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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반석 기자는 욕심이 없다. 천성이 겸손해 명예를 바리지도 않고, 넉넉한 봉급으로 충분히 생활이 가능해 경마로 돈을 벌고자하는 욕심은 더더욱 없다. 그러나 경마장에서의 활동은 누구 못지 않게 활발하다. 그런 그가 책까지 냈다. 모르는 남들이 보면 “그 사람 참 욕심도 많다”고 할 만 하지만, 그는 지금 그저 자신이 좋아하는 경마를 사람들이 좀 더 올바르게 즐기고 인식하기만을 바랄 뿐이다.
-경마전문기자 이전에 매니아였다.
올해로 기자생활 20년. 그 중 경마전문기자로 활동한 것은 3년 정도에 불과하지만 그는 경마경력이 15년에 이르는 베테랑이다. 원래 바둑을 좋아했던 그는 우연한 계기에 바둑과 여러모로 비슷한 경마의 매력에 빠져들게 된다. 경마가 바둑과 마찬가지로 추리력, 분석력을 기본으로 하고 상대의 심리를 익는 판단력까지 요구한다는 점이 재미있었다. 무엇보다 아무리 빠져들어도 1주일에 이틀 정도만 투자하면 된다는 점이 좋았다. 처음 경마장을 찾았을 때, 심심치않게 고배당을 적중시켜 당시 회사내에서도 그의 소문이 자자했었다고 한다. 결국 경마에 대한 비중이 날로 증대하면서 회사에서도 경마를 전문적으로 다루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됐고, 그 일을 그가 맡게 된 것이다. 국내 최대의 언론사에서 경마전문기자가 된 이유, 그는 당시 회사에서 그 일을 할만한 사람이 자신밖에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경마에 대한 의식개선은 시설 보완이 선행돼야...
경마전문기자로서 그의 활동은 눈에 띈다. 경마대회 해설을 비롯, 경마팬을 상대로 강의를 하고 작년 11월부터는 인터넷사이트(최반석의 재밌는 경마)를 운영중이다. 공신력 있는 언론사 기자로서 경마에 대한 올바른 정보제공과 의견교환을 위한 노력에 보람도 느끼지만 매일 업데이트하고 매주 예상을 올리는 등 혼자서 운영하는 게 다소 버거울 때도 있고 간혹 논리에 맞지 않는 억지성 비판과 비난의 글을 볼 때는 안타깝다고 털어놓는다.
좋아했던 이준희 기수가 경주 중 사고를 당해 사망했을 때도, 그 유명한 케뷔 낙마사고 때도, 경마중단, 경마장 난동 등 크고 작은 사건들을 현장에서 직접 지켜본 그이기에 현재 한국경마에 대한 그만의 시각과 혜안은 귀 기울일 만 하다. 낮은 환급율, 단순한 승식으로 인한 흥미의 반감 등 누구나 다 인식하는 문제점 외에 그가 지적하는 가장 큰 현안은 시설의 열악, 좁고 불편한 시설을 많은 팬들이 이용하다보니 무질서와 불편은 필연이고 그것이 경마를 부정적으로 인식하게 하는 가장 큰 요인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는 한국경마의 미래에 대해서는 상당히 낙관적이다. 언론이 감시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시행체의 의지, 정부의 자율권 보장, 무엇보다 팬들의 의식 개선이 따라준다면 경마에 대한 낡은 사고 방식은 곧 바뀐다는 것이다. 그가 예상하는 시간은 앞으로 3년 정도, 3년 후면 한국경마도 어느 정도의 궤도에 오를 것이라고 한다.
-경마 이론서 출간...경마에 대한 실질적 정보와 올바른 인식에 도움 기대
평소 고객 입장에서 경마를 관람한다는 그는 그래서 편한 6층 기자실을 마다하고 경마공원 곳곳을 헤집고 다니며 팬들의 목소리를 듣느라, 정작 경주는 귀가 후에 녹화중계로 본다. 그동안 팬들과 대화하면서 느낀 것은 경마에 대한 기본지식이 상당히 부족하다는 것. 경력 10년이 넘는 베테랑이라는 팬들도 상당수가 기준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추리하기 일쑤였다. 승부의지에 연연하고 ‘간다’, ‘안간다’는 소문에 부화뇌동하고 ‘빼먹었느니, 땡겼느니...’ 하면서 흥분하는 게 경마이론에 대한 기본적인 무지에서 비롯됐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래서 경마전문기자로 활동하기 시작한 3년 전부터 경마에 대한 체계적 이론 정립의 필요성을 실감하고 경마이론서 집필을 시작했다. 그리고 드디어 지난 15일(금) 3년 간의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 『원리를 알고 나면 경마가 재밌다』(참미디어). 그는 책을 집필하면서 무엇보다 독자들이 지루해 하지 않도록 그리고 베팅 등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정보를 담는데 역점을 뒀다고 밝혔다. 11개의 연습문제와 경주전략·작전 설명 등 눈에 띄는 특징들이 그의 노력과 세심함을 보여준다. 그는 실제 경주의 출마표를 보고 어떻게 추리와 분석이 이루어지는지 설명한 연습문제를 통해 경마초보자나 경력이 얼마 안 된 팬들은 몇 년 정도 걸려야 생길 안목을 얻을 수 있을 것이며, 3코너와 4코너 등 실제 경주에서 펼쳐지는 작전전개를 살펴봄으로써 승부에 대한 경마팬들의 부정적인 인식과 불신을 해소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자신한다. 아직 출간된 지 얼마 되지 않아 팬들의 반응을 살피기는 이르지만 일단 지금까지 그의 책을 본 사람들의 반응은 상당히 호의적이다. 한국마사회에서는 직원용 교재로 사용해도 될 정도라며 체계적 이론서 출간을 환영하고 있으며 조교사, 기수 등 현직 경마인들도 좋은 평가를 하고 있다. “일단 펼쳐보고 판단해달라”는 그는 내일(24일) 경마공원 중문광장에서 출판기념 팬 사인회를 통해 경마팬들에게 직접 책에 대해 설명할 계획이다. 또한 그동안 경마에 지면을 할애하지 않던 조선일보가 올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부터 경마면을 신설할 것으로 알려져, 팬들은 곧 지면을 통해 그의 날카로운 의견과 뼈있는 독설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권현 기자 knhn@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