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
||
|
|||
- 오피스텔·차량 지원·6개월 면허, 한국경마 ‘스스로 너무 낮췄다’
- 부산기수들 “독단적인 시행체 일방적 추진에 분노”,“생존권을 지키겠다”
선진국 기수 도입을 통한 효과인가, 아니면 자국 기수들의 생존권 보호인가?
개장을 한달여 앞두고 있는 부산경남경마공원이 또다시 핫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바로 부산경남경마공원이 개장과 더불어 호주기수 3명이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활동할 계획이라고 밝혔기 때문.
부산경남경마공원측은 지난 주말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호주기수 영입에 대한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혀 언론의 관심을 받고 있다.
마사회에서 밝힌 호주 기수의 영입은 우선 외국 기수들과의 경쟁을 통해 선진 기승술을 보고 배우면서 부산 기수들의 기승술 향상을 도모하는 것.
현재 부산경남경마공원 관계자가 호주기수 도입을 위해 호주 현지에서 면접을 실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부산경남경마공원 기수(회장 문제복)들이 자신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일이라며 절대불가를 외치고 있어 일촉즉발의 상황을 맞이하고 있다.
부산기수들의 주장에 따르면, 호주 기수 도입을 두고 밥그릇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이기심보다는 시행체의 독단적인 일 추진과 이후 부산기수들의 안정적인 생활보장과 외화 유출이라는 문제점이 있어 반대의사를 확고히 한다는 것이다.
한국마사회는 아시아경마회의를 준비하면서 2007년부터 일부 기수에게 프리기수제를 도입하는 동시에 외국기수에게 문호를 개방해 서울과 부산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번 부산경남경마공원의 호주 기수 영입에 대해선 현지 경마관계자들, 특히 기수들에 어떤 사전 공지도 없이 추진을 했다는 것이 부산 기수들의 주장이다.
또한 부산기수들의 기승술 향상을 목적으로 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호주 기수의 도입이 실질적인 기승술 향상으로 이어지는 효과에 대해 미비할 것이고, 오히려 경험이 풍부한 호주 기수가 기승기회를 독점하고 상금마저 상당수 점유하면서 부산기수들의 사기를 오히려 저하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외국기수의 도입에 대해 언제까지 문을 걸어 잠그고 있을 수는 없다. 국제화라는 말 자체가 이미 구시대를 연상케 할 정도로 모든 국가간 장벽이 허물어지고 있는 상태다.
한국경마도 예외는 아니다. 아시아경마회의를 치뤄내면서 한국경마에 대한 세계 경마인들의 관심이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주변국가를 보더라도 기수, 조교사 등에 대해 외국인에게도 문을 열어 놓고 있다.
하지만 부산경마공원의 호주 기수 도입에 대해 몇가지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도입하는 외국기수에 대한 시행체의 지원에 대해 많은 경마관계자들이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제적인 관례상 교류경주 등에 참여하는 경우가 아니고는 해당 시행체에서 기수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는 것이다.
특히 도입하려는 호주기수들에게는 오피스텔과 차량 임대는 물론이고 가구일체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공상처리를 위한 의료보험도 제공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고 한다.
부산경남경마공원 관계자들이 의도하는 수준의 기수를 데려오기 위해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그동안 마사회는 선진 기승술을 배우겠다고 경마선진국을 향했던 많은 경마관계자들에게 거의 물질적인 도움을 제공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반발을 사고 있다.
여기에 대해 마사회 관계자는 외국의 경우에도 자국 기수의 한계가 있는 경우 외국기수를 데려오는 경주가 있다며 서울경마장에서 재결자문을 맡았던 호주의 Brett Anthony Wright씨가 있어 호주 기수를 도입하게 된 것이라고 전하고, 취지에 맞는 기수를 데려오기 위한 최소한 대우라며 주택 제공 등은 실제 기수에게 돌아가는 몫이 아니라고 얘기한다.
6개월 면허를 제공하는 것도 의외라는 반응이다. 물론 안정적인 기승술 전달을 위해서라지만, 많은 경마시행국에서 외국기수들에게 3개월의 임시면허만을 허가하면서 자국기수들을 보호책을 마련하고 있다.
가까운 실례로 오경환 기수가 3개월 면허가 끝나 국내에 들어왔다가 다시 면허 신청을 하고 있으며, 조경호 기수도 3개월 면허를 받아 마카오로 진출한다.
기승술 차이가 나는 호주 기수를 도입하면서 외화 유출에 대한 염려도 나오고 있다.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활동할 예정인 39명의 기수중 34명이 아직 수습기수인 상태이기 때문에 호주기수들의 기승수가 부산기수들을 압도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마주나 조교사의 관심이 외국기수들에게 쏠린다면 하루 10개 경주로 펼쳐지는 부산경마에서 외국기수들이 적은 인원수에 불구하고 높은 기승횟수와 상금의 상당부분을 가져갈 수 있어,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왕서방이 가져간다’는 말처럼 수천억원을 투자해서 우여곡절 끝에 부산경남경마공원을 개장하고 남 좋은 일이 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도 제기되고 있다.
부산경남경마공원 기수들의 기승술 향상이라는 목적도 과연 얼마나 실효가 있을 지 의문이다. 자신들의 돈벌이를 위해 온 호주기수들이 언어와 환경적 차이를 극복하고 부산기수들에게 의도대로 기승술을 전달해 줄 것이라고 장담할 순 없다.
기승술 향상을 위한 외국기수 영입은 서울기수들의 부산경마장 기피에 따른 것이라는 마사회의 주장에 대해 서울기수들도 강력히 반발을 한다.
상위권에 랭크된 몇몇 고참기수들은 “마사회에서 서울기수들이 부산으로 갈 경우 아무런 보장이나 대우도 없이 부산기수들과 동일한 조건이라고 했다. 과연 누가 내려가겠는가?”라며, 호주 기수에게 제공하겠다는 정도의 대우를 해준다면 서로 부산으로 갈 기수가 상당수라고 주장했다.
호주 기수 도입을 둘러싸고 부산기수들의 기승술 향상과 국제화의 첫 발이라는 좋은 뜻이 있음을 인정하더라도 파격적인 대우로 인해 한국 경마 스스로를 너무 낮추지 않았나 하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힘들게 개장일이 한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또다시 분란의 소지가 있는 불씨가 지펴지고 있다. 과연 부산경남경마장 측과 부산기수들이 어떤 결론을 낼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권순옥 취재부장 margo@krj.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