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
- 관계자들의 불만 고조, 큰 대회 앞둔 볼멘소리인가?
최근 핸디캡 경주에서 최고 부담중량을 짊어진 인기마들이 연이어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경마팬 사이에서 핸디캡 경주에 대한 주의보가 내려졌다.
핸디캡 경주에 대해 만족할만한 경주가 되기란 하늘에 별따기보다 어렵다는 것이 정확하겠다. 차라리 별정경주나 정량경주라면 보는 경마팬도 경주마를 출전시키는 관계자도 하등 불만을 얘기할 꺼리가 없어진다.
하지만 핸디캡 경주는 핸디캐퍼의 주관하에 부담중량이 부여되기 때문에 불만의 소지가 많다.
지난 해 마사회 핸디캡 전문위원들은 핸디캡 경주의 상한선을 낮추는 대신 능력차에 따른 착차를 줄이기 위해 열세마의 부담중량을 더 줄여주며 핸디캡 경주의 박진감을 제고해 경마팬과 경마관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은 바 있다.
하지만 최근 핸디캡 경주에서 최고 부담중량마의 연속된 고전으로 인해 해묵은 핸디캡 논란이 재연되고 있는 것이다.
10월 경마에서 총 7번의 핸디캡 경주가 시행됐다. 이중 최고 부담중량마가 우승을 차지한 경우가 2회로 수치상으로 볼 때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문제 제기가 나오고 있다. 바로 눈에 띄지 않는 부분에서의 불만들을 토로하는 것이다.
지난 일요일 마지막 경주에서 월군을 감행한 ‘희망질주’가 낮은 부담중량을 앞세워 상위군마를 모두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했고, 뒤를 이은 마필들 모두가 53kg의 부담중량이었다. 이 경주에서 최고부담중량을 짊어진 ‘스트롱게일’은 5위를 차지하며 자존심을 한참 구겨야 했다.
또한 이날 10경주도 이해할 수 없는 부담중량이 나왔다는 주장도 있다. 이 경주에서 ‘가야산성’과 ‘특별관리’가 57kg으로 최고부담중량을 기록한 가운데 ‘가야산성’는 2위를 기록했지만 ‘특별관리’는 11위로 처지고 말았다. 문제가 제기된 부분은 ‘특별관리’는 1군에서 두 번의 경주를 치르면서 입상 기록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최고부담중량이 나왔고, 상대적으로 1군에서 최근 성적이 좋았던 ‘플라잉캣’은 56kg을 받은 것이다. 물론 해당경주에서 두 마필 모두 부진한 성적을 기록하긴 했지만 여전히 불만의 소지가 되고 있다.
핸디캡에 대한 불만은 경주시행에서 핸디캡 경주가 없어지지 않는 한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때문에 항상 핸디캐퍼와 일선 조교사들 사이는 불편할 수밖에 없다. 핸디캐퍼는 핸디캐퍼대로 경주결과에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고, 조교사들은 부담중량에 대한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핸디캡의 기준은 무엇인가. 매 경주 편성의 색깔이 달라지는데 상대 평가는 어떤 잣대로 어떻게 이뤄지며 객관적 공정성은 담보되는가가 경마시행의 공정성 확보와 직결되는 중요한 문제이다. 이런 의문들이 계속해서 쌓이면서 결국 핸디캡에 대한 불만과 불신을 낳게 된다.
과거 갓 승군한 마필에게 상대적으로 가장 높은 부담중량을 부여해 처음부터 승부의지를 꺾어 놓은 일도 있고, 해당 경주마 관계자들이 아연실색할 정도의 부담중량이 부여되고, 경주마의 고전 이후 해당기수가 장기간 기승정지를 당하는 사례도 있었다.
높은 부담중량으로 인해 승부를 기피하는 일이 없길 바라지만 그런 의심을 받고 있는 경주가 실제로는 한둘이 아니다.
간혹 높은 부담중량으로 입상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경마팬이나 시행체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오히려 인기기수를 기용하는 경우가 있다는 소문도 떠돌아다닌다.
해묵은 핸디캡 경주에 대한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선 적정한 수준의 부담중량 부여와 대부분의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는 조건이 변화하지 않아야 한다.
한편 최근 불거지고 있는 핸디캡 논란을 두고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큰 경주를 의식한 경마관계자들의 볼멘소리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우리 경마 현실은 외국과 현격히 다르다. 우승상금이 그들처럼 많은 것도 아니고, 경주전적이 화려하다고 해서 생산으로 환류되거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굵고 짧게’보다 ‘가늘고 길게’를 지향하는 것이 냉정하지만 한국 경마의 현주소인 것이다.
한국 경마에서 핸디캡은 ‘명마들의 무덤’이라는 오명 아래 철저히 배척되어져 왔음을 인정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볼 때는 손가락에 꼽힐 정도의 몇 안되는 우수한 명마들이 핸디캡에 무릎을 꿇어야했고 혹자들은 핸디캡으로 인해 경주마 자체의 능력 평가가 달라진다고 비판한다. 지금도 우수한 마필들은 핸디캡 경주를 기피하려한다. 경마대회가 아니고는 일반경주에 60kg이 넘는 부담중량을 받을 것을 알면서 출마투표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경주마 수명이 단축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또한 그랑프리 우승마가 일반경주에서조차 다른 말에 비해 낮은 부담중량을 받는다거나 갓 승군한 말이 해당 군에서 경마대회 우승 경력이 있는 말보다 높은 핸디캡을 실어야한다는 것은 모순이다.
연말이 가까워오면 유독 바쁜 사람들, 바로 핸디캡 전문위원들이다. 경마계 최대 행사인 그랑프리에 초점이 모아지면서 그 키(key)를 쥐고 있는 핸디캡으로 시선이 모아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마필 관계자들은 “핸디캐퍼들이 우리말을 어떻게 평가할까” 조바심 내며 득실관계를 셈하게 되고, 팬들은 “얼마나 재미있는 경주를 짤까” 궁금해한다.
그러면서 양념처럼 등장하는 메뉴는 “그랑프리를 정량방식으로 하자”는 핸디캡 회의론이다. 할 필요가 있다. 필요하면 1군도 미승리마 경주를 시행한다든가 상금의 폭을 넓혀서 우수마는 우수마끼리, 한계마는 한계마끼리 맞딱뜨리도록 편성해 핸디캡으로 세부적인 능력차를 극복토록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결국 핸디캡은 적절한 수위에서 약간의 조절 기능만 할 수 있도록 한계를 정해 놓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미다.
핸디캐퍼는 평균대 선수처럼 균형감각이 탁월해야한다. 경주마들을 저울에 하나씩 올려놓고 양쪽이 한치의 오차도 없이 팽팽한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심판자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해야만 핸디캡 경주의 가치가 매겨지는 것이다.
핸디캡 경주가 있는 곳에 불만의 소리가 나올 수 있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우선은 시행체의 전문적인 핸디캐퍼의 역량을 믿는 수밖에 뾰족한 방법이 없다.
박진감 넘치고 짜릿한 핸디캡 경주가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권순옥 취재부장 margo@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