서울경마장에 입사한 외국산마의 성별 분포를 살펴보면 단연 수말과 거세마의 비율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개별수입이 허용된 초기에는 그나마 혈통이 우수하고 현지성적이 뛰어난 경주마가 간간히 도입이 되었으나 이 경주마들이 1군까지 승군해 제대로 상금벌이를 해준 경주마는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마주들은 점점 더 암말보다는 수말과 거세마를 선호하게 된 것이다.
경주마의 생산-육성-경주투입-생산으로 이어지는 경마산업의 본질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경주상금에만 의존하는 경마산업 수익구조를 깨트려나가야 한다. 즉 코리안더비나 그랑프리에서 우승하는 경주마는 상금보다도 경주마의 몸값이 훨씬 더 높아지는 구조가 자연스럽게 형성돼야 하는 것이다. 단지 경주마를 상금을 벌기 위한 도구로만 생각하는 우리나라의 경마산업 시스템을 개선하지 않으면 한국경마 선진화의 길은 점점 더 멀어지게 된다.
우수한 국산마 생산을 위해서는 혈통이 좋고 경주능력이 뛰어난 외국산 암말이 많이 수입되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그러나 마주들에게 혈통이 좋은 암말을 수입하라고 아무리 강조한들 현행 시스템으로는 그런 모험을 할 마주는 많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그렇다면 시스템을 개선하여 마주들 스스로가 자발적으로 암말을 수입하도록 욕구를 진작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암말 우대정책을 펼치는 것이 좋다. 한국마사회는 외산마 개별수입 허용 2년 만에 제도를 바꿔 올해부터 현지에서 경주경험이 있는 경주마는 일체 도입하지 못하도록 했다. 내년부터는 다시 현지가격 2만불 이상의 경주마는 도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정책이 시행될 것이라고 한다. 이는 점점 한국경마를 ‘우물안 개구리’식으로 몰고 가는 정책이다. 주지하다시피 선진경마국에서는 혈통이 좋은 어린 말일수록 가격이 천정부지로 높아진다. 아무리 좋은 경주마를 한국에 들여오려고 해도 ‘그림의 떡’에 불과할 수 있다. 그러나 혈통이 좋은 경주마도 또는 비싼 경주마도 실전에서 이렇다할 성적을 나타내지 못하면 몸값은 급격히 하락한다. 한국 실정으로 볼 때 그런 경주마들을 대상으로 구입을 하면 싼 가격에 좋은 경주마를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외산마 개별수입이 허용된 이후 나타난 문제점으로는 몇몇 우수마가 경주상금을 독식하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나오고 또 경주편성의 묘미가 없어진다는 주장이 대표적이다. 이런 불만의 목소리 이면에는 ‘다같이 나눠먹자’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고 추측된다. 그러나 경마란 철저한 경쟁의 원리에 의해 발전해간다. 우수한 경주마가 상금을 많이 벌어들이는 것은 당연한 것이며 우수한 경주마가 있으면 안된다는 논리는 경마를 하지 말자는 것과 직결될 수 있는 위험한 논리다. 경마란 철저한 경쟁의 원리에 지배될 때 공정성도 보장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수천만불 하는 경주마가 있는가하면 거져 줘도 쓸모없는 경주마도 있는 것이 아닌가.
2002년 외산마 개별수입을 허용한 것까지는 좋았는데 2년만에 현지 미출전마로 제한하더니 내년부터는 아예 가격까지 제한한다고 하니 한국경마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 답답한 생각이 든다. 세계와의 격차를 점점 벌이면서 과거처럼 한국경마는 저질의 경주마로 판만 벌이자는 것인지 그 의도를 알 수 없다. 굳이 제한을 할 필요성이 있다고 한다면 암말만이라도 풀어줘야 한다. 그래야 좋은 국산마를 생산할 수 있는 기틀이 마련되지 않겠는가. 암말 만이라도 모든 규제를 풀고 암말전용 경주를 확대하는 등 우대정책을 펼쳐야 질좋은 국산마를 확보해나갈 수 있는 것이다.
작 성 자 : 김문영 kmyoung@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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