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배당 부르는 ‘럭키보이’-고성이 기수

26일(토), 저배당 흐름 속 복승식 5백58배 폭탄 배당 ‘쾅’

-전반적으로 저배당 흐름이 지속됐던 지난 주 경마에서 한 경주가 팬들의 눈길을 끌었다. 토요일 제11경주. 승군전에 나선 ‘덕천’이 기습선행으로 복승식 배당 5백58배를 기록하며 우승을 차지한 것. 저배당 행진에 숨을 죽이던 팬들은 눈앞의 폭탄 배당에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했다. ‘덕천’을 우승으로 이끌며 지난 주 평균 배당률을 끓어 올린 주인공은 과천벌에서 멋쟁이로 손꼽히는 고성이 기수(27, 17기)였다.

-역대 복승식 최고배당 7328.8배도 그의 기록... “부담 없으니 결과도 좋더군요”
심심찮게 고배당을 기록하는 그는 가히 ‘럭키보이’라 할 만하다. ‘덕천’과 출전한 토요일 제11경주에서도 우승은 전혀 생각지도 못했다. 편하게 선행을 나서고 제일 먼저 4코너를 돌았지만 그 때도 우승할 줄은 몰랐다. 예전에 기승했을 때 마지막에서 약간 발걸음이 무뎌졌던 기억이 있었던지라, 금새 뒷말들이 나올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결승선을 지날 때까지 아무도 ‘덕천’을 따라잡지 못했다. 그는 그저 “주로상태가 나쁜 덕을 본 것 같다”며 우승의 요인을 지운(地運)으로 돌린다. 운이 많이 따라서일까. 그는 유난히도 고배당과 인연이 많았다. 지난 13일(일) 제2경주에도 ‘창공으로’로 복승식 5백63배를 합작했고, 데뷔 3년 째였던 98년 12월에는 ‘금배’로 복승식 7천3백28.8배의 초고액 배당을 기록했다. 이는 아직까지 깨지지 않은 역대 최고액 복승배당. 비인기마에 기승하면 부담 없이 서두르지 않게 되고 그러다 보니 결과가 좋았다는 게 그가 말하는 고배당 비결이다. 인기마에 기승하면 부담이 크고, 인기순위 4∼5위권 말이 가장 기승하기 편하다고 털어놓는다.

-기수생활 어려움 ‘NO!’, 잘 나가는 동기들 좋은 자극제
대부분 우연찮게 기수모집 광고를 보고 기수가 됐다는 다른 기수들과 달리, 그는 직접 기수양성소에 기수모집에 관한 문의를 했을 정도로 기수가 되고 싶은 바램이 강했다. 어려서부터 말을 좋아했고, 민속촌 등지에서 말을 몇 번 탄 후 기수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커졌다. 1년에 한 번 있는 기수모집에 때를 맞춰 기수양성소에 전화를 걸었던 것은 그에게 큰 행운이었다.
그는 과천벌에서 손꼽히는 멋쟁이 기수다. 노는 것을 좋아하는 그가 엄격하고 규칙적인 양성소 생활과 체중조절의 고통에 적잖게 어려움과 불만이 있었을 법 한데 그는 “어려움은 없었다”고 단언한다. 그와 함께 양성소에서 고생한 17기 중에는 ‘포스트 박태종’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오명섭, 박수홍, 양희진 기수가 있다. 그에게 잘 나가는 동기들은 부러움의 대상이 아니라 자신을 채찍질하는 좋은 자극제다. 프로의 세계에서 성적은 곧 노력의 결과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그는 기수라는 직업에 상당한 만족감을 갖고 있다. 돈도 벌 수 있고 매일 운동하니 몸도 좋아지고... 그래서 그는 이 직업에 충실하려고 한다. 매일 새벽훈련이 끝나고 웨이트 트레이닝을 거르지 않는다. 얼마 전에는 좋아하는 담배도 끊었다. 중학교 때부터 피웠다는(문제학생은 아니었다고 한다) 담배를 끊은 지 약 보름. 짧은 시간 많은 유혹이 있었지만 모든 것을 이겨내, 금연이 성공궤도에 진입했다고 자신한다. 초창기에는 밤새 술 마시느라 밤을 꼬박 새고 새벽훈련에 나간 적도 있지만 이제 그런 일은 없다. 자기관리에 충실해야 살아남는다는 진리를 깨닫고 실천하기 위함이다.

-올시즌 경주로에서 ‘승부사’로 거듭난다.
인터넷 경마문화(www.krj.co.kr)에는 지난해 초부터 그의 팬클럽이 개설돼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그동안 그는 몇 번 글을 남기고 기수와 팬과의 만남 행사에서 팬들과 직접 만나기도 했다. 사이버 공간에 자신의 팬클럽이 있다는 사실이 처음에는 부담스러웠지만 그런 팬들이 있다는 것을 떠올릴 때마다 많은 힘이 된다고 한다. 그저 기대에 못 미치는 것 같아 죄송할 따름이라고...
붙임성 좋고 정 많은 성격이 경주로 밖에서는 한없이 좋기만 하지만, 그런 성격이 경주로에서는 그다지 환영받지 못한다. 경주 중에 말에 끌려 제어를 못하는 후배가 그의 바로 뒤에서 “끌려요”라며 애타는(?) 목소리를 보내 그가 대형사고를 우려, 어쩔 도리 없이 비켜준 경우가 그동안 몇 번 있었다. 승부의 세계에서 정에 이끌리는 그의 성격 때문에 마방 식구들의 꾸지람을 받은 적도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질 것이다. 이제 후배들도 웬만큼 말을 타니 그럴 경우도 없겠지만, 또 다시 그런 경우가 생기면 사고가 나더라도 절대로 비켜주지 않겠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그의 올시즌 목표에서도 달라진 승부욕을 엿볼 수 있다. 올시즌 그의 목표는 리딩자키 박태종 기수를 이기는 것이다. 몇 승을 할 지는 모르겠지만 박태종 기수가 8위를 하면 그는 7위, 박 기수가 9위를 하면 그는 8위를 하는 게 목표라는 것이다.
“다른 건 몰라도 리딩자키만큼은 꼭 이겨보고 싶습니다.”

【권현 기자 knhn@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