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익부 빈익빈” 2000 국산마 경매>
―마사회 육성목장마 낙찰률 92.4%, 농가는 24.2%에 그쳐
―최고가 4천8백69만원…지난해 기록 크게 경신
―평균가는 지난해 대비 별 차이 없어
우려와 기대 속에 극적으로 열린 2000년 첫 국산마 경매가 무사히 끝났다.
두 차례에 걸친 경매 무산으로 지칠대로 지친 생산농가와 마사회 육성목장은 총 2백16두를 대상으로 경매 준비를 마쳤고 경매에 각별한 관심을 보인 마주 2백15명은 대거 참가 신청을 해, 국산마에 대한 치열한 경쟁과 뜨거운 열기를 그대로 반영했다. 박동규 마주를 비롯해 올 초 선발된 신규 마주들도 경매에 참가해 눈길을 끌었고 경매에 직접 참석치 못한 마주들은 조교사와 조교보 등의 대리인을 통해 구매 의욕을 과시했다.
한 차례 뿐인 경매여서인지 대상 두수와 참가 마주 수가 예년에 비해 많았던 점을 제외하면 별다른 사항없이 매끄럽게 경매가 진행됐지만 최고 낙찰가가 지난해에 비해 큰 폭으로 신장했다는 점은 눈여겨 볼 만 하다.
지난해 3차 경매 때는 지대섭 마주가 구매한 ‘비바도나’(3세, 부마/‘피어슬리’, 모마/‘에버클레버레이디’)가 3천8백60만원에 낙찰됐던 것을 비롯해 3천만원대를 기록한 경주마가 3두 정도였으나 이번에는 최고 낙찰가가 무려 4천8백60만원으로 껑충 뛴 것.
이는 2세마의 체중이 510kg대란 점과 최근 강세를 보이는 ‘로스트마운틴’의 자마라는 점에서 큰 기대심리가 반영된 결과라 할 수 있다.
평균 낙찰률을 살펴보면 마사회 육성목장마는 총 1백72두 중 1백58두가 낙찰, 평균 92.4%의 높은 낙찰률을 기록한 반면, 민간목장은 44두의 경매마 중 단 10두 만이 낙찰돼 24.4%에 그치는 부진을 보였다.
이는 경매가 두 차례 무산되는 동안 이미 상당수의 마주들이 입도선매식 구매를 마쳤고 그 나머지가 경매에 상장됐다는 의견이 지백적이어서 상대적으로 마주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한 낙찰가도 민간목장과 마사회 육성목장간 큰 차이를 보였다.
마사회 육성목장마의 평균 낙찰가는 1천5백79만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50만원이 떨어지긴 했으나 이는 경매를 앞두고 마사회와 마주협회간 협의사항에서 힘입은 바 크다. 최고가는 ‘로스트마운틴’과 ‘지피스운’의 자마(생산자/김경태)가 4천8백60만원을 기록하며 이종철 마주에게로 낙찰됐고 최저가는 하한선인 9백만원이다.
10두만 낙찰에 성공한 민간목장마는 최고가가 2천만원(‘미스아야미’자마, 내륙생산)에 그쳐 생산자들의 많은 불만을 샀다. 평균가는 1천3백91만원.
한편, 경매에서 유찰된 마사회 육성마 13두는 재매각 혹은 용도변경으로 자체 활용할 방침이며 민간목장마 31두는 각 농가가 개별거래를 추진하는 한편, 생산자 마주의 경우 직접 경주활용에 나설 계획이다.
이번에 낙찰된 마필들은 이번 달 중으로 항공수송 예정이며 빠르면 내년 1월 중에 경주로에 데뷔할 수 있다.
<마사회 경매상장마 1등급 내역 및 낙찰가, 구매자 명단>
모마 부마 성별 품종 체중(kg) 낙찰가(만원) 구매자
실존 피어슬리 수 서러브렛계 500 2210 곽영필
아드리아너스위치 사이코배블 수 서러브렛 482 2510 주경혜
원쓰루 피어슬리 수 서러브렛 438 2310 송석환
지피스운 로스트마운틴 수 서러브렛 510 4860 이종철
카탈루나 사이코배블 수 서러브렛 481 2690 이상오
솔로돌 컨셉트윈 수 서러브렛 480 3800 남승현
플린스노우 사일런트워리어 수 서러브렛 500 3580 김명자
미스개츠비 사일런트워리어 암 서러브렛 482 3230 이종복
드렁큰댄서 피어슬리 암 서러브렛 473 2200 이재효
<‘로스트마운틴’은 어떤 말인가>
지난 94년 5억8천여만원에 국내로 도입된 ‘로스트마운틴’은 지난해 첫 자마를 배출해 냈다. 그중에는 올 해 코리안더비 패권자 ‘핵돌풍’(53조/김문갑 조교사, 이종철 마주)이 대표적인데 현역 시절 G1 경주 우승경험을 비롯해 4년간 활약하며 무려 1백만달러를 넘는 상금을 벌여 들여 씨수말로서도 자못 큰 기대가 모아진 게 사실.
미국 켄터키주에서 생산된 ‘로스트마운틴’은 ‘로얄차저’(턴투)계열로 통산 36전 5승 2위 6회를 기록하고 은퇴, 국내로 도입된 후 지난해에 이어 올 해 경매에서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비록 지난해 첫 자마를 생산, 리딩사이어로서 정확한 능력검증은 끝나지 않았지만 3세마 ‘핵돌풍’이 걸출한 능력을 보이며 더비 우승을 차지한 것을 비롯해 벌써 1군에 진출했고 그 밖에도 ‘우달달’, ‘글로벌스타’등이 꾸준한 걸음을 보이고 있어 향후 ‘피어슬리’, ‘라시그니’ 등과 함께 리딩사이어 계열에 올라설 것으로 기대된다.
-‘로스트마운틴’의 현역시절 성적
연령별 출전회수 1위 2위 3위 수득상금(＄)
2세 6회 1 0 2 138,936
3세 12회 3 2 1 699,380
4세 11회 0 3 2 107,940
5세 7회 1 1 3 58,638
계 36회 5 6 8 1,004,939
<민간목장 낙찰률 현저히 떨어져 “우려”>
―생산분야 민간 이양 앞두고 농가지원 서둘러야
이번 경매를 주최한 생산자협회는 구매자인 마주들이 전적으로 마사회 육성목장마에 대한 관심만 보일 뿐 민간목장마를 등한시 한데 대해 불만스러운 눈치다. 물론 개별거래를 통해 우수한 육성마가 상당수 빠져 나가긴 했지만 경매를 준비하기 위해 개별거래도 마다하고 애써 키워온 경주마도 있는데 구매자들이 외면을 한 것이 섭섭하다고 토로하는 생산자도 있다.
특히 마사회가 오는 2002년까지 생산분야를 민간에 조기이양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음에도 실질적으로 경매에서 민간목장의 역할이 크지 못하다는 사실에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까지는 그래도 50% 이상의 낙찰률을 기록해 경매를 통한 생산 기반 마련에 주력할 수 있었지만 올 해에는 그 절반 수준으로 뚝 떨어지자 막막한 심정을 토로하는 생산자가 상당수다.
당장 이번 경매에서 유찰된 민간목장마 31두는 그 처리 문제조차 쉽지 않다. 다시 개별거래에 나서야 하지만 경매에서 외면당한 경주마가 마주들의 눈에 찰 리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마주 신분이 아닌 생산자 입장에서 덜컥 경주에 그 말들을 내보낼 수 있는 처지도 아니어서 생산자들의 한숨은 높아진다.
생산자협회에서는 생산자 마주의 비율을 20%선으로 높여 달라고 요구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생산부문의 발전없이 경마산업 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태동부터 축산농가 지원, 육성이라는, 경마와는 큰 관련이 없는 전제하에 시작된 산업이지만 지금이라도 경마발전을 위한 실질적인 생산농가 육성책이 제시돼야 한다.
<경매 주최한 현대영 생산자협회장>
―두 차례나 무산돼 생산자들을 조바심나게 했던 경매가 마침내 열렸다. 이번 경매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어느 정도 예상했던 결과지만 낙찰률이 불과 24% 선인 것에 대다수 생산자들이 실망을 금치 못하고 있다. 이번 경매는 마사회와 마주협회간 협의 사항으로 인해 민간의 생산자 입장에서는 매우 불리한 상황이었고 전체적인 낙찰가나 낙찰률 또한 저조할 수 밖에 없었다.
따라서 우리 생산자들은 앞으로 경매 주체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하기 위해 대정부 투쟁, 대마사회 투쟁도 불사할 수 밖에 없다.
경주마 생산 기반 마련은 경마산업을 부흥시킬 첫 째 요소이며 생산 기반 흥망은 곧 경마산업의 앞날을 좌우할 대 과제임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민간목장마들은 대부분 개별거래로 팔려나갔다는 소문이 경매 전부터 나돌았다. 그래서 민간목장마의 낙찰률 및 낙찰가가 낮게 책정된 것은 아닌가
▲그렇다. 올 초부터 개별거래가 활성화된 측면이 있었고 또한 경매가 예정대로 열리지 못하면서 불안해진 생산농가에서는 적극적으로 개별거래를 추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부 농가는 올바른 경매문화 정착을 위해 개별거래를 마다하고 경매만 기다려 왔는데 ‘민간목장 말은 질이 나쁘다’는 식으로 싸잡아 취급해 실제보다 저평가된 부분이 크다.
―유찰된 육성마 31두에 대한 처리 방법은 있는가
▲현재로선 뚜렷한 방법이 없다. 다시 개별거래를 추진하려 해도 2백 여명의 마주가 모두 외면한 말을 이제와서 다시 팔 수 있는 방법이 있을지 우려된다.
그나마 마주인 생산자들은 유찰된 말을 경주에 출전시키고 그 후에는 생산으로 재환류할 수 있는 길이 있지만 대다수 생산자는 그렇질 못하다.
―올 해 경매무산 사태 및 이번 경매를 교훈 삼아 앞으로 보완돼야 할 것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생산자협회는 경매 시행의 주체다. 하지만 올 해 경매 시행 과정에서 알 수 있듯 양 단체, 즉 마사회와 마주협회간 협의 사항으로 생산자협회는 오히려 소외되면서 거래에 있어서도 불이익을 당해야 했고 차후 이런 일이 재발되어서는 안될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 생산자협회는 선진 경매제도를 도입해 현재 호가경매와 법원경매로 이원화돼 있는 제도를 호가경매 시스템으로 일원화, 올바른 경매제도가 정착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한편, 생산자의 권익 보호를 위해 마사회의 농림부 이관, 생산자마주 비율 확대 등을 관철시키기 위해 적극 노력할 것이다.
또한 생산의 주체로서 자주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도 잊지 않고 있다.
―끝으로 생산분야가 생각보다 조기에 민간 이양될 전망인데 이에 대한 준비는 어떻게 해 나갈 것인가
▲우리가 그간의 생업을 포기하고 경주마 생산을 시작하게 된 것은 마사회가 제시했던 중장기 발전 10개년 계획에 의해 비전을 보고 결정한 것인데 이제 와서 생산 기반이 채 확립되지 못했는데 민간으로 완전히 떠넘기겠다는 마사회의 결정은 절대 수용할 수 없는 사항이다.
경주마 생산을 등한시 하고서는 절대 경마발전을 이룰 수 없음을 왜 모르는가.
경마 시행 각 단체는 물론이고 우리 생산자들까지 합심해 온전한 생산 기반을 마련한 후라야 경마산업의 확장도, 발전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작 성 자 : 이희경 pinklady@kr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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