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가·낙찰율 상승 곡선, 제도 변화에 따른 청신호-2001년 1차 경매>
―호가경매방식으로 일원화…마필 간 가격 편차 줄어 평균가 대폭 상승
―재경매 실시…구매자 수 많지 않아 시행 취지 무색, 낙찰율 소폭 올라
―개별거래
25일(수)과 26일 이틀간 열린 올 해 첫 경매는 민간 생산 농가에게 어느 정도 만족할 만한 결과를 안겨 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총 1백29명의 구매자가 경매에 참가, 이중 1백23명이 실질적으로 마필 구매에 나섰으며 경매에 상장된 두수는 마사회와 농가가 각각 69두, 46두로 총 115두가 주인을 기다렸다.
25일 있은 보행검사에서 마주와 대리인 자격으로 참석한 구매자들은 어떤 말이 좋은 지 눈여겨 보느라 바쁜 모습이었고 26일 오전 9시부터 호가방식으로 본격 경매가 시작, 오후 4시 경에야 모든 경매과정이 마감됐다.
경매 결과를 살펴보면 일단 각 낙찰마간 가격 편차가 줄어 들면서 전반적인 평균가가 전년 대비 2백48만원이나 높아졌다는 점에 주목할만하다.
이중 민간목장마의 경우, 지난해 1천3백91만원에서 올 해는 1천7백10만원으로 무려 3백19만원이나 올랐으며 한국마사회 육성목장 보유마 역시 지난해 1천5백79만원에서 1천8백57만원으로 2백78만원 상승, 전체적인 마필가가 높게 형성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이종철 마주가 4천8백60만원에 사들인 ‘블랙페가수스’의 최고 경매가 기록은 경신되지 않아 평균가는 올라간 반면, 각 개체간 편차는 줄어든 것임을 반영하고 있다.
올 해 최고 경매가는 ‘디디미’와 ‘미디어미스’의 자마로 구매자들 간 막판까지 치열한 신경전을 벌인 끝에 4천2백만원을 부른 정봉태 마주가 주인으로 낙점됐다.
한편, 낙찰율을 살펴보면 마사회 보유마는 예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지난해 92.4%에 이어 올 해도 94.2%를 기록, 69두의 상장마 중 단 4두만이 유찰됐다.
하지만 민간목장마 낙찰율은 이에 훨씬 못미치는 54%대에 그쳐, 여전히 민간목장 생산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물론 지난해와 비교하면 30% 가까이 오른 수치지만 지난해 경매가 정상적으로 열리지 못했다는 특수한 상황을 고려하면 단순 비교하기 어려운 수치라는 게 생산자협회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번 경매에서 유찰된 25두는 오는 6월과 9월에 각각 열릴 2·3차 경매에 상장되거나 민간목장마의 경우 개별거래로 팔 가능성이 높으며, 낙찰된 말은 5월 중으로 항공 수송, 서울경마장에 입사하게 된다.
이들은 빠르면 8월 경부터 경주로에 속속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라 국산마 가용 두수는 현재 7백50두에서 8백40두로 증가, 국산마 경주 편성에 활기를 불어 넣을 것으로 기대된다.

◆2001년 1차 경매 결과
▲상장두수 대비 낙찰 두수
구분        상장두수  낙찰두수  낙찰율
한국마사회  69         65       94.2%
농가        46         25       54.3%
계          115        90       78.3%

▲낙찰가
구분       판매예정가  최저낙찰가  최고낙찰가  평균낙찰가  총낙찰금액
한국마사회 940만원     960만원     4200만원    1857만원    12억7백만원
농가                   960만원     3000만원    1710만원    4억2천7백만원

▲2000년 경매와 비교 결과
구분                        2000년   2001년    증감
낙찰율      한국마사회      92.4%    94.2%    1.8%
            농가            24.4%    54.3%    29.9%
평균낙찰가  한국마사회      1579만원 1857만원  278만원
            농가            1391만원 1710만원  319만원
계                          1568만원 1816만원  248만원

<‘디디미’ 역시 인기, 상위 10걸 휩쓸어>
―화제 모은 ‘라시그니’ 자마는 오호극 마주에게로 낙점
‘자당’의 아비로 유명한 ‘디디미’의 위세는 대단했다.
이번 경매 결과, 단 3두만 상장된 ‘디디미’ 자마는 상위 1·2위에 나란히 랭크된 것은 물론 나머지 한 마리도 상위 10걸에 포함되는 등 전 상장마가 구매자들의 상당한 관심을 끈 것으로 드러났다.
먼저 정봉태 마주가 4천2백만원에 구입하며 최고가를 기록한 ‘미디어미스’ 자마는 마지막까지 구매자 간 접전을 벌이다 결국 1백만원을 더 부른 정마주가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비록 지난해 ‘블랙페가수스’가 세운 4천8백60만원의 최고가 기록은 깨지 못했지만 올 해 경매에서 유일하게 4천만원대를 기록함으로써 최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또한 ‘합천’의 장석영 마주가 구매한 ‘니샤아’ 자마 역시 많은 구매자의 관심 속에 장석영 마주가 20만원의 차이로 3천9백20만원에 낙찰, 최고가 2위를 기록했다.
이밖에 ‘플린스노우’ 자마는 3천만원으로 조병용 마주에게 낙찰됨으로써 ‘디디미’ 자마는 이번 경매에서 전부 3천만원 이상을 기록, 지난해 리딩사이어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과시했다.
한편, 많은 기대 속에 첫 자마를 경매에 내놓은 ‘라시그니’는 이번 경매에 단 한두만 자마가 상장돼 비교적 높은 가격인 3천만원에 오호극 마주 품에 안겼다.
하지만 민간목장이 보유했던 ‘라시그니’ 자마들은 이미 당세마, 혹은 1세마 때 개별거래로 팔려 나가 경매에 모습조차 드러내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2001년 경매가 상위 10걸
   모마명              부마명             소유자   생산자   낙찰마주     낙찰가(만원)
①미디어미스           디디미           한국마사회 이남일   정봉태       4200
②니시아               디디미           한국마사회 조창석   장석영       3920
③칸스탄트칼라스       로스트마운틴     한국마사회 장철환   신영균       3800
④미스버지니아씨       사일런트워리어   한국마사회 김우창   정몽규       3700
⑤예술품               사이코배블       한국마사회 김병현   곽영필       3600
⑥크림슨리워드         리비어           한국마사회 강승연   곽태훈       3100
⑦베스티드프리빌리지   라시그니         한국마사회 강훈표   강훈표       3000
⑧플린스노우           디디미           한국마사회 홍태수   조병용       3000
⑨스누키리오           사일런트워리어   한국마사회 김우창   안덕종       2600
⑩스톤로우즈           사일런트워리어   한국마사회 임관호   류근상       2500
  아일랜드캐스케이드   피어슬리         양호규     양호규   강신호       2500

<달라진 경매제도, 무엇이 바뀌었나>
―법원입찰식 폐지하고 호가경매방식으로 일원화
―재경매 실시, 아직 제도 시행 취지 살리지 못한 것으로 평가
올 해의 경매는 제도적인 면에서 몇 가지 달라진 것들이 눈에 띈다.
먼저 지난해까지 마사회 육성목장마를 대상으로 시행해 왔던 법원입찰식 경매가 올 해부터는 민간목장마와 마찬가지로 호가방식으로 전환, 일원화했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경주마생산자협회를 비롯해 민간농가의 생산자들은 경매방식의 이원화된 체제의 부당함을 주장해 왔다.
경매 본래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호가경매방식으로 일원화 해, 민간목장과 육성목장마 간 가격 편차를 줄이고 구매자간 투명한 경쟁을 통해 경매제를 정착시켜 나가야 한다는 의미에서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이번 경매는 전체적으로 마필 간 낙찰가 편차가 많이 좁혀졌고 대신 평균가 상승을 부추긴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한편, 유찰율을 줄이기 위해 올 해 처음 시행된 재경매제도는 아직까지 그 시행 취지를 살리지 못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1차 경매를 마치고 유찰된 마필들에 한해, 재경매를 실시했으나 구매 희망자가 없어 사실상 유명무실해졌기 때문.
재경매에 대해 구매자가 이렇듯 관심을 보이지 않는 이유는 우선 이번 경매에서 대상 두수와 구매자 수가 거의 일치하기 때문에 경쟁률이 크게 높지 않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또한 한차례 유찰되면서 어느 정도 마필 수준이 평가절하된 상태라 구매자들 역시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한 것으로도 풀이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생산자협회 관계자는 이제 처음 시행한 단계이므로 앞으로 2·3차 경매 때의 추이를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유찰된 말들은 육성목장마의 경우, 6월과 9월에 있을 경매가 추가 상장 시키며 민간목장마는 개별거래나 용도 변경을 추진하게 된다.

<경매문화 정착 멀지 않았다>
―개별거래 풍토 변화와 농가 지원정책 만이 남은 과제
이번 경매를 지켜본 관계자들은 3년간의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경매에 대한 구매자와 생산자 간 성숙한 태도가 두드러졌다며 경매문화 정착의 청신호라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호가경매방식으로의 전환은 경매다운 경매를 체험할 좋은 기회였으며 앞으로 좀 더 시행착오를 거친다면 완전히 경매제가 자리를 잡을 것이라며 제도 전환에 대해 긍정적인 의견들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민간목장의 경주마 생산 여건이 호전되지 않고 정부 시책도 뚜렷하게 없어 향후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는 게 목장 관계자들의 우려 사항이다.
또한 지난해부터 기승을 부리고 있는 개별거래가 지나치게 활성화됐다는 점도 외부에서 보기에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당장 이번 경매만 하더라도 조기에 개별거래로 팔아버린 말들이 많아 올 해 첫 경매였음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인 마필 수준이 구매자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경매를 통해 모든 구매자가 마필 구입의 공평한 기회를 제공받아야 하지만 개별 거래 기승으로 당초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마주도 상당수다.
경매와 개별거래는 일정 수위를 조절하며 병행되어져야 하는 마필 공급 수단인만큼 앞으로 올바른 경매제 정착을 위해서는 생산자와 구매자 모두 이런 점에 각별히 신경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희경 기자 pinklady@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