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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산업 특성화대학 제주대, 전문 인력 양성 센터 기공
측대보 가능한 제주마 활용해 전문 승용마 개발 예정
제주특별자치도(우근민 도지사)가 말산업의 메카로 불리는 이유는 사실 ‘단순’하다. 전국 말 사육농가 1천742호 가운데 1천157호가 또 말 사육두수 2만8,718두 가운데 2만2,233두가 바로 제주에 있기 때문(2010년 제주도 축산현황).
전국 대비 72%의 말 사육 추세를 보이는 말의 고장이지만, 기존 자원과 인프라를 제대로 활용하고 연구하는 기반이 없으면 도태되고 만다. 다행히 제주에는 연구 거점 역할을 하는 곳과 인적 자원이 풍부하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제주대학교(허향진 총장)와 강민수 교수가 있다.
본지 ‘말산업저널’은 지난 7월 17일 제주대학교 생명자원과학대학 동물생명공학전공 강민수 교수를 직접 만나 최근 활동과 말산업 특성화 대학의 교과 과정, 말산업 특구 선정을 앞둔 제주도의 현재 상황 그리고 말산업계의 발전 방안 등에 대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강민수 교수님께서는 한국말학술산업연구회 명예회장으로 활동하고 최근에는 한국형 승용마 홍보 대사로 선정되는 등 말 관련 학계와 산업계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전반적인 활동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현재 제주대학교 생명자원과학대학 생명공학부 동물생명공학전공 교수이며 제주대학교 말산업 특성화대학 말산업융복합연계전공, 산업대학원 말산업학과(석·박사과정) 학과장을 역임하고 있습니다. 제주대학교 평생교육원 웰빙승마교실 주임교수이며, 말산업전문인력양성 센터 소장, 재활승마아카데미 원장, 제주특별자치도 말산업육성발전위원회 위원장, 제주승마산업육성사업단장, 국립축산과학원 말분과위원회 위원장, FTA 범도민특별대책위 말분과위원회 위원장, 농축산부 미래축산포럼 말분과위원회 위원장, 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의 ‘한국형 승용마 홍보대사’ 등을 맡아 열심히 활동하고 있습니다.”
-제주대학교 목장 부지에 ‘말산업 육성 전문 인력 양성 센터’도 기공을 시작했고, 말산업을 기반으로 한 제주형 LOHAS MICE 상품 육성 사업이 제주광역경제권 선도 산업 육성 2차년도 신규 과제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학교 후문 6만 평 부지에 대규모 센터를 지난 3월 29일 조성했습니다. 승마 경기장과 교육·연구 시설이 총망라된 ‘말산업 육성 전문 인력 양성센터’에는 53억 원이 투입돼 실내경기장(3147.2㎡), 실외경기장(6600㎡), 마사동(1004.5㎡), 양성센터(758.7㎡) 등을 조성할 예정입니다. 국공립대학교에서 이런 대규모 말산업 센터를 짓는 일, 게다가 일부 전공이 취업률 문제로 통폐합되는 문제가 심각한 가운데 말산업 특성화 대학을 표방하며 학부와 석·박사 전문 과정을 개설한 것은 말산업에 대한 기대가 각별하기 때문입니다.
이 센터를 말산업 전문 인력 센터로 그리고 제주의 명품 승마장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내년 전국체전이 제주도에서 열립니다. 예전에는 승마 경기가 다른 곳에서 개최됐지만 센터가 완공되면 이곳에서 승마 경기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로하스 마이스(LOHAS MICE) 상품 육성 사업이란 일종의 힐링과 건강을 추구하는 생활 방식에 관한 박람회와 산업을 뜻합니다. 말산업을 접목해 다양한 상품을 생산하고 말 국제박람회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시작은 미약하나 끝은 창대할 것이라는 말이 있듯, 아직 초기 단계인 국내 말산업에 ‘씨 뿌리는’ 작업이 될 것이라 봅니다. 이를 잘 발전시켜 중국과 동남아 국가들이 한국을 벤치마킹할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제주대 말산업 특성화대학은 학부 과정인 말산업융복합연계전공과 석·박사 과정인 산업대학원 말산업학과를 동시에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난 6월에는 5명의 말산업 석사를 배출했습니다. 학과 소개 및 전망에 대해 소개해 주신다면.
“우리 제주대학교는 3년 전 제주특별자치도로부터 말산업 특성화 대학으로 선정됐습니다. 말산업 육성 전문 인력 양성 센터가 완공되는 내년 봄부터는 학생들의 실습 교육 장소로 활용할뿐 아니라 승용마와 재활승용마의 인증센터 등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철저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현재 말산업융복합연계전공 학생은 40명 정도가 재학 중이고 산업대학원 말산업학과 석사과정에는 오는 9월에 입학할 6기생 모집을 마친 상태입니다. 말산업학과 석사과정에는 부산경남경마공원 마주나 승마장 CEO등 말과 관련된 전문업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장차 말산업에 관심 있는 도민들이 지원하는데 현재 약 30여 명의 대학원생이 재학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국내 말산업이 든든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교두보 역할을 할 것이라 봅니다.”
-말산업 특구 선정을 앞두고 있습니다. 제주가 말산업특구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점이 장점인지 추가 준비해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2011년 제주도 내 말 사육은 사육농가 1천119호에서 2만1,797두를 사육하고 있으며 제주마는 273호에서 1천398두, 제주산마가 657호에서 1만5,421두, 서러브레드는 189호에서 4천978두를 사육하고 있는 등 제주는 전국 대비 72%의 말 사육 추세를 보여 주고 있어 말의 고장이라 할 수 있으며 다른 지역보다는 월등한 장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점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 특히 말산업에 대한 지자체의 관심이 다른 지역보다는 적다는 느낌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타 지역의 지자체는 말산업에 관심을 가져 승마장 설립, 관광 코스와 편의시설, 말 관련 학과 설립 등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며 말산업특구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에 발맞춰 우리 제주특별자치도는 말의 고장이라는 장점을 살려 더욱 노력하고 준비해야 할 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제주는 말의 생산 공급 기지의 견인 역할을 할 역사와 문화, 전문가와 인프라가 있습니다. 하드웨어는 잘 갖춰져 있는데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접목해 업그레이드하는 단계라 봅니다. 지자체와 학계, 관련 단체가 함께 고민하고 긴밀하게 협조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내 말산업은 경마 위주에서 이제는 승마를 포함한 산업 전반이 동반 성장해야 할 때라는 지적이 있습니다. 한국형 승용마 개발이 관건이라는 시각이 있는데 이 문제를 어떻게 보십니까.
“우리나라 말산업 전체 산업 유발 효과를 보면 경마가 약 4조6천억 원(94.7%), 승마가 약 2천6백억 원(5.3%)로 경마산업 위주의 불균형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경마산업에 치중된 상황에서 승마와 마육 등 기타 말에 관련한 산업 전반을 동반 성장할 수 있도록 추진해야 합니다. 경마와 승마산업에 더해서 마육산업과 연관 산업을 말산업의 네 기둥으로 키워가야 합니다.
말산업육성법이 시행되고 이에 발맞춰 제주특별자치도 또한 말산업육성5개년 계획을 추진해 2016년까지 2,200억 원을 투자하고 선진국형 말산업을 육성할 계획입니다. 앞으로 승마산업에 35.8%, 경마산업에 34.2%, 마육산업에 12.5%, 기타 연관 산업에 17.5%를 투자할 계획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승용마의 대부분은 퇴역 경주마를 순치해 사용하는 실정입니다. 전문적인 승용마를 생산·조련하는 곳이 거의 없는 실정이어서 한국형 승용마 개발은 우리나라 승마산업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측대보(側對步·amble), 즉 한쪽 앞뒷다리가 같은 방향으로 동시에 움직이는 2절도 보법이 가능한 제주마가 있습니다. 제주에서는 이를 ‘제마’라고 하는데 체고는 120~130cm 정도입니다. 측대보로 걷는 제주마에 기승하면 피로감이 적어 오래 승마를 할 수 있어 운동량이 많습니다. 또 초보자와 여성, 어르신들이 안전하게 승마를 즐길 수 있습니다. 측대보가 가능한 제주마는 매우 희귀합니다. 이 종을 연구 번식해 승용마로 육성할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다양한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연구를 진행하는 일은 곧 대학이 할 일이기 때문입니다.”
-국내에서 말산업계의 손꼽히는 전문가로 활동하시고 있는데 어떻게 말과 인연을 맺게 되셨는지요. 그리고 앞으로 연구 및 활동 방안이 궁금합니다.
“일본에서 유학을 마치고 제주대에서 강의를 막 시작하던 1980년대 초반, 제주마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하기 위한 학술 용역에 참가했었습니다. 당시 제주마는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했습니다. 자동차와 농기계가 보급되면서 할 일이 없어졌기 때문에 관리 소홀로 위기를 맞았던 거지요.
동물유전자원을 전공했기에 우리 고유의 제주마를 이대로 방치하는 건 후손에게 비난 받을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전국의 목장을 다니며 말의 체위와 유전자 혈청, 외모 조사를 시작했고 이를 A부터 F등급으로 나누는 분류작업도 했습니다. 당시 제주마에 가장 가까운 A등급 64두가 86년도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됐고, 국가가 관리하면서 멸종 위기에 처한 순수 제주마가 번식하게 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소중한 성과를 남겼습니다. 참 감사한 일입니다.
이후 혈통 보존 정립 용역 작업을 하던 중 1999년에 말을 활용한 사회봉사를 고민하다가 승마를 시작했습니다. 평생교육원 웰빙승마지도사 과정을 통해 일반인과 제주도민에게 승마를 가르치면서 15년 간 2천여 명의 승마 인구를 배출했고 이 가운데 200여 명은 승마 관련 자격증을 취득하기도 했습니다.
앞으로는 전문 인력 양성과 로하스 마이스 사업의 일환으로 말 관련 상품 개발에 주력할 예정입니다. 또 제주마의 유전자를 연구해 국제무대에 알리고 싶습니다. 또 말산업 선진국과 학자간 네트워킹을 통해 말산업을 선진화하는 데 일조하고 싶습니다.”
이용준 기자 cromlee21@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