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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군 승군, 도전... 마방대표마로 키워내겠다
-46조 양재철 조교사가 12일(일) 스포츠조선배 경마대회에서 ‘천지기운’으로 우승을 차지하며 시상대에 올랐다. 1991년 4월 같은 대회 ‘돌격’으로 우승컵을 거머쥔 지 11년만의 경사였다. 하지만 양 조교사는 “이미 예상했던 일”이라며 덤덤해했다. 【권현 기자 knhn@krj.co.kr】
-너무 많이 이겼다.
기수 출신인 그는 몸소 새벽훈련을 하며 마방을 이끌고 있다. ‘천지기운’ 역시 대회를 앞두고 그가 약 두 달간 공을 들였다. 결과는 대만족. 대회를 앞두고 그는 자신감으로 넘쳤다. 너무 많이 이기면 재미가 없으니, 조금만 이기길 기대했을 정도. 초반부터 선행에 나서 무뎌지지 않은 발걸음으로 2위를 5마신차로 제치고 결승선을 통과하고 들어온 박태종 기수에게 그는 “너무 많이 이겼다”고 핀잔(?)을 줬다.
‘천지기운’은 선행을 못나가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한다. 초반 3∼4위권에 붙어있어도 막판에 얼마든지 뒤집을 수 있는 힘이 있다는 얘기다. 이번 대회에서도 선행을 나갈 수 있으면 나가고 못 나가도 차분하게 따라가라고 말했을 뿐 어떤 작전도 생각지 않았다. ‘천지기운’에 대한 굳건한 믿음. 따라서 그에게는 이번 대회 우승의 기쁨보다 직전 굿데이배 경마대회 준우승의 아쉬움이 더 큰 여운으로 남아있다. 당시 게이트만 좋았다면 지지 않았을 거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이제 승군해 1군 강자와 맞설 ‘천지기운’에 대해 그는 아직은 최강자들에겐 못 미치지만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나간다면 충분히 통할 거라며 ‘천지기운’이 마방대표마로 우뚝 서주길 기대했다.
-믿음직한 마방식구들, ‘그 맛에 조교사 한다’
11년만에 올라선 시상대. 그 위에서 보니 많은 것이 변했다. 스탠드를 꽉 채운 팬들. 신관람대를 비롯해 발전하는 경마공원의 모습들... 하지만 그는 거기서 묘한 소외감을 느꼈다. 상금과 우승마 마주라는 자부심이 있는 마주, 경마의 꽃이라는 찬사와 팬들의 갈채를 받는 기수, 그 사이에서 느낀 상대적인 소외감이었다. 열광적인 환호는 고사하고 따뜻한 격려보다 비난과 질책이 난무하는 조교사라는 직업. 남들이 꿈꾸는 경마대회 우승을 달성한 날, 그는 오히려 조교사라는 직업에 대해 회의를 느꼈다. 그런데 그날 저녁. 조교보로부터 걸려온 전화 한 통으로 그는 마음을 다져 먹었다. “조교사님 그동안 고생 많이 하셨으니, 내일은 그냥 쉬시죠. 저희가 다 알아서 하겠습니다”. 순간 그는 눈물이 왈칵 솟았다. 그래! 나를 알아주고 믿어주는 우리 식구들이 있다!
올해 들어 46조 마방에 새로 들어온 국산신마는 모두 4두. 그는 신마에게는 어떤 기대도 하지 않고 백지상태에서 훈련시킨다고 한다. ‘천지기운’의 우승을 위해 좋아하는 취미활동을 모두 접고 직접 새벽훈련을 시킨 열정으로 그의 마방이 명문으로 도약하길 기대한다.
【권현 기자 knhn@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