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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개인 사진집 출간에 이어 전시회 개최까지
-변변한 애마사진집 한 권 없고, 가 볼만한 애마사진전시회 한 번 없었던 것이 올해로 79년을 맞는 우리경마의 현주소다. ‘베팅만 있고 문화는 없다’는 우리의 경마문화를 실감케 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소재가 한정돼 있는 애마사진으로 사진집을 내고, 전시회를 여는 것은 무리라는 주위의 회의적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고 오로지 열정 하나로 그 모든 결실을 이루어낸 애마사진작가 박기동(61)씨. 국내최초 개인 애마사진집 출간과 애마사진전을 앞두고 있는 그를 만났다.
-“등산에 미쳐 카메라를 잡게됐다.”
그는 사진재료상을 했던 부모님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사진과 접할 수 있었다. 중학교 때 공부가 안 될 때면 옆방에 있던 암실에 들어가 기사들과 어울리며 어깨너머로 사진을 배웠고 수학여행을 갈 때면 카메라를 메고 친구들 사진을 찍어줬다. 학원도 다니고 책도 봤지만, 당시는 단순한 취미생활이었다.
20대 후반, 그는 등산에 미쳤다. 지리산 종주는 물론이고 설악산을 동네 놀이터 드나들 듯 다녔을 정도로 팔도강산에 명산대찰은 안 다녀 본 곳이 없었다. 그렇게 산을 다니다보니 스쳐지나 가던 눈에 띄는 절경을 카메라에 담아두고픈 욕구가 생겼다. 하지만 처음에 사진과 실제 풍경이 너무 달라 실망했고, 그 때부터 본격적으로 사진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사진에는 정도(正道)가 없고 그저 많이 찍어보는 수밖에 없다는 것이 경험에서 우러나온 그의 생각이다. 그의 사진공부라는 것은 그저 많이 찍어보는 것이었다.
-“산을 봤기 때문에 말을 볼 수 있었다.”
그가 말과 인연을 맺은 것은 4년 전, 경마공원 관람대 1층에서 식당을 운영하면서부터다. 새벽 일찍 나와 가게일을 하다보니 자연스레 훈련하는 말을 볼 수 있었다. 그때, 어스름한 새벽햇살을 받으며 달리는 말의 역동적인 모습, 역광을 받아 은빛으로 빛나는 말을 보고 사진을 찍고 싶은 욕구가 셈 솟았다. 그때부터 한국마사회 자료실과 외국 잡지 등을 보며 말 사진을 연구했고, 전세계적으로 말 전문 사진작가가 없다는 것을 발견하고 도전해보기로 마음먹었다. 하지만 처음 접해보는 말 사진이 쉽지만은 않았다. 마음에 드는 사진은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장비를 새로 갖추고 다시 도전했지만 허사였다. 여기저기 자문을 구하고 몇 번의 시행착오를 거친 후에야 비로소 필름 한 통에서 쓸만한 사진 서너장을 건질 수 있었다. 비로소 희열을 느낄 수 있었고, 요령도 터득했다.
그는 자신이 산을 봤기 때문에 말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승부에 묻혀 남들은 볼 수 없었던 것을 자신은 산의 우아한 자태와 웅장함, 빛이 바뀜에 따라 변하는 산의 모습을 봤기 때문에 햇살을 받아 은빛으로 빛나는 말의 자태와 휘날리는 꼬리를 카메라에 담고 싶은 충동이 생겼다. 7∼8 마리의 말들이 필사의 힘으로 뛰어갈 때, 사방으로 날리는 모래와 말의 허리가 늘었다 줄었다 하는 모습이 단순히 달리는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
-멈추지 않는 장인(匠人)의 열정
과천에서 말 사진을 찍은 그는 말이 있거나 말과 어울릴만한 풍경이 펼쳐진 곳이라면 전국 어디라도 찾아갔다. 제주도 일기예보에 귀 기울이다 날씨가 좋다는 얘기만 들리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목포까지 차를 몰았다. 그리고 6시간 30분 동안 배를 타고 제주도로 가서 한 장이든 두 장이든 기어코 말 사진을 찍고 왔다. 여태까지의 말 사진은 너무 소재가 한정돼 있었다. 역대 애마사진 입상작들이 천편일률적으로 경주로나 목장에서 찍은 것들이다. 그는 이렇게 소재에 얽매여 있는 것이 무척 안타까웠다. 그래서 그동안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몽골 현지인을 섭외해 전통의상을 입혀 제주도 오름에 올라가 사진을 찍었고, 서해안 바닷가에서 멋진 카우보이의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이달 25일경에는 그동안 이렇게 찍은 5백여점의 작품중 1백 50여점을 추려 사진집을 출간하고, 그 중 40여점을 다시 추려 다음달 2일부터 7일까지는 충무로에 있는 후지포토살롱(02-2273-5480)에서 애마사진 전시회를 연다. 사진집 출간도 전시회 개최도 모두 국내 최초다. 그는 변변한 애마사진집 한 권 없는 현실이 안타깝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말 사진을 찍고 싶어하는 후학들을 위해 사진집 출간과 전시회 개최를 하게 됐다고 한다. 그는 인터뷰 내내 말 사진에 대해 전문적인 조언을 구할만한 사람이 없어 자신은 무척 고생했다며 후학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고 몇 차례나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 편으로는 후배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선배가 돼야 한다는 마음이 부담스러웠다고 털어놓았다. 1년 전부터 한국애마사진연구회(02-507-0509)를 결성해 활동하고 있는 그는 누구든 말 사진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에게는 모든 도움을 아끼지 않겠다고 한다. 또한 부끄럽지 않은 선배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하고 있다. 올 8월경에는 몽골 기마문화를 촬영해 두 번째 사진집을 출판하고, 그 후에는 케냐로 날아가 얼룩말을 찍어볼 생각이며 일본 북해도 종마목장부터 남쪽 끝까지 말 사진 기행도 기획중이다. 또한 말의 교미, 임신, 출산, 그리고 그 자마의 성장과 경주마 데뷔, 우승을 담아내는 거대한 프로젝트를 준비중이다. 사진이 너무 좋아 자신의 딸에게까지 카메라를 쥐어준 박기동. 이제는 다큐작가로서 프로의 길을 걷고 있는 딸이 대견스럽기만 하다는 그는 사진에 대한 그의 열정과 노력은 무언가의 미쳐보지 않은 사람은 이해할 수 없다며 웃는다. 그의 웃음 속에서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홀로 닦는 장인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권현 기자 knhn@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