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속도의 신화, 김재섭 기수  
‘어사화’타고 장원급제하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평생 잊지 못할 추억들을 한두 가지씩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그런 추억중에서도 특히 가슴속에서 떠나지 않는 것이 있다면 바로 ‘처음’이라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 서울경마공원에는 70명의 기수들이 매주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으로 승부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20년을 훌쩍 넘긴 고참부터 이제 경주로에 갓 데뷔한 신인까지 각기 경주로에서 보낸 시간들은 다르겠지만, 첫 우승에 대한 추억은 비슷할 것이다.
이번 호에서는 김재섭 기수를 만나 그의 첫 승에 대해 들어보기로 하자. 〈편집자 주〉

김재섭 기수는 한국경마의 유일한 형제 기수로 유명하다. 물론 과거 형제 기수가 있었고, 현재 조교사-조교사, 조교사-기수 형제가 있지만 지금 현재는 재섭·용섭 기수가 유일하다. 동생인 김용섭 기수는 제주경마공원에서 첫 5백승 기수를 바라보고 있는 베테랑이다.
김기수가 기수로서 첫 인연을 맺은 곳은 15조(홍순철 조교사).
87년 6월 30일에 데뷔를 한 그는 20여전이 지났을 쯤, 소속조 마필인 ‘어사화’에 기승하게 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신인으로 감량이점 3kg을 받고 선행에 나서서 경주로를 그냥 한바퀴 돌고 온 것이 첫 우승의 진행과정이었다.
경주 자체는 그리 박진감이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에게는 너무나 소중한 첫 승이었다. 지금은 십수년의 기수생활이 몸에 익숙해져 체중조절에 대한 부담이 그리 심하지 않지만(물론 많은 감량이 필요한 경우는 제외하고), 신인시절에는 감량 3kg까지 맞추기 위해선 그야말로 이를 악물고 감량을 해야 했다.
결승선을 제일 먼저 통과하면서 김기수는 ‘진짜 경주가 이런 것이구나’라고 느끼면서 그동안 힘들었던 기억들이 말끔히 씻겨 내려가는 것을 느꼈다.
첫 승의 기억도 소중하지만 더욱 잊을 수 없는 경주마가 있다. 누구나 쉽게 알 수 있을 ‘가속도’가 그에게는 영원한 명마로 남아 있다.
90년 중순 15조에서 착실하게 기수수업을 받던 그에게 행운이 찾아왔다. 바로  ‘가속도’.의 입사였다.
다소 왜소한 체구였지만 모든 면에서 기대를 가지기에 흡족한 모습을 보인 ‘가속도’는 그에게 41승을 채워주며 수습딱지를 떼게 해주었고, 파죽의 연승행진을 벌인 끝에 그 해 그랑프리 우승이라는 영광을 안겨 주었다. 그랑프리 우승을 끝으로 ‘가속도’와의 인연은 끝이 났지만 김기수에겐 항상 ‘가속도’의 존재감이 함께 했다.
‘가속도’의 빈자리가 너무 컸던 것일까? 김기수는 한참동안을 이전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몇해 김기수는 활기찬 모습을 보이고 있다. 뒤늦게(?) 딸을 얻으면서 자식을 둔 아버지의 기분을 만끽하고 경주에서도 새로운 투혼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김기수는 6승이 모자란 2백승 고지를 하루 빨리 달성하고 싶어한다. 남에게 자랑할 성적은 아니지만 수없이 괴롭혔던 역경속에서 자신을 이긴 결과물이기 때문에 소중한 2백승이 되리라 믿고 있다. 앞으로도 부상없이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김재섭 기수다.    
【권순옥 기자margo@krj.co.kr】