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수장을 맞이한 26조. 고(故) 김광호 조교사에 이어 26조를 이어받은 안해양 조교사는 식구들을 독려하고 새 살림을 꾸려 갈 생각에 벌써부터 손길이 바빠진다.
경주를 앞둔 ‘느낌으로’에 열이 오르자 직접 먹이를 주고, 체온을 재는 안조교사의 모습에서 새내기 조교사의 진지함이 묻어난다.
‘후회하지 말자’는 평생의 좌우명으로 앞만 보고 달려온 안해양 조교사. 지난 85년 관리사로 경마장에 입사한 후, 14년간 조교사에의 꿈을 키워 온 그의 말(馬), 그리고 사람이야기를 들어본다.

“조교사는 제 평생의 소망이었습니다. 경마장 입사 14년만에 이룬 제 꿈이기도 하지요. 소감이요? 이 기쁨을 말로써 어떻게 다 풀어 놓겠습니까?”
관리사로 입사해 어렵고 열악한 환경을 꿋꿋이 이겨내고 마침내 소원을 이룬 안해양 조교사. 참고 견뎌낸 시간만큼 그는 속내에 많은 말을 간직하고 있다.
함께 입사했던 동기들이 어려운 경마장 생활을 참지 못하고 하나 둘 경마장을 등질 때, 그는 자신을 바짝 조였다. 13년간 51조 황의성 조교사와 호흡을 맞춰 온 그는 관리사로 시작해 한 보금자리에서 조교승인, 조교보까지 수직상승했고 이제는 어엿한 자신의 살림(?)을 차리게 됐다. ‘조교사가 되자’는 자신의 신념이 흔들리지 않도록 말들을 돌보며 마방을 지켜온 결실이었다.
김광호 조교사가 갑작스럽게 지병으로 사망한 후, 안해양 조교사는 뜻밖의 행운을 움켜쥘 수 있었다. 이에대해 안조교사는 “행운이랄 수는 없지요. 남이 불운을 당했다고 해서 그것을 자신의 행운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는 일 아닙니까?”라며 주변의 시선이 부담스러움을 밝혔다.
안해양 조교사가 맡게된 26조에는 잘 알려졌다시피 ‘무비동자’와 ‘눈빛으로’라는 걸출한 신예마가 버티고 있다. 연승을 거듭하며 승군, 과천벌에 떠오르는 샛별로 주목받는 ‘무비동자’는 안조교사 개인적으로도 관심이 가는 경주마다.
“비록 말이 의사 표현을 하지는 못한다고 해서 함부로 특정 마필에게 애정을 쏟는다거나 등한시한다거나 해서는 안됩니다. 말 못하는 짐승이라도 느낄 수는 있기 때문이지요. 그렇지만 조교사로서 처음 경마대회 출전을 앞둔 ‘무비동자’에게 애정을 가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거짓말이죠”
다음 주, 뚝섬배 출전을 앞둔 ‘무비동자’가 안조교사로서는 최대의 관심마일 수 밖에 없는 것.
마필의 성적이나 상태 등 포괄적인 책임은 조교사의 몫이다. 더욱이 신임 조교사로서 그의 능력을 시험받는 첫 무대 뚝섬배에서 그동안 6연승을 이어오며 경마팬들의 관심을 집중시킨 ‘무비동자’가 뜻밖의 부진을 보일까 그는 노심초사다.
다행히 지난주에는 그가 첫 출전시킨 ‘눈빛으로’가 쉽지 않은 편성에서 우승을 차지, 그에게 첫 승의 영광을 안겼고 바로 다음 경주에서는 ‘캄다운댄즐’마저 선전끝에 2승째를 축하선물로 선사했다. 3전 2승, 승률 67%. 제법 훌륭한 성적표였다.
듬직한 체구 만큼이나 신임 조교사로서의 당당함과 자신만만한 포부가 보기 좋은 안해양 조교사.
워낙에 성격이 급한 탓에 한 번 생각하고 마음 먹은 일이 있으면 즉시 행동으로 옮겨야 직성이 풀린다. 뜻대로 되지 않으면 스트레스가 쌓이기도 한다. 그럴 때 역시 곧바로 풀어 버려야 성미에 맞는다. 직선적인 성격탓인지 뒤끝 또한 없다. 이러한 성격은 그의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하다.
경주마에 대한 모든 책임이 모아지고 요구되는 조교사의 위치에서도 그는 변함없는 성격을 보인다. 일단 출전하는 이상에는 최선을 다 해 최상의 성적을 이끌어 내야 할 것이고 이는 그가 경마팬들에게 약속한 바이기도 하다.
“물론 최고의 조교사도 되고 싶어요. 그렇지만 최고라는 자리는 노력하는 사람에게 반드시 따라오는 명예지만 약속을 지킨다는 것은 최고를 위한 노력보다 어쩌면 더 어려울 지 모르거든요. 지난주 토요일, 경마팬들 앞에서 약속한 것처럼 매 경주 전력 질주하는 모습으로 경마팬들을 찾아가는 조교사가 되고 싶습니다.”


안해양 조교사 프로필
◆ 전라북도 정읍
◆ 1961년 7월 24일 생
◆ 1985년 12월 20일
   관리사로 입사
◆ 1990년 5월 1일
   조교승인 면허 획득
◆ 1992년 1월 1일
   조교보 면허 획득
◆ 1998년 1월 1일
   조교사 면허 획득
◆ 1999년 8월 26일
   26조 마방 대부

작 성 자 : 이희경 wohaha3@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