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마 중장기 계획 차질없이 진행되고 있나-<2>

―생산농가 수준 전반적으로 상향 평준화 선행
―경매제 정착 전제 하에 선진 제도 도입 추진
지난호에서는 국산마 중장기 발전 계획의 진행 상황에 대해 점검해 보았다.
지난 91년부터 시작된 국산마 생산에 관한 중장기 계획은 현재까지 차질없이 추진되며 국산마의 양적인 성장을 급진전 시켰고 최근 들어서는 질적인 면에서의 성과도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제2 육성목장 건설, 경매제도 정착 등 하루 속히 추진해야 할 현안이 남아 있고 특히 생산농가의 수준도 지금보다는 더 높아져야 본격적인 경쟁체제도 도입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번호에서는 제도적인 측면에서 재검토돼야 할 사항과 향후 중장기 발전 계획의 전망에 대해 살펴본다.

<경매제도 정착 시급, 개별거래 지양하고 경매 통한 마필 수급 이뤄야>
―개별거래 강세 여전…올 해도 60% 정도는 개별거래로 빠져 나갈 듯
―시설 보강되면 이얼링(yearing) 세일 도입도 검토해야
경매제도 정착에 대한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국산마 생산이 활성화되면서 원활한 수급 경로 확보 차원에서 마련된 경매제도는 해가 거듭될수록 엉뚱한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인상을 준다.
지난해에 폭발적으로 늘었던 개별거래에 대해 마필 관계자들은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이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
마사회나 마필 관계자들은 지난해 마사회와 마주협회의 의견차로 경매가 두차례 무산되면서 조급해진 생산자들이 개별거래에 치중했을 뿐, 올 해부터 경매가 적기에 예정대로 시행된다면 다시 경매를 통해 구매자를 맞는 경주마 수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눈치다.
하지만 생산자협회가 올 해 4월과 6월 그리고 9월에 각각 170두, 140두, 100두를 목표로 경매 시행일정을 확정짓고 추진 중이지만 민간 농가는 여전히 개별거래에 더욱 관심을 두고 있다.
마주와 조교사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올 경매에 상장될 2세마에 대한 정보가 상당 부분 나돌고 있고 심지어는 이미 개별거래까지 마쳤다는 후문이 들려오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경매를 주관하게 될 생산자협회는 “경주마 생산 두수에 맞춰 경매 일정과 세부 사항을 계획하고 있지만 하루가 다르게 개별거래가 급증하고 있어 올 해도 당초 계획의 60% 가량은 개별거래로 빠져나갈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털어 놓았다.
마주와 생산자 사이에서 형성되는 개별거래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대략 평균 경매가 보다는 약간 상회하는 수치인 것으로 실무자들은 파악하고 있다.
생산자와 마주들이 이처럼 경매보다 개별거래를 선호하는 것은 안정적인 경매제도 정착이 이뤄지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외국처럼 일정 시기에 경매가 정기적으로 시행된다는 믿음이 현재로선 없기 때문에 일단 좋은 말은 팔고 보자, 혹은 사고 보자는 심리가 팽배해 있는 것이다.
또한 일부에서는 6개월령 망아지의 조기 매매도 이뤄지고 있는 점을 감안해 현행 24개월령 경매 외에 18개월령이나 6개월령 경매도 시행하자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민간목장 자체적으로 육성 시설이 전무한 수준인데다 마사회 육성목장의 시설 및 마방 수도 생산두수에 비하면 모자라기 때문에 현재로선 검토하기 어려운 단계다.
그러므로 지금 시행하고 있는 24개월령 경매제도의 순조로운 정착이 최우선 과제며, 내륙지역에 제2 육성목장 건설을 서둘러 단계적인 생산체계의 마련을 이뤄야 할 것으로 경마관계자들은 내다보고 있다.
생산자들은 개별거래로 당장의 이익을 거두기 보다 경매를 통해 모든 마주들에게 동등한 구매기회를 주면서, 제값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 마련해야 하고 구매자인 마주 역시 경매에서 경쟁을 통해 좋은 경주마를 구입한다는 의식을 가져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매제도 자체의 문제점도 개선돼야 하는데, 마필계자들은 이원화돼 있는 입찰방식을 호가경매방식으로 일원화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씨수말 씨내리 요금(종부료) 유료화 필요한가>
―민간목장도 경쟁체제 돌입, “누가 더 우수한 경주마 생산하는가”에 초점
―열악한 환경 속에 농가 운영하는 대부분의 생산자 “한숨”
마사회는 지난해부터 마사회 보유 씨수말의 씨내리 요금(종부료)의 유료화를 검토하고 있다.
그 시기는 언제쯤 될지 아직까지 미지수지만 일단 내년부터 시범적인 유료화가 가능한 지 여부를 판단 중이다.
사실 해외 선진 경마시행국에서는 씨내리 요금의 유료화가 당연한 것이다. 우수한 씨수말과의 종부를 통해 능력이 빼어난 경주마를 생산해 내면 생산 단가는 물론이고 그 수십배에 달하는 이익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수많은 자본가들이 기술력을 바탕으로 경주마 생산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직접 씨수말을 들여오기도 하는 것은 다반사다. 일본 샤다이팜의 경우, 굴지의 씨수말을 직접 도입하고(때로는 컨소시엄도 구성) 막대한 자본을 쏟아 부은 결과 세계적인 경주마를 생산해 내는 단계에 이르렀다.
물론 이같은 체계는 숱한 시행착오를 겪고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이 대폭 이뤄졌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며 우리는 이제 시작 단계다.
양적인 성장과 더불어 정책적인 지원도 따라야겠지만 선진 제도의 도입 역시 시급할 것으로 판단되는 가운데, 씨내리 요금의 유료화는 민간목장의 경쟁체제 도입을 가속화 시키는 것은 물론, 양질의 씨암말 도입도 이뤄질 수 있게끔 만드는 계기가 될 것이다.
결국,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경마산업 전반에 경쟁체제가 도입되면서 ‘누가 더 좋은 경주마를 생산해 낼 것인가’, ‘누가 더 훌륭한 경주마를 소유할 것인가’ 등에 관심이 모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대해 경주마생산자협회에서는 궁극적으로 공감하고 있지만 지금 상태에서는 경쟁체제 도입이 생산농가의 살림을 더욱 궁핍하게 만들며 역효과를 초래할 위험도 있으므로 전반적인 생산농가의 수준이 상향 평준화된 후에 선진 제도 도입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또한 일본 정부가 경주마 생산 부문 확대를 위해 별도의 축산기금을 조성하고, 최상급의 씨수말을 민간에 헐값으로 제공했던 것 등 각종 육성책을 제시했던 예를 들면서 아직은 마사회와 정부 차원의 지원이 더 시급한 때라고 진단하고 있다.

<향후 발전 계획안은 무엇인가>
―민간에서 생산 주도, 마사회는 기술·육성 지도 담당
―2005년에 밑그림 완성, 경쟁체제 돌입…민간도 자구책 마련해야
지금까지 진행된 국산마 중장기 발전계획에 대해 마사회 한 관계자는 “대략 목표의 50% 정도 달성한 셈”이라며 그간의 성과에 대해 평가했다.
그는 또한 “일단 제2 육성목장 건설 건이 매듭지어져야만 2단계 발전계획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다”고 밝혀 추진 중인 육성목장 건설 건이 국산마 육성 분야의 최우선 과제임을 시사하고 있다.
국산마의 급격한 양적·질적 성장에 대해 모든 경마관계자들은 공감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앞으로의 전망에 더욱 관심이 모아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즉, 경주마 교체율 75% 점유라는 수적인 목표 외에 질적으로 우수한 경주마 생산을 위해서는 체계적인 트레이닝 과정과 육성 시설이 절대 필요한데, 그러기 위해서는 내륙에 건설 예정인 제2 육성목장이 하루 빨리 완성돼야 한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마사회는 올 상반기 중으로 익산 지역에 육성목장 건설 여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하반기 쯤 돼야 가시적인 발전 방향이 제시될 전망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제주 지역에서 생산되는 경주마는 제주 육성목장이 소화해 내면서 내륙지역의 생산량을 현행 2백두에서 7백여두 가까이로 늘릴 수 있다.
또한 민간에서는 생산을, 마사회에서는 체계적인 육성과 지도를 맡으면서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는 목표대로 민간이 생산분야를 완전히 주도할 수 있게끔 그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
마사회는 중장기 발전 계획이 종료되는 2005년경에야 모든 밑그림이 완성될 것으로 전망하는 가운데, 그때에는 민간 농가 간 본격적인 경쟁이 불가피하므로 전반적인 농가 수준을 이끌어 올릴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결국 제도·기술·자본의 뒷받침 아래 누가 더 좋은 경주마를 생산해 낼 것인가가 화두로 떠오른다면 국산마의 수준은 한층 더 향상될 수 있을 것이다.

【이희경 기자 pinklady@krj.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